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프 어른 만들기
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 지금 일어난 일에 대한 후회, 매일매일이 후회인 삶을 살고 있다.
특히, 내가 뱉은 말에 대한 후회.
'이 말을 할까, 말까.' 몇 번의 생각 끝에 입 밖으로 꺼내지만, 상대방에게서 돌아오는 반응으로 '아차.'싶었던 적이 꽤 있다.
가까운 사람에게 더더욱.
결혼 전에는 가족이 그 대상이었다면, 결혼 후에는 '남편'이 그 대상이 되었다.
처음 봤을 때는 처음이라 예의를 차렸다.
썸남이 됐을 때는 잘 보이고 싶어서 듣기 좋은 말만 했다.
남자친구가 됐을 때는 가끔 독한 말을 내뱉을 때는 있어도 선을 넘지는 않았다.
남편이 됐을 때, 비로소 내 본심이 나왔다.
(물론 나는 평소에도 직설적이기 때문에 남자친구였을 때도 상처를 많이 줬을 거다.)
그 본심이 문제다.
굳이 그렇게 이야기하지 않았어도 될 일을 굳이 그렇게, 그런 말투로 이야기해서 상대방 마음에 상처를 낸다.
남편은 말을 예쁘게 하는 편이다.
명령조의 말은 전혀 하지 않으며, 무엇을 시켜야 할 때는 '부탁'을 한다.
나는 군인의 피가 흐르는 것처럼 모든 게 다 '명령조'였다.
남편은 그 '명령조'를 굉장히 싫어했고, 그 말투에 마상을 많이 입었다.
처음에는 경상도 사람이 '밥 먹었니?~'라는 어색한 서울 말투를 쓰듯, '이 것 좀 해줄 수 있겠니?~'라는 로봇연기의 끝판왕이었지만, 지금 나는 말 끝마다 자연스럽게 "~해줄 수 있어?~" "해줄래?~"라는 말을 꼭 붙인다.
물론, 가끔 또 군인의 영혼이 튀어나와 나도 모르게 "이거 해"라고 말을 하면 순식간에 차가운 기운이 나를 엄습한다.
남편은 내가 "오늘은 그럴 기분 아니야"라고 말을 하면 절대 토를 달지 않는다.
그냥 그럴 기분이 아니란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해 준다.
나는 남편이 "오늘은 그럴 기분 아니야"라고 이야기하면, "왜~ 왜 아닌데~ 내가 그럴 기분이라고~"라며 무진장 괴롭힌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만 6세의 영혼이 튀어나와 남편이 참다 참다 화를 낼 때까지 눈치 없이 괴롭힌다.
그럼 나는 "왜 이렇게 못됐어! 왜 화를 내~"라고 하면, 남편은 "지금 누가 더 못됐는데!"라며 세상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그냥 하지 말라고 할 때 안 하면 되는 것을.
굳이 남편이 화낼 때까지 괴롭히다가 서로 기분만 망친다.
남편과 말다툼이 생겼을 때도 내가 문제다.
꼭! 마지막에 내 말로 끝나야 하는 몹쓸 병이 있다.
남편이 이야기를 하면 그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내가 반박할 말을 준비를 한다.
남편의 말이 끝나면, 3초도 생각하지 않고, 지금이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내 입은 따발총이 되어버린다.
상대방의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 내 할 말만 하는 내 모습에 남편은 또 상처받은 얼굴이 된다.
별거 아니지만, 별거 아닌 행동이 상대방을 힘들게 한다면 그건 내 잘못이라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그놈의 존심이 무엇인지 그때 당시에는 '내가 잘났다'라고 핏대를 세운다.
'양은냄비'같은 나란 사람은, 확 끓어올랐다가 확 식어버리기에 5분도 안 돼서 바로 '후회'를 한다.
(실제로 연애 시절, 남편 휴대폰에 내 이름은 '은비'라고 저장되어 있었다. '양은냄비'의 줄임말..)
'그러지 말걸.'
'적어도 그 이야기는 하지 말걸.'
'그 단어는 쓰지 말걸.'
..
후회는 후회를 낳고, 또 후회를 낳고.
마음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그 위에 또 상처를 내고, 또 상처를 낸다.
그리고는 '미안하다'는 말로, 그 상처가 아물기를 바라지만, 이미 덧난 상처는 아물기까지 더 오래 걸린다.
알면서도 왜 이놈의 '화'는 주체가 안되는지..
왜 꼭 그때 그 말을 해야 했고, 왜 꼭 그때 그런 행동을 했어야 하는지..
왜 서로 손해가 되는 상황을 굳이 만드는지..
오늘도 후회뿐이지만, 그래도 "얘를 나 아니면 누가 사람 만드나~" 걱정하는 남편 덕분에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아직도 잔소리를 들으면, "어쩌라고~~"라는 사춘기 중학생의 말투로 남편의 화를 돋우지만, 그래도 그 행동을 '자식 키우는 심정'으로 '참을 인을 곱씹으며' 한없이 자상하게 바라봐주는 남편 덕분에.
그리고, '절대 아닌 건 아니다'라고 이야기해 주는 남편 덕분에.
조금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남편! 항상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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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가 짱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