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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쌤 Aug 06. 2024

어서 와, 바다는 처음이지?

나롱이와 함께하기 #2

2023년 10월 29일.


남편 생일 하루 전 주말, 우리 셋은 바다로 향했다.


생일 축하 겸 나롱이와의 추억을 쌓기 위해.


그리고, 나롱이의 시간은 7배 빨리 흘러가기에 하루라도 빨리 '바다를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했다.


우리 부부는 일요일 하루 밖에 쉬지 못하기에 멀리 갈 엄두는 나지 않았고, 가까운 곳을 검색한 끝에 '동막해변'으로 결정했다.


더 넓고, 더 멋진 바다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우리 셋이 함께 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기로 했다.




도착해서 텐트를 치는 동안 나롱이는 캠핑 의자에서 우리를 바라보며 얌전히 기다려줬다.


칭얼대지도, 보채지도 않고, 본인이 쉴 공간을 마련해 주는 걸 안다는 듯이. 

얼른 완성하라는 듯이.



우리는 완성된 텐트 안에서 '조촐한 생일 밥'을 먹었다.


우리는 내가 만들어간 '김밥'을 먹었고, 나롱이는 주사기로 '치료식'을 먹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소풍온 기념으로 스스로 먹지 않을까 해서 나롱이가 평소 좋아했던 간식들을 들이댔지만, 나롱이는 연신 도리도리를 할 뿐, 입에도 대지 않아 결국 치료식 강급을 하면서 마음이 좋지는 않았던 기억이 있다.




든든하게 식사를 마친 우리는 해변을 산책했다.


나롱이는 처음 밟아보는 모래의 촉감이 이상했는지, 무언가 어색한 발걸음으로 해변을 걸었고, 나는 추억을 남기기 위해 나롱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해변을 걸으면서 행복하기도 했지만, '내년에는 나롱이와 함께 오긴 어렵겠지?'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1분 1초가 아쉽고, 벌써 그리웠다.





밀물이 차서 바다가 노을로 반짝일 때쯤 우리 셋은 바다 앞에 나란히 앉았다.


그리고,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내년에도 꼭 우리 셋이 함께 오게 해 주세요.

라고.


그렇게 우리의 소중한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갔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곤히 잠든 나롱이를 보며 더 행복하게 해 주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2주 후.


내 다짐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나롱이의 삶'을 건 선택이 내 눈앞에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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