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롱이와 함께하기 #1
나롱이가 퇴원을 하긴 했지만, 일주일마다 진료를 받아야 하는 말기 심장병 환자였기에,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리 부부는 나롱이가 못 해본 것들을 하나씩 같이 해보기로 했다.
그중 첫 번째가 '아울렛 가기'
그 좋은 데를 다 놔두고 왜 하필 첫 번째가 '아울렛'이었는지 물으신다면, 대답은 단순하다.
집 가까운 곳에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아울렛이 있었고, 집과 산책길이 아닌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항상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나롱이는 뒷전이었던 못된 누나였기에, 이제라도 나롱이에게 '누나가 다니던 장소'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아직 기운이 없어서 잘 걷지 못했기에 지인이 선뜻 빌려준 '강아지 이동 가방'에 나롱이를 담아(?) 아울렛으로 출발했다.
마침 남편이 교환해야 할 물건이 있어 매장에 들렀는데, 사람 많은 낯선 곳에 처음 온 나롱이 반응이 어떨지 몰라 나는 구름다리 구석에서 가만히 서있었다.
사실 사회성이 없는 나롱이가 혹시나 사람들 관심에 흥분하지는 않을까, 평소와 다른 환경에 갑자기 돌발행동을 하진 않을까, 걱정이 많았던 나는 계속 불편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연륜은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것인가?
견생 15년 차인 나롱이는 사람이 지나간 것 같으면 가방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가, 사람이 오는 것 같으면 다시 가방 안으로 얼굴을 쏘옥 집어넣으면서 나름 그 안에서 스스로 견뎌내는 방법을 터득했다.
사람이 지나간지 알고 얼굴을 내밀었다가 몇몇 분들과 눈이 마주칠 때도 있었는데,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반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웠다.
사실, 나롱이의 의견은 1도 없이 누나가 원해서 온 장소였기에 그런 나롱이에게 고마웠다.
그날 얼굴이 나름 동안인 나롱이는 가방에서 얼굴을 내밀 때마다, 몇몇 분들에게 '아기 강아지' 취급을 받았기에 그걸 알아들었다면 그 상황을 은근히 즐기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
그날 나롱이의 얌전한 모습에 용기를 얻어 그다음 주에는 강아지가 많은 '펫파크'도 가보고, 아울렛 옆 유람선 선착장에 산책도 가보고, 사람들의 관심도 받아보고, 나롱이가 용기를 낸 만큼 많이 보고 느끼게 해 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게 한 가지 있다.
그동안 나 스스로 나롱이를 편견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
어렸을 때 아빠차를 태우려다 너무 고생해서 '나롱이는 차를 무서워하니까, 차는 못 타.'
사람들이 많으면 무서워해서 '나롱이는 사람 많은데 못 가'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런데 가본 적 없으니까 나롱이는 안돼'
내가 나롱이도 아닌데, 나롱이 입장은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나롱이와 세상을 차단해 버린 것이다.
결국, 나롱이가 '사회성 없는 강아지'가 된 건, 다 '내 탓'이었다.
너무 늦게 깨달았지만, 이제라도 하나씩 나롱이가 좋아하는 것들을 같이 찾아보려 한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나롱이에게는 언제까지 삶이 허락될지 모르지만, 이제라도 나롱이가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한강을 좋아했던 나롱이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겠노라며 바로 다음 장소를 기약했다.
나롱아, 다음엔 누나랑 바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