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기간이 제일 쉬웠어요

그때가 좋을 때다

by 세쌍둥이 엄마

임신한 나를 보고 어른들은 꼭 이렇게들 말했다. "그때가 제일 좋을 때다", "낳아놓으면 고생 시작이니까 지금 맘껏 즐겨"라고..


임신해서 화장실 들락날락 입덧 때문에 주욱~겠고, 좀 살만하니까 배가 불러오고, 배가 불러오니까 밑이 빠질 것 같은 느낌에, 똑바로 누워 잘 수 없던 그 시절. 나에게 '그때가 제일 좋을 때다'란 말은 마치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느껴졌고, 하나하나 가시 돋친 말로만 느껴졌다.


대체 어른들은 왜 자신들의 인생을 빗대어 그런 말들로 훈수를 두려고 할까, 너무 싫고 이해할 수 없었으며 서운할 뿐이었다.


7, 8개월이 다가오자 배는 갈비뼈까지 불러왔고, 편히 잠들 수도 없었고 이리 누워도, 저리 누워도 불편했다. 배에 쿠션을 받치고 밤잠을 설친 날이 얼마였는지 셀 수조차 없다.


제왕 절개를 기다리며 입원한 기간. 내 옆자리 산모의 말이 아직까지 기억난다. 밤새 뒤척이고, 숨쉬기가 힘들어 헐떡이는 나에게 괜찮냐고, 쿠션을 빌려주겠다는 그 위로가 잊히지 않는다. 정말 힘들었으니까.


애를 낳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로 난, 임신기간이 가장 힘든 일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말이다.


애를 낳고 보니 "그때가 좋았다"라는 그 서운한 말이 진짜 사실이더라. 임신 때는 배가 불러도, 내가 원하면 언제든 움직이고 가고, 자고 눕고 쉬고 밥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


출산 직후, 조리원 퇴소부터의 육아는 그야말로 전쟁터. 힘들다 느꼈던 임신기간은 새 발의 피였다. 정말로 정말로 '그때가 좋았었다' (그렇다고 지금이 싫다는 건 아니다, 지금은 남들보다 세제곱 행복하니까)


이런 말을 어른들한테 하면 '거 봐라, 내가 뭐랬니' 란 답변이 돌아오겠지. 알면서도 또 그 훈수가 듣기 싫어 입을 다문다. 나 역시 누군가에겐 그런 사람이 되고 있겠지?


그저 힘들어하면 힘들겠다, 고생이지?, 힘내 ~

라는 말을 해주면 참 위로가 될 텐데.. 그저 위로 한마디면 충분하다. 지나고 나면 알기 싫어도 알게 될 일인데 '거 봐라, 내가 뭐랬니, 그렇다니까, 내 말 틀린 거 하나 없지?' 하는 말들이 세대 간을 갈라놓는 것 같다.


그러니 임신이 힘든 그대들이여 '그때가 좋았다'라는 말에 스트레스받지 말고 진짜 그때가 좋으니 마음껏 즐겨보자. 배가 불러 편히 잠 못 드는 임산부들을 응원해 본다.


다음 이야기 : 조리원, 좋은데 갔다가 다리 찢어진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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