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주엔 거저 얻는 돈복은 없었다
언젠가 용하다는 보살에게
사주를 본 적이 있습니다.
복채를 내고 앉은 저에게 그분이 그러시더군요.
"당신은 깔고 앉을 복은 타고났어."
그게 무슨 뜻이냐 물으니,
평생 돈복은 있다는 말이랍니다.
하지만 기분 좋은 덕담 뒤엔
뼈아픈 조언이 따라붙었습니다.
"대신 돈 넣고 돈 먹는 짓은 절대 하지 마.
당신은 그저 땀 흘리고 노력해서 벌어야만
자기 돈이 되는 팔자니까."
결국 죽을 때까지 부지런히 움직이며
살라는 말이었죠.
처음엔 그 말이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남들은 쉽게도 버는 것 같은데,
왜 나만 고단하게 살아야 하나 싶었거든요.
그런데 지나온 삶을 돌이켜보니
그 보살의 말이 틀린 게 하나 없었습니다.
노력 없이 제 손에 들어왔던 돈들을 떠올려 봅니다.
결혼을 할 때, 혹은 운 좋게 청약에 당첨됐을 때...
분명 큰돈이 들어온 듯했지만,
어느샌가 모르게 모래알처럼 스르르 빠져나가
버렸습니다.
애쓰지 않고 얻은 '공짜 행운'들은
제 작은 부의 그릇을 잠시 채우는 듯하다가,
이내 넘쳐흘러 어디론가 사라졌습니다.
그때 깨달았죠.
내 부의 그릇이 참 작았구나,
그리고 세상에 정말 공짜는 없구나.
운이 따라줘야 한다는 주식도,
부동산도 결국 딱 내가 공부하고 아는 만큼만
수익을 안겨주었습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넘치게 들어온 복은
오히려 독기를 품으며 빠져 나갔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내 돈을 뺏어간 사람이나
환경을 원망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작은 그릇에 안주했던 나 자신을,
그릇을 키우려 노력하지 않았던 지난날을
돌아봅니다.
마흔, 이제야 진정으로 나를 위한
'부의 그릇'을 키우기로 다짐합니다.
단순히 돈을 쫓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담아낼 수 있는 단단하고
넓은 사람이 되는 연습을 시작하려 합니다.
세상에 거저 얻는 것은 없지만,
내가 직접 일궈낸 것만큼은
온전히 내 것이 된다는 믿음을 가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