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분수에 맞게 가자

조리원, 좋은 데 갔다가 다리 찢어진 썰

by 세쌍둥이 엄마

나는 세 쌍둥이 엄마다. 애 낳고 필수 코스는 당연히 조리원 아니겠어?라고 남들 하는 건 또, 다해야 하는 초산모였다. 우리는 발품을 팔며 세 아이를 안전하게 돌봐줄 조리원을 찾았다


조리원 선택에 중요했던 요소 3가지


1. 위생상태

2. 엄마들 사이에서의 평점

3. 가격과 퀄리티


그렇게 우리는 뭣도 모르고 겉멋만 들었는지, 비싼 게 좋은 줄 알고 가장 고퀄리티의 조리원을 선택했다. 송파구 중심에 있는, 그것도 모유 수유를 적극 권장하는 조리원으로.


지나고 보니 그때만큼 돈을 멍청하게 쓴 적이 또 있을까 싶다. 프리미엄급 조리원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만큼의 퀄리티를 느끼지 못했고, 미숙아였던 우리 아이들은 모유를 빨아먹는 힘이 부족해 모유 수유를 전혀 하지 못했으니까..


남들이 한 끼를 통통하게 먹을 때 나는 30분을 앉아있어도 몇 그램 먹이지 못했고, 하물며 세명이니 더 이상 말하지 않아도 알듯하다. 하루 종일 모유를 물리고, 밤새 젖소처럼 유축만 하고 퇴소한 기억뿐이다.


미숙아라는 이유로 다들 2주만 있는 조리원 생활을 나는 3주간 지속했다. 조리원 비용을 얼마였냐고? 10 몇 년 전 가격으로 3주에 600만 원 넘는 돈을 내고 퇴소를 했다. 정산할 때 뭐가 그리도 많이 추가됐던지, 앞으로 돈 들일 일이 얼마나 많은데.. 후회가 막심하다.


한 달간 든 세 아이들의 분유와 기저귀 값은 외벌이로 돈 없던 시절 나와 남편 사이를 무참히도 갈라 세웠다.


조리원 동기.


내가 앞서 쓴 제목은 꼭 비용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로 조리원 동기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프리미엄급 조리원은 다들 돈 있는 자재분들이 왔나 보다.


조리원 동기라는 걸 만들려 애썼던 나는 열심히 동기들의 번호를 땄다. 지나고 나서 보니 조리원 동기 그렇게 열심히 만들 필요도 없더라. 조리원 퇴소 후 그녀들을 만난 나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고 점점 더 멀어지게 됐으니까.


퇴소 후 만난 그녀들은 모두 초산모였다. 첫 아이를 낳아 아이 한 명만 데리고 나온 그녀들. 나는 그녀들을 만나기 위해 베이비 시터에게 2명을 맡겨두고 한 명만 데리고 나가야만 했다.


첫 만남의 그녀는 내 기억 속에 잊히지 않는다. 나를 데리러 와줬던 그녀는 반짝반짝 새 차 느낌의 벤츠 로고가 커다란 지프차를 타고 왔으니까.


유모차 종류는 또, 어땠게.. 가끔 집에서 동기 모임을 가졌는데 어떤 이는 리모델링 완벽한 올림픽선수촌 아파트, 어떤 이는 50평 남짓한 신축 아파트로 나를 초대했다. 다음은 내 차례.. 19평 남짓한 앞이 꽉 막힌 빌라에 5명, 아니 아이들 돌봐줄 가족들이 들락날락하는 6명의 사는 집을 보여줄 용기가 나지 않았다.


만남에서는 늘 집값 이야기, 땅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그저 신생아 세 아이의 육아로 살아내기 바쁜 사람이었다. 역시 돈 있는 사람은 대화 내용부터 다르더라. 그래도 그들의 세상을 유심히 들어놨어야 했나? 싶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그녀들과 자연스레 멀어졌고 비싸게 주고 들어갔던 조리원은 남은 것 하나 없이 우리에게 돈만 탈탈 털어갔다.


그러니 조리원을 찾는 그대들이여 조리원을 선택할 때는 프리미엄급만 찾지 말고, 무조건 내 집 가까운 게 최고며 퇴소 후 몰아닥칠 육아비용을 지켜줄 수 있는 내 경제력에 적당한 조리원을 찾아보면 좋겠다.


그래야 남들 다 사귄다는 조리원 동기라는 관계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다음 이야기 : 조리원 산모 밥 나눠먹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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