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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재식당 by 안주인 Oct 22. 2017

성남 모란 | 삼겹살에 청국장

맛깔나는 동네식당 <예림시골 청국장>

엄마는 한 번씩 신문지에 돌돌 말린 삼겹살을 사오곤 했다. 방바닥에 부르스타를 꺼내어 놓고, 집 안 가득 기름이 튀어도 '실컷 먹어라'했던 그 날은 배가 터지도록 만찬을 즐겼지. 그러니 내 몸이 기억하는 삼겹살의 맛있음은 그런 것이어야 마땅했다. 바닥에 퍼질고 앉아 '엄마 밥!'을 외치며 냉장고 밑반찬이랑 같이 펼쳐 놓고 구워 먹는 것. 그래서 어디 삼겹살 맛집이라고 소문난 집보다, 삼겹살 먹고 싶을 때 가기 딱 좋은 곳으로 떠올리는 식당은 여기다.


이 식당을 발견한 것은 모란역 부근에 자취하던 시절이었다. 집으로 올라오는 길에 술집을 비롯한 유흥시설이 즐비해서 화려한 간판만큼이나 울적해지기 십상이던 거리를 지나치면 나오는 골목길에서였다. #모란맛집 같은 검색어는 물론 식당이름 검색해도 정보가 없는 동네 식당이었다. 주말 데이트를 끝내고 한 끼 떼울 요량으로 청국장이나 먹을까?하고 들어선 곳. 그 때나 지금이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찌개 중 하나가 청국장이라, 한 번은 들러봐야지 벼르고 있던 참이었다.


가게 들어서자마자 콤콤한 청국장 냄새가 풍겼다. 척 봐도 자주 드나드는 단골인 듯한 인상의 손님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고 6천원 청국장 2개요, 하고 앉은 젊은 우리를 주인 분도 낯설어 하셨다. 뒷 테이블에서 1만원 삼겹살을 푹 삭은 김치삼아 맛있게 구워 드시는 걸 보고 눈만 꿈뻑꿈뻑 거렸다. 그리고 우리 상이 차려졌는데, 청국장은 물론 반찬이 하나하나 다 맛있어서 정신 없이 먹어치웠다. 젊은 사람들이 와서 청국장 시키길래 잘 먹을까 걱정했는데 반찬 리필해가며 핥아 먹는 우리에게 너무 잘 먹어 이쁘다던 아주머니. 또 올께요, 인사하고서 얼마 지나지 않아 삼겹살 먹으러 다시 방문 했었다.




삼겹살 먹는 날


삼겹살이요, 주문했는데 청국장 주문했을 때처럼 밥 반찬을 다 내어 주셔서 놀랐다. 방문 때마다 반찬이 조금씩 바뀌었는데 때마다 장보고 준비하신다는 뜻이겠지. 특히 콩나물 무침은 한 입 맛보고 눈이 번쩍 뜨였는데 익숙한 참기름 향이 아닌 들기름 내음이 확 올라오는데 그 작은 차이가 주는 풍미가 놀라웠다.



별로 특별할 것 없지만 선도 좋은 고기가 두툼하게 썰어져 나왔고, 구워 먹을 양파며, 쌈채소까지 곁들이 채소가 푸지게 담겨 나왔다. 손 큰 엄마가 생각나는 대목이었다.



파채는 물론 김치도 양푼에 길쭉하게 담겨 나왔다. 아 스뎅 양푼이가 주는 친밀감이라니. 이 신김치랑 삼겹살 같이 먹어봐야겠다고 결심하고 다시 왔었지.



고기 다음 공기밥 코스로 나오는 찌개는 보통 조미료맛 퍽퍽 나는 된장찌개이기 마련이지만, 청국장 집임을 간판으로 내는 집이니 마무리는 역시 청국장이지! 이것만 먹어도 맛있는데 이거까지 먹으니 만찬이 따로 없지 싶어지는 것이다.




2014년도 초의 사진이니,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을지 모르겠어요.

청국장과 삼겹살 가격도 아마 바뀌었겠지요?

맛만은 변함 없으시길 바라며, 조만간 찾아가 보아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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