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진심이었던 어린 시절이 그립다.
sns가 발달해서인지, 만나지 않아도 무엇을 하며 사는지 알 수 있는 요즈음.
오프라인 만남은커녕, 전화나 메시지도 잘 안 하게 된다.
그냥 친구의 소식들을 '프로필사진'이나 'sns 피드'를 통해 접하고, '잘 살고 있네~' 속으로 생각하고 끝.
구태여 안부를 묻지도, 더 이상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내 마음속 소통의 상자'가 비워져 갈 때쯤, 갑자기 연락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혹은 신기하게도 그때쯤 친구들에게 연락이 오기도 한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 가며, 오랜만에 '수다쟁이'가 된다.
'수다의 힘'은 얼마나 위대하기에..
만날 생각이 없던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입을 연다.
"언제 밥 한 번 먹자~ 만나서 해야 될 얘기가 많아!!"
"그래그래~ 만나만나! 안 본 지 너무 오래됐다~"
그렇게 '밥 한번 먹자'는 약속을 하고, 통화는 끝이 난다.
그리고, 그 약속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자만 기억하며, 만날 날을 손꼽는다.
내가 그랬다.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언제쯤 연락이 오려나~'하고 기다리는 사람.
기다리다 지쳐 '우리 언제쯤 봐?~ 언제 시간 돼?~'하고 먼저 연락을 하면,
돌아오는 답변은 '아직 주말에 어떻게 될지 몰라서 상황 보고 연락 줄게~'였다.
물론, 가정이 있고, 연인이 있는 친구들과 주말에 약속을 잡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이해는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랑 먼저 약속을 잡아도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나는 주말에 할 일이 없을 때 만나는 존재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나도 일요일 하루 쉬는 건데, 나도 가정이 있는데, 그럼에도 너와 만나기 위해 내 시간을 투자하는 건데..'
'나는 너에게 그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인가 보다.'
라는 생각까지도.
나에겐 '의미 있던 약속'이 상대방에게는 '그냥 인사치레'였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나는, "밥 한 번 먹자"라는 말에 의미를 담지 않는다.
"그래~ 그러자."라는 영혼 없는 대답만 할 뿐.
그리고, 연락을 기다리지도 않는다.
또 상처받을 미래의 나에게 미안해서.
정말 나를 만나고 싶은 사람은
'오늘 시간 어때?'
'이번주 주말 시간 어때?'
라고 정확한 시간을 정한 후에 연락을 한다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다.
늦게 안만큼 몇 차례(아니 수십 차례)의 가해자는 없는 피해자가 되어버린 나는 상처받은 마음을 스스로 치료했고, 그 치료의 부작용으로 난 '영혼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해서 상처를 낸 줄 모르는 상대방을 원망할 생각은 없다.
상대방은 인사였을 뿐인데, 정확한 약속도 잡지 않았는데,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도 안 하냐'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냥 내가 곧이곧대로 밥 먹을 생각을 한 게 상대방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 않은가.
작년에 '유퀴즈'에서 임시완 배우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선배 배우가 "언제 집으로 한 번 놀러 와~"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집으로 방문해서 선배를 당황하게 했던 일화였다.
자신은 재밌게 놀았다고 생각해서 다음에 다시 연락을 했더니, 전원이 계속 꺼져있었고, 알고 보니 전화번호가 바뀌어 있었단다.
이에 mc는 "임시완 배우에게는 진심이 아니면 이야기하지 말아라~"라는 경고의 말로 웃음을 자아냈다.
눈치 없는 사람으로 해석이 되어버린 장면에 웃기면서도 씁쓸했던 기억이 있다.
이 일화를 듣고 난 나의 생각은 2가지였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리고,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 사람이 눈치 없는 사람이 되는 거구나."
웃펐다.
물론, 인사치레로만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정말 만나고 싶었지만, 사정이 생겨서 미루고 미루다 흐지부지 되었을 수도 있고, 바쁜 삶을 보내다 보면 누구나 자신이 한 말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말에 진심을 담아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점점 살기 힘든 세상 속에서 우리는 누구와의 관계보다는 나 자신을 돌보는 데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렇다.
나 자신이 평안해야 누군가를 만났을 때에도 그 시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을 테니까.
그래도 가끔은 담벼락 넘어 소리치던 친구의 목소리가 그리울 때가 있다.
'학교 끝나고 놀자~'라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헤어진 후, 집에 가방만 벗어던지고 다시 나와 우리 집 앞에서 소리치던 친구의 목소리.
친구야~ 노올자~~
바라는 것 없이 서로만 있으면 즐거웠던 그 시절이 그립다.
오늘 그리운 친구에게 진심을 담은 연락 한통 어떠신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