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도서관 소글소글 글모임; 7월 마지막주 주제
나의 하루는 나로 살아내는 하루. 언제는 좋았다가 언제는 버거운 하루.
아침 8시 50분이면 눈이 떠지는 이상한 하루. 30분 뒤에야 울리는 알람을 끄고 양치를 한 뒤에 빈 손으로 출근을 하는 하루. 항상 봐도 반가운 동료들 얼굴을 들여다보고 모니터 화면도 들여다보고 가끔은 전화기도 들고 샬라샬라 떠들어대는 그런 하루. 해가 지기 전에 퇴근하면 그렇게나 기쁜 하루. 막상 퇴근을 하면 밀려드는 삶의 무게를 어떻게 훌훌 날려보내며 반 남은 하루를 보낼지 궁리하는 하루.
거부할 수 없는 밤이 오고 습관처럼 침잠하지 않기 위해 맛있는 저녁을 차리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고 베란다 식물들에게 물 한 바가지씩 퍼주고 게임을 하거나 글을 쓰는 하루. 손에 익지 않은 기타,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은 저 만치 밀어두고 찍은 영상으로 브이로그 편집하기 또는 성본변경 청구서를 쓰기와 같은 외면하고 싶은 일들을 최대한 외면하는 하루.
한 두가지의 마지막 카드를 등 뒤로 꽁꽁 숨기면 가진 열 장의 패를 전부 내보일 수 있는 하루를 사는 하루들의 연속. 가끔은 카드의 배열이 흐트러져서, 카드 위로 물이 쏟아져서, 카드를 들고 있는 손이 너무 피로해져서 결국엔 모든 것을 흐트리고야 마는, 흐트러지고야 말았다고 말하며 그렇게 믿고 엉엉 울고마는, 그러나 정작 카드들은 세상 멀쩡한, 웃기고 우습고 보잘것없어서 사랑스러운 하루를 사는 그런 하루들의 연속.
언젠가 이 모든 하루들로부터 너무나 멀어졌을때, 그때면 한알한알 연결된 이 하루들을 보면서 마음 쓰려하질 않기를, 그렇게 될 수 있게 하루가 멀다하고 마음을 쓸고 닦고 청소를 한다. 썩어문들어질 것들은 내다버리고 너무 헐어서 고장난 부분은 뚝딱뚝딱 고치고. 볕 좋은 날 창을 내어 온 햇살이 가득 들어오게, 추위에 부들부들 떠는 이가 있으면 언제든 초대할 수 있게, 그렇게 튼튼하고 건강한, 다정하고 소중한 마음이 되도록 매일같이 가꾸며 하루를 일군다. 오늘 하루 이야기도 사진 한 장으로 문장 한 줄로 기록하여 마음 한 켠에 잘 걸어두고, 언제 또 먼지가 쌓이는 날이면 그 위에 또 다른 하루를 걸어둘 수 있도록, 그렇게 하루하루를 열심히, 느긋히, 무던히, 열렬히, 그저 온 마음을 다해 흘려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