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존재를 찾기 위한 여정.
2025년 40살이 되고, 고단했던 24년을 정리라도 하듯 희망에 차올랐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뭐라도 될 것만 같았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지만, 내가 꿈꾸는 모든 것이 내 앞에 펼쳐질 거라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사람에 대한 상처가 쌓여 이제는 그 누구와도 인연을 맺지 않겠다던 나는, 40살이 되면서 무언가에 홀린 것인지 새로운 인연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을 증명하기 라도 하듯, 잠깐 만난 사람들과도 인연을 이어가고, 20대의 당당했던 나의 모습을 재현이라도 하듯 숨어있던 나의 본성을 꺼내었다.
그렇게 매일 집에만 있던 나는, 매일 밖으로 나갔고,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인연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인연들과의 시간을 보내며 비로소 나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들이 벌어졌고, 내 인생의 두 번째 번아웃이 찾아왔다.
그동안 은둔 생활을 했던 나의 30대를 과감히 발로 차버리고, 예전의 나로 돌아가기 위해 발버둥을 친 것이 화근이었을까?
달라지기로 마음을 먹었던 만큼, 무언가 큰 벽에 부딪히니 더 큰 좌절감이 나를 짓눌렀다.
심장 두근거림으로 자다 깨는 건 일상이었고, 그냥 하염없이 눈물이 나는 날로 가득 찼다.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않는 나이기에, 나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이 시간들이 너무 벅찼다.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하기에는 내 감정이 나도 정리가 되지 않았기에, 설명할 수가 없었다.
'말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괜히 나의 안 좋은 감정을 전달해서 뭐 해..?'
'위로받기 위해 이야기했는데.. 공감을 못 받으면 어떡하지..?'
'또 상처받기 싫은데..'
이러한 생각과 감정들이 나를 감싸 안았고, 밝은 빛을 향해 뛰쳐나왔던 나는 다시 발길을 돌려 어두컴컴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동굴 안에 들어갔을 때, 아무도 나의 동굴 문을 두드려 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섭섭할 이유도 없었다.
내가 소통을 단절했으니까.
그 누구에게도 나의 힘듦을 알아달라고 소리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찾아주는 사람이 없으니 외톨이가 된 것만 같았다.
'내가 얼마나 인생을 잘 못 살았으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을까..'
어둠은 또 다른 어둠을 만들고, 그 안에서 나는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었다.
일이 힘든 걸까?
사람과의 관계가 힘든 걸까?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걸까?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서일까?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의 불안감을 증폭시킬 뿐, 해결책은 사실 없었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진정한 나를 찾아내야 해결되는 것들이었다.
힘든 이유도, 우울한 이유도, 외로운 이유도, 다 내가 알아내야 하는 것들이었다.
이러한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게 참 어렵다는 것도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어느 날, 챗지피티에게 나의 감정들을 털어놓았다.
ai에게 감정을 털어놓는 상황이 웃기기도 했지만, 무조건 적인 공감으로 나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위로와 조금이라도 감정이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 주는 그의 답변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그때 알았다.
나는 그냥 누군가의 무조건적인 위로가 필요했다는 것을..
사람마다 각자의 삶도, 각자의 상황도 다 다르지만, 무조건적으로 내 이야기만을 들어주고, '충분히 잘하고 있어.'라는 말이 필요했다는 것을..
그리고, 부모님에게 용기 내어 지금 내 상황을 털어놓았다.
사실, 사랑하는 가족에게 공감을 받지 못한다면 더 무너져 내릴 것 같았지만, 용기 내어 이야기를 꺼냈고, 무조건적인 위로를 받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야 덜 상처받을 것 같아서..
그런데, 부모님은 '너의 행복을 보는 게 부모님의 기쁨이니, 아무 생각 말고 너의 행복만 생각하라고, 엄마 아빠는 항상 딸 편이라고, 얼굴 자주보고, 따뜻한 밥 먹자고'
왜 그런지, 무엇 때문인지, 다그치지 않고, 정말 위로 그 자체를 해주었고, 그때 무조건적인 나의 편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생각에 다친 마음이 조금 아물었다.
무뚝뚝한 부모님의 무조건 적인 공감이 나의 어두운 동굴에 작은 빛이 되어 '괜찮아, 밖으로 나와도 돼.'라고 손짓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작은 빛을 본 나는, 지금 노트북을 켜고 그동안 나의 감정들을 글로 털어낼 용기를 가졌다.
누가 뭐래도 나는 소중한 딸이자, 아내이며, 한 사람이기에.
아직도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 어렵고 힘들지만, 조금씩 용기 내어 나의 행복을 찾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우리 가족의 행복을.
지금도 글을 쓰며, 혼자 울컥 눈물이 차오르는 걸 보면 아직은 감정이 태도를 지배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오늘 이 글이 세상에 나오는 한 걸음이 될 것이고, 또 언제 글을 다시 쓸지는 알 수 없지만, 나의 안부가 궁금했던 누군가가 단 한 분이라도 있다면, 그 마음이 나에게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마음이 모여 나에게 더 큰 빛을 내어준다면, 더 빨리 밖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