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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김현정 Jul 21. 2022

남은 자들의 헤엄

갑자기 떠난 누군가를 추모하는 밤

어느 길 위에 서서 나는 
나는, 울지 않기로 했다. 


그런 시 구절 하나를 쓴 적이 있다. 최근에 다시 졸업 문집을 펼쳐보곤 이런 글을 쓰던 시절도 있었지 소소하게 기억을 불러본다. 기억은 몇년의 시절간 분절되어 파편으로 쪼개지고 하나 둘 조각난채로 내 몸어딘가에 쿡쿡 박혀 썩어문들어지거나 살점을 파내거나 별 이상없이 녹아내리곤 한다. 그날의 기억도 그랬다. 나는 그날을 살아 내일을 맞았고 어쩌다 무사히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땐 분명 날이 밝아오기전 왜 16층에서 떨어지지 않았냐고, 스스로에게 정녕 떨어지지 않고 아침 해를 맞이하고 말아야할 이유란 것이 있냐고 의무라도 있냐고 수도 없이 물어보고 그 어떠한 대답도 받지 못한채 윙윙 울려대는 메아리에 정신줄을 놓아버리곤 했지. 그런 시절을 살아 그또한 글로 박제되고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지금 여름, 칠월, 22년, 제주의 어느 친구 집에 발 밑에는 그 집 고양이를 두고, 글을 쓰는 친구를 앞에 두고 신나게 키보드나 두드리며 글자를 쓰고 있다. 


어지러운 마음으로 바다를 찾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밤수영 중.


며칠 전, 두어시간 같이 피켓 시위를 했던 사람이 죽었고 그의 부고를 듣고 뛰어오는 심장, 막혀오는 숨을 하나하나 천천히 토해내며 멀쩡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정신을 가다듬고, 눈물을 쏟아내는 친구를 찾아가 그의 손을 잡고 바다로, 바다로, 맨발이 검은 모래를 밟고, 모래는 푹푹 꺼지고 우리는 검은 바다로, 상의를 벗고 바지도 벗고, 희멀건한 가슴 두 쪽 세상에 내보인 적 없는 맨살도 내고 검은 밤바다로 몸을 풍덩, 누가 실례라도 했는지 그날따라 바다는 뜨거웠고 소금도 전부 걷어갔는지 하나도 짜질 않고 그러나 눈에 들어간 바닷물은 자꾸만 눈을 찔러 따갑게하고 우리는 목이 메여 소리하나 크게 지르지 못하고 이름마저 잘 알지 못하는 동무에게 왜 그렇게 아프고 외롭게 가야만 했냐고, 왜 너의 시간은 그토록 짧은 것이냐고, 그에게 아무것도 아닐 것일 우리가 단 한 줌의 기억으로 그토록 쓰라리게, 속에 든 모든 것을 게워내듯 헤엄치고 헤엄치고, 이 세상처럼, 해양 쓰레기와 함께 진흙이 나리는 바다처럼, 희멀건한 막걸리가 온 하늘을 뒤덮어버리고, 그 사이에 멀건한 만월 하나가 둥실 떠 우리를 비추는데 그의 영혼은 대체 어디에, 저 한치잡이 배 너머, 그 수평선 너머, 아니 여긴 북쪽이니 저 남쪽 바다를 향해, 머나먼 거대한 한라를 넘어 바람을 타고 저 남쪽 바다로, 당신 영혼은 남쪽으로, 그래서 파도는 자꾸만 우리에게로 철썩 철썩 자꾸만 우리를 밀어뜨리고 몰아치고, 쉼없이 영원히 끝이 나지 않을 듯이, 달이 뜨고 지고 내일이 오고 오늘이 반복되기만 한다면 영원할 파도가 자꾸만 치고 두둥실 바다에 뜬 맨살 몸뚱아리가 노래를 부르고 그의 영혼에게 안부를 전한다. 




그곳에서는 부디 아프지 말고 편안하기를, 당신만큼은 반드시 평안히, 영원히 평화 속에서 쉬기를. 그렇게 소원하는 마음을 담아 길다랗고 넓다란 밤하늘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흘려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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