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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주하 Oct 27. 2024

괜찮은 손님

슬픈 어느 날



얼마 전 뜬금없이 슬픈 기억들이 떠올랐다. 유튜브는 때를 놓치지 않고 슬픈 영상을 추천해 줬고,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나는지 헛웃음이 나오기했다. 그날은 날씨가 흐리니 더욱 그랬다. 예전 기억뿐 아니라 스스로 슬픈 장면들을 만들어 상상하게 되기도 했다. 퇴근길에 눈시울이 붉어져 혼자 민망해하기도. 호르몬의 영향이 있는 건 지. 그런데 다음 날은 씻은 듯이 괜찮았다. 날씨는 여전히 흐렸는데.


이런 날들을 보내며 인간의 감정은 참 깊고도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 기인한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이 내 안에 스며들어 있으면서 어디선가 날아온 따뜻한 말 한마디, 향긋한 냄새, 즐거운 상상 한 조각, 맛있는 음식, 작지만 보람찬 행동 하나에 쉭 휘발되어 버리는. 뜨거웠던 몸의 열기와 짜디 짠 눈물은 그저 거기에 있다. 여기에 있지 않고.


그 감정들은 나에게 왔어야만 했고 떠나가야만 했다. 또 올 것이고 또 떠날 것이다. 어느 날은 쉽게 오고 쉽게 떠날 것이며, 어느 날은 쉽게 왔다 진득이 있다 갈 것이다. 좀처럼 오지 않던 감정은 힘든 걸음을 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하겠지. 또는 푹 눌러앉진 않을까 기대 혹은 걱정을 하게 할 것이다.


그래, 감정은 내가 아니어서 왔다 간다. 손님쯤으로 생각할 수 있겠다. 귀한 손님과 천한 손님이 있을까?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 똑같이 괜찮은 손님이었으면 좋겠다. 내가 모든 손님을 꽤 괜찮게 대하는 그런 주인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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