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배경음악
일상은 소음으로 가득하다. 차가 지나가는 소리, 타인의 기침 소리, 사람들의 대화, 발걸음 소리 등 온갖 잡음이 날아든다. 이런 소리를 피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양쪽 귀에 이어폰을 꽂는 것이다. 헤드셋도 좋다. 청각 기관인 귀를 장비로 막고 음악을 재생하면 갑자기 눈앞의 풍경과 분위기가 바뀐다. 음악에 따라 무대 위에 선 가수가 되기도 하고, 같이 산책하는 강아지가 사자가 되기도 하며, 이별한 사람으로 마음이 시려오기도 한다. 혼잡한 세상에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혼자 우주복을 입은 것이나 물속으로 잠수한 것과 같다.
특히 산책하며 듣는 음악은 발걸음을 달리한다. 빠른 비트의 음악을 들을 때는 걸음이 빨라지고 경쾌하며 느린 재즈를 들을 때는 발걸음이 느긋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음악의 박자가 내 몸의 박자를 조절하는 것이다. 음악은 물리적인 행동을 심리적인 리듬으로 치환한다. 매일 걷던 길에 설 때마다 듣는 음악이 달라진다면 그 길의 인식도 달라진다. 음악을 일종의 필터로 사용하는 것으로 사람에게 인식의 영역이 얼마나 강력한지 느낄 수 있다.
또 음악은 기억 저장소이기도 하다.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들었던 음악, 이별의 경험 속 들었던 음악, 대학에 입학하여 신입생의 마음과 함께한 음악 등 그 시절 그때의 나와 함께한 음악이 존재한다. 누구나 그럴 것으로 생각한다. 그 시절의 음악을 들으면 마치 그때로 돌아간 것과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의도적으로 추억하기 위해 기억 속 음악을 재생하기도 하지만 우연히 들려오는 추억 속 음악은 더 강렬한 경험을 하게 한다. 우연히 거리에서 들리는 음악에 발걸음이 멈추고 피식 웃음을 지으며 생각에 잠기는 일은 그날의 공기, 냄새, 온도, 분위기가 복원되었기 때문이다. 이 점을 생각하면 텍스트의 기록보다 음악의 색인이 더 강력한 추억의 방법인 것 같다.
필자의 경우 혼자 있는 시간에는 거의 음악을 재생한다. 나만의 공간에서 음악은 나 이외에 공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한다. 음악은 보이지 않는 인테리어라고 할 수 있다. 텅 빈 방을 밀도 있게 채워준다. 아무리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아무 소리 없는 방의 적막함은 불안과 외로움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다. 이때 좋아하는 음악을 틀면 차가웠던 공기가 데워지고 누군가와 함께 있는듯한 위로를 느낀다. 특히 책을 읽거나 글을 쓸 때 좋아하는 연주곡 리스트를 재생하면 나의 행위가 조금 더 우아하고 숭고해지는 것만 같다.
음악이 없다면 삶은 무료해질 것이다. 틈틈이 비어 있는 시공간을 채워주는 음악이 없다면 삶은 구멍이 숭숭 난 벽 같을 것이다. 또한 음악은 도피처이자, 기억 장소이며, 기분을 조율하는 도구다. 음악에 대해 특별한 조예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청자로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잡다하게 들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삶의 배경음악을 순간순간 선택한다는 것은 적극적인 사랑의 방식이자 의지다. 지금 당신의 귀에는 어떤 소리가 들리는가? 오늘 들은 음악이 당신의 시간을 보다 더 영화처럼 만들어주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