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 성장 앨범 먹튀 당해봤어?

만삭, 성장앨범을 계약한 스튜디오가 먹튀했다

by 세쌍둥이 엄마

일란성 딸 세쌍둥이는 나란히 2kg씩 태어났다. 만삭 아이들 몸무게는 6kg. 그런 나는 만삭사진을 언제 찍어야 할까?


남들 해보는 건 해보고 싶은 나는 초산모답게 만삭사진을 찍고 싶었다. 쌍둥이는 만삭보다 일찍 찍는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스튜디오를 찾아보던 우리에게 한 스튜디오가 눈에 들어왔다. 만삭사진은 물론이고 신생아 사진, 1년, 2년, 3년,,,, 해마다 성장앨범을 찍어준단다. '성장앨범? 생각도 못 했던 일인데 웬 횡재?'라며 사회 초년생 우리는 이곳저곳 비교해 볼 생각은 못 하고 덜컥 계약이란 걸 해버렸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지금 생각해 보면 일말의 의심도 없이 계약을 해버린 우리도 참 멍청했다.


나는 세쌍둥이기 때문에 만삭은 6개월에 찍어야 예쁘게 나온단다. 실제로 6개월쯤 나는 단 태아 만삭 크기만큼 배가 불러왔다. 예약 당일 나는 배를 들어낼 수 있는 가장 섹시할 것 같은 옷을 골랐고 우리는 즐거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했다. 그때 좀 자중할 것을.. 민둥민둥한 배에 브라탑은 지금 봐도 민망하다. 비록 그날이 내 생에 마지막 브라탑이었을지라도.


만삭사진, 그리고 신생아 사진까진 너무나 순조로웠다. 스튜디오는 친히 우리가 묵고 있는 조리원으로 와줬고, 꼬물거리는 귀요미들을 예쁘게 촬영해 줬다. 며칠 안에 보정분을 보내준다는 인사를 건넨 지 며칠 후.. 나는 우리가 계약한 스튜디오의 이름을 뉴스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피*체 스튜디오 부도", "피*체 야반도주"

(아마 지금도 검색하면 찾을 수 있을 거다. )


"응????"


그런 일을 처음 당한 우리는 우리가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고 당하기만 했다. 며칠 전 찍은 신생아 사진의 원본만을 남기고 그렇게 우리는 매년 찍어야 할 성장 앨범을 날려야 했다. 다시는 거금을 주고 계약하는 일은 하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꼬인 첫 단추는 매년 찍으면 좋을 성장 사진을 해마다 놓치게 했고, 또다시 스튜디오를 찾고 싶은 열정조차 사라지게 만들었다. 해마다 크는 아이들을 스튜디오 사진으로 남겼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쑥쑥 자라는 아이들을 마주하면 속이 상할 대로 상해버린다.


나는 돈만 떼인 게 아니라 아이들과 다시 열어볼 추억사진들을 날리게 된 셈이다. 예약이라도 되어있더라면 바쁜 와중에도 꾸역꾸역 찾아가 매년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겼을 텐데.. 새로운 스튜디오를 찾아 예약하기엔 우리의 육아는 너무나도 가혹했고 치열했으며 먹고, 자는 기본적인 욕구까지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에게 호의를 베푸는 모든 돌다리는 두들겨보고 건너야 한다.


다음 이야기 : 임산부, 라떼는 말이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