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라떼는 말이야

세상 참 좋아졌다.

by 세쌍둥이 엄마

잠시 개콘 박영진을 소환해 보자.


단축근무? 단~축근무우~~??

라떼는 말이야, 임산부가 출근해서 집에 일찍 갈 수 있었을 때는 그저 내가 아프거나 애가 아플 때밖에 없었어~


라고 이야기하면 후배들은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선생님 ~ 이렇게 이야기하니까 다들 애를 낳기 싫어하는 거예요~~"라고 한방 먹인다. 근데 실제로 그랬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10년 남짓한 사이에 참 세상은 살기 좋아졌다. 나는 임신 초기에 입덧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근무시간을 다 채워 일해야 했고 밥만 먹으면 올라오는 '먹덧' 으로 급하게 화장실을 가다가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병원 복도(내 근무지가 병원이다)에서 분수토를 한 적도 있다.


지금은 어떤가. 임신 초기는 고위험 기간으로 기존 근무시간을 안채운 단축근무, 또는 하루 휴가를 꼭 챙길 수 있다. 솔직히 부럽다. 이래서 우리 어머님이 '세상은 늦게 태어나고 볼일이다'라며 노래를 부르시지. 그땐 가시 돋게 만 느껴지던 말들이 자꾸만 이해가 된다.


단축근무가 웬 말이냐.


라떼는 말이야 ~ 배가 불룩~~하게 튀어나왔는데도 오버타임 근무하다가 자궁 수축 와서 응급실로 퇴근하고 그랬어 ~~ 엉?


실제로 그랬다. 7시 30분 출근, 4시 30분 퇴근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7시까지 근무를 해야 했고 갑자기 당겨오는 배로 응급실로 퇴근을 했다. 다음날 쉬었냐고? 당연히 아니었다. 나는 그때도 늦게까지 일했고 지금도 일찍 퇴근해야 하는 임산부를 대신해 늦게 퇴근한다. 아무도 그 고마움을 느끼지 않는다.


내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은 삼교대 나이트 근무만 빠질 수 있었다. 역시 세상은 늦게 태어나야 한다.


라떼는 말이야, X-ray 촬영하는 근무지에 있으면, 안정기에 들어서서 차폐복 앞뒤로 껴입고 X-ray 맞고 그랬어~~ 엉??

라고 이야기하면 "선생님 그게 언제 적 이야기예요, 이젠 세상이 바뀌었어요"라는 반문이 돌아온다. 난 꼰대가 돼버렸다.


라떼는 말이야, 세쌍둥이 낳아도 나라에서 주는 건 아동 수당밖에 없었어 ~~


그렇다. 나는 한꺼번에 세 아이를 낳았지만 체감하는 혜택은 공영 주차장 반값과, 공공시설 무료입장 정도밖에 없다. 어떤 사람은 나보고 '그러게 누가 세명이나 낳으래?'라고 하겠지만 나도 내가 세 아이를 낳을 줄 몰랐다. 어디는 셋째는 1억을 주고, 어디는 애를 많이 낳았다고 지원도 해준단다. 제발 나에게 사람들이 이 말만 안 물어봤으면 좋겠다. "세명이나 낳았는데 나라에서 해주는 거 없어요?" 그게 궁금한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정말 없습니다" 진짜 진짜 한 부모 가정쯤은 돼야 받을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을 만큼 정책이 짠내난다.


라떼는 말이야, '임산부 배려석' 이런 거 없었어 ~

그저 임산부 뱃지 달고 타면 아차차~~ 하고 배려 받을 정도였지.. 밑이 빠질 것 같은 만삭에 버스 타기 무서워서 택시 타고 다니고 그랬어 ~ "택시 아저씨 방지턱은 살살 달려주세요~~" 하고 말이야.


더 이야기하면 많은 임산부들의 공공의 적이 될 것 같아 그만하겠지만 속은 아주 후련하다. 개그맨 박영진 느낌으로 개그 코드를 가미해서 이야기해봤는데 어떤 사람에겐 다소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나는 그때 그랬다. 나도 몰랐는데 요즘 들어 부쩍 내가 꼰대가 되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삶의 풍파와 역경 속에서 성격은 능글능글 해졌고, 삶의 희로애락을 하나씩 경험하면서 내공치도 쌓이고 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능글맞게 이야기하고 있을지도..


라떼는 말이야~~~~ 라는 말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다음 이야기 : 임신이 제일 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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