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 보내는 편지

부치지 않은 편지를 전하다

by 안진

안녕? 인사가 늦었다. 안진이야. 잘 지내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지만 그래도 연락을 해야 한 건데 내가 미안. 미안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적어. 난 잘 지냈어. 물론 말 그대로의 의미보다 ‘잘 지냈다’라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시간이었어. 결국 이렇게 너에게 편지를 보내니 잘 지냈다는 것도 사실이지.

편지를 쓴다는 것은 언제나 새로워. 많이 쓴 것은 아니어도 꽤 자주 써보았음에도 편지를 적을 때면 무언가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되기도 해. 솔직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 먼저 고맙다는 말을 전할게. 부족한 내 옆에 있어 주고 나를 포기하지 않아 주었기에 그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네가 아니었다면 나는 나를 감당할 수 없었을 거야.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준 너에게 항상 지니고 있던 감정을 새롭게 전해. 정말 고마워.

고맙다는 말 뒤에 어색하기도 하지만 사실 서운하기도 했어. 내 속도에 맞추어 주지 않고 네가 앞서갈 때면 난 항상 따라가기가 버거웠어. 나는 항상 효율이 낮았고 넌 항상 효율이 높았지. 난 걸음이 느린 아이였지만 넌 언제나, 무엇이든 빨랐어. 너는 가끔 이런 나를 위로한다고 많은 것을 천천히 보고 온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당시 나에게는 그것이 위로보다는 채근하는 것처럼 들렸어. 나의 자격지심일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같으면서도 한없이 다른 우리가 어떻게 만날 수 있었을까? 그건 모두 너의 다정함 때문이야. 비 오는 날 길에 버려진 강아지처럼 존재하던 나를 긍휼히 여긴 네가 먼저 손을 내밀고 같이 비를 맞아 주었기 때문이지. 그때를 떠올리면 아직도 감정이 벅차올라. 이렇게 영화같이 낭만적으로 만난 우리였는데, 너의 은혜를 입은 나인데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던 것도 같아 후회스럽고 미안하기도 하다.

항상 붙어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멀리 떨어져 볼 수 없게 되었네. 너의 빈자리가 아프면서도 그곳에서의 행복을 진심으로 빌어주는 것이 도리라는 생각도 해.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지만 너와의 관계를 떠올릴 때면 꼭 그런 것 같지만은 않아. 너는 항상 내 안에 있었나 봐. 아마 우리는 앞으로도 만나지 못할 거야. 우리 사이에는 제약이 많잖아? 그리고 우리는 각자 바쁘게 할 일이 많지. 우리의 마음을 주고받는 일에는 이런 편지를 주고받는 것이 최선일 거야.

질서 정연하게 좋은 글을 적어 너를 감동하게 하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그건 힘들 것 같아. 이중적이고 복잡한 것이 인생이자 관계라고 생각해. 명확하다는 것은 어딘가 잘못된 것일지도 몰라. 우리는 이렇게나 달라서 아프고 찬란하게 아름다운 것이니까. 너와 나의 개성이, 그렇게 만들어진 다양함이 우리를 살게 했으니까.

편지 서두에 이제야 연락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적었는데 이 편지 이후로도 더 자주 연락할 수 있다는 말은 못 하겠다. 너도 알다시피 사람의 행동을 약속하는 것은 미련한 일이잖아? 내가 아는 너는 너무 서운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 그리고 이것도 알지? 앞서 말한 것처럼 내 안에 항상 네가 있다는 것 말이야. 이젠 볼 수 없고 연락도 자주 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는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어. 그러니 혹 언젠가 우리 중 누군가 서로를 찾아가 만난다고 해도 그 순간이 전혀 당황스럽지 않을 거야. 물리적 거리가 우리의 이별을 의미하지는 않으니까.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나날이 있어. 오로지, 혼자, 외로, 단독자로 존재하는 나날이지. 그 시간은 공허하면서도 자립의 시작을 의미할지도 몰라. 지지대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이니까. 이제 나의 손을 놓아주어도 돼. 이만 줄일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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