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강맛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ka Sep 26. 2024

<강맛그.13 서울역 주먹밥>

ㄱㅁㅈ의 맛있는 그림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서울역 주먹밥>




 몇 번 이전의 글에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의 부모님의 고향은 부산이다. 방학이나 명절이 되면 어떤 방식으로든 부산으로 가게 되었는데, 아빠가 출장을 가시거나, 일이 바빠 가실 수 없는 때에는 엄마께서 언니와 나를 데리고 부산으로 가는 기차에 오르곤 했다. 


 무궁화호였는지, 새마을호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나는 몇 가지 중 하나는  기차를 타려고만 하면 기차에서 나는 그 특유의 매연냄새인지 모르겠지만, 플라스틱이 타는 냄새 같기도 하고 그냥 시트에서 나는 냄새인 것인지도 모르겠는 냄새가 났었다. 그리고 나는 그 냄새가 싫은 건지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평소에 지나가던 차에서 그 냄새가 풍겨올 때면, 무언가 허세를 부리며 튀고 싶은 아이 같은 말투로 “나, 이 냄새 좋아하는데.” 하고는 했다. 그러면 내 친구는 인상을 찌푸리며, “너 그러면 뱃속에 기생충 있는 거야. 매연냄새 좋아하면 기생충 있는 거래.” 하는 반응을 괜스레 재미있어하고는 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기생충 이야기가 낭설이라는 것을 안다. 


 또 기억나는 것으로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기차를 타면 엄마는 바나나 우유를 사줬는데, 결말을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멀미로 토하고는 했다. 맛있음과 멀미를 등가교환해야 하는 아쉬운 간식타임이다. 

 그리고 아주 가끔은, 정말로 가끔은 도시락을 기차에서 사주시곤 했는데, 그 안에 들어가는 반찬들 중 맵지 않은 짠지무침이 뽀도독 오도독독 소리를 내며 씹히는 맛이 좋았다. 다른 (평소에 엄마께서 해주시지 않는) 반찬들도 많았는데, 유난히 어른스러워 보이는 짠지의 비주얼이 도시락을 먹는 내 모습을 어른스럽게 만들어준다고 느꼈다.


 하지만 우리는 보통 아침을 먹을 새도 없이 급하게 나와 기차에 올라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그래도 그나마 기차를 타기 전에 여유가 있을 때면 어떤 분식집 같은 곳에서 언니와 나에게 각가 두 개씩 주먹밥을 사주시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별거 아닌 주먹밥이다. 어른주먹의 반정도 크기의 뭉친 밥에 (아마도 양념을 조금 했을) 아주우 얇은 햄 한 장이 둘러져있는 것이 한 종류. 또 매우 햄보다도 얇게 부친 계란으로 둘러져있는 것이 다른 한 종류였다. 그리고 그 위에는 검정깨가 몇 알. 큰 무언가가 들어간 것도 아닌데, 랩에 탄력 있게 싸여있는 주먹밥을 한 손에 하나씩 쥐고 기차의 계단을 오를 때면, 어서 빨리 엄마께서 짐을 위에든 밑에든 정리해 놓고 좌석 식탁을 펼 수 있게 되기를 어찌나 바랬는지. 


 기차여행의 맛인지, 평소에 엄마가 못 먹게 하던 햄을 먹을 기회라 그랬는지, 아니면 온전히 뭔가 나에게 주어진 나눠먹지 않아도 되는 한 덩어리라 그랬을지, 어쩌면 이상하게 그 주먹밥에서 내 작은 손에 전해진 온기 때문이었는지. 뭐가 그렇게 기억이 나는지 모를 맛이다. 


 남편이 말한다. “그러면 집에서 만들어봐.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런데 이상하게 왜 안 만들고 싶을까. 글쎄... 그 맛을 추억의 맛으로 남겨놓고 싶을 때가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안카 일러스트 : 

www.instagram.com/ankahahaha


매거진의 이전글 <강맛그.12 아그작 오이고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