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조리 쉽게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
님아 그 수면양말을 절대 벗지 마오.
나는 한여름에 아이를 낳았다. 그것도 세 아이를 동시에. 출산 후 아이들이 갈 중환자실 세 자리가 확보되는 날, 그날이 내가 엄마가 되는 날이었다.
"중환자실 세 자리가 확보 됐습니다. 금식 시간만 채워지면 바로 응급수술 합시다"
때문에 나는 진통도 없이 '내가 진짜 애를 낳은 게 맞나?' 싶을 만큼 어리둥절한 느낌으로 출산을 하게 됐다. 그렇게 출산을 하다 보니 내가 산모라기 보단 그냥 수술받고 회복이 필요한 사람 정도로 느껴졌다. 산후조리라는 게 나랑은 뭔가 동떨어진 느낌이었달까?
그러다 보니 산모가 꼭 지켜야 하는 산후조리에 관한 주의사항을 자연스레 흘려듣게 된 것 같다.
에어컨 바람 쐬지 마라, 기화열이 체온을 뺏어가니 가급적이면 샤워하지 마라, 답답해도 수면양말은 꼭 신어라.. 등등의 '한기'를 조심해야 하는 주의사항을 잘 지키지 못했다.
한여름 조리원은 에어컨 바람 없이는 도무지 살 수 없을 정도였고, 샤워를 참으면 못 견딜 것 같았으며, 평소 이불속에서 양말 신는 걸 굉장히 싫어했던 나는 수면 양말을 신고 생활하는 것이 무척이나 괴로웠다.
나는 조리원 생활을 3주간 지속했는데 2주간은 밤새 에어컨을 틀고자도, 매일 같이 샤워를 해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이거 진짜 조심해야 하는 게 맞긴 한 거야?' 라며 나는 그렇게 '한기'란 여석을 얕잡아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한기'란 녀석이 나에게 찾아왔다.
조리원 퇴소일이 다가오자 3주간 버려진 집이 슬슬 걱정이 되었다. 퇴소 후 아이들과 함께 할 우리의 보금자리를 아늑하게 정리해야 둬야 했고, 집에 필요한 것들은 없는지 점검 차 나와 신랑은 우리가 곧 돌아갈 집으로 향했다. 한 여름이었지만 3주간 비어있던 집은 냉기가 가득했다.
집으로 도착한 나는 당연히 반팔을 입고 있었고 긴바지에 얇은 양말 한 켤레 신은 것이 다였다. 슬리퍼조차 없던 집에 들어가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옷을 갈아입고 싶었다. 이 옷으로 갈아입을까, 저 옷으로 갈아입을까? 얇은 양말만 신고 있던 나는 차디찬 바닥을 그대로 딛고 있었고, 두어 번 윗옷을 갈아입던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을 하게 되었다.
싸한 느낌과 동시에 바닥에서 이상한 것이 올라왔다. 발바닥에서부터 시작된 차가운 기운은 마치 폭탄 도화선의 불꽃처럼 서서히 내 다리를 타고 올라와 몸으로, 양팔로, 머리로 올라왔다. 그때 그 기분과 차가움은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이질적인 느낌이었다. 마치 애니메이션 슬로 모션처럼 찬기운이 내 몸을 휘감았다.
마치 꽁꽁 내 몸이 뼛속부터 꽁꽁 얼어붙으며 퍼져나가는 느낌.
그것이 바로 '한기'라는 무시무시한 녀석이었다.
갑자기 온몸이 추워진 나는 신랑이 있던 침실로 갔고 그는 나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때부터다. 내 몸은 더 이상 주최할 수 없을 만큼 오들오들 떨리기 시작했고 사시나무 떨듯한 움직임을 내 몸에서 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뿐이었다. 나는 벌벌 떨며 '한기'라는 녀석을 온몸으로 맞이하게 됐다.
얼마나 추웠는지 뒤에서 나를 꼭 안아주던 그의 온기조차 느낄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30분이 넘도록 턱이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떨었던 것 같다.
그때 알았다.
'아?! 내가 진짜 산모구나??!!'
'산후조리를 따뜻하게 하라는 게 이런 거구나?'라고..
그때부터 나는 십 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 냉탕은 더 이상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고, 한여름에 찬물 샤워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열대야가 기승인 한여름에도 잠결에 문득문득 찾아오는 '한기'라는 녀석 때문에 꼭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자야 하는 미친 여자가 되었다. 한여름, 맨발로 방바닥을 디디면 그렇게 차가울 수 없다.
언젠가 남편이 남들 앞에서 그러더라.
남들은 더워 죽겠는데 혼자 이불 푹 덮고 잔다고..
그 말이 어찌나 서운하던지.. 마치 내가 정신이상자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더 이상 한여름엔 한 이불을 덮고잘 수 없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지금도 가끔 '한기'라는 녀석이 내가 곤히 잠이 들면 찾아온다. 십여 년 전 나에게 찾아온 느낌 그대로, 뼛속까지 시린 느낌이 온몸에 퍼진다.. 그럼 나는 문득문득 잠에서 깨 이불을 꽁꽁 휘감는다.
그러니 더운 여름날 출산을 하는 산모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꼭 꼭 꼭 따뜻하게 지내라고.. 짧은 산후조리를 더워도 잘 참아내면 평생이 편하다는 사실을..
꼭 알았으면 좋겠다.
정말로.. 꼭.. 몸을 따뜻하게 하자.
비록 내가 출산한 것이 실감 나지 않더라도 말이다.
다음 이야기 : 모유수유 그게 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