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롱 편-
작년 연말에 먹을 디저트를 미리 만들고 싶어서 그 전날인 30일에 마카롱을 만들었어. 어떤 맛으로 만들까 하다가 녹차 필링과 가나슈가 어우러지는 마카롱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나서 머랭 공장은 시작됐지.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 채 말이야.
나는 현재 태어난 지 1년 좀 넘은 귀여운 방해꾼이랑 같이 살고 있어. 그 방해꾼은 바로 우리 집 고양이야. 내가 부엌에서 무언갈 하고 있으면 항상 나타나서 킁킁 냄새 맡고 가. 가끔은 방해될 때도 있지만 귀여워서 화도 못 내고 한두 번 쓰다듬어주고 말아.
그날은 이상하게 우리 집 냥이가 되게 조용하라? 이틈에 다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머랭을 치고 반죽을 했어. 마카롱은 겉표면을 만졌을 때 손에 묻어 나오지 않을 정도로 건조하는 게 중요해. 그래서 반죽을 짜서 건조하려고 하는데, 이 귀여운 방해꾼이 등장하고 말았어!
테프론시트에 반죽을 짜서 오븐팬에 올려놓으려고 잠깐 한눈을 판 사이, 무언가 펄쩍 뛰는 소리가 들렸어. 귀여운 방해꾼이 반죽을 딱 밟고 냉장고 위로 올라간 거야, 글쎄. 순간 당황한 나머지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더라. 일단 우리 집 냥이의 발을 물티슈로 닦고 나서 마카롱을 봤는데 너무 어이가 없고 당황스럽더라고. 그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는데 처음 보는 내 모습에 깜짝 놀란 냥이는 후다닥 도망가 침대 밑에서 나오질 않았지.
결국에는 다시 반죽해서 맛있는 마카롱을 완성시켰고 남들한테 나눠주기도 했어. 한마디로 내 귀찮음 때문에 애꿎은 냥이만 혼난 거야. 이 귀차니즘에 대해 처음 반성하게 되더라. 그래서 새해 계획으로 부지런한 사람이 되겠다고 세웠어. 지금 생각해 보면 평소 나를 지켜봤던 냥이가 나를 깨우치게 하려고 일부러 그런 게 아닌가 싶기도 해.
정말 우연히 생긴 일인데 그 일로 나는 예전보다 조금이라도 부지런하게 살고 있어. 매 순간에 의미를 갖고 내 인생을 바꿔 나가는 것도 얼마나 뜻깊은지 알게 되었고.
마지막으로 우리 집 귀여운 고양이 사진을 덧붙이며 우연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응원한다는 말을 전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