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종이 일기] 무럭무럭 자란 근종이

스트레스를 먹고 자란 근종이

by 안미쌤

2017년 9월쯤. 내가 32살 때의 일이었다.


30대 초반. 지금보다 더 열정적이었기에 내 몸을 돌보기보다는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치는 데에 온 정신을 쏟을 시기였다. 특히, 9월은 중간고사 시험대비 기간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나의 몸은 안중에도 없었다.


어느 날 아랫배가 살살 아팠다. 평소 소화 기능이 좋지 않았고, 그냥 배탈이 난 듯한 느낌이었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현 남편 전 남자 친구인 그도 내가 워낙 여기저기 자주 아프다고 하기 때문에 "아프면 병원에 가봐."라는 섭섭하지만 당연한 말을 전할 뿐이었다.


통증이 특별해 보이진 않았기에, 시험이 끝나면 바로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몸이 보내는 신호를 모른 척 넘겼고, 그렇게 배가 아파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도 점점 잊혀가고 있었다.




시험이 끝났지만, 2학기에는 중학교 3학년들이 일찍 기말고사를 치르기에 또 시험준비에 바빠졌다.

병원 가는 건 이미 잊어버린 지 오래였다.


그런데, 어느 날 배가 또 살살 아파와서 침대에 누워 아랫배를 쓰담쓰담하고 있었는데, 매우 딱딱한 무언가가 손에 잡힐 정도로 만져졌다.


순간, 지금까지 있는지도 몰랐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던 건지, '원래 이런 게 만져지는 건가?'라는 무식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리고, 뭔지는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출근길에 동네 병원에 들렀다.




어렸을 때부터 다니던 병원이기에 의사 선생님은 내가 어디가 자주 아픈지를 이미 알고 계셨다.


최근에 배가 살살 자주 아팠던 것과 오늘 딱딱한 무언가 만져졌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으시고, 나를 침대에 눕히셨다.


그리고는 배를 여기저기 눌러보신 선생님은 평소 인자한 얼굴 과는 다른 단호한 얼굴로 "음.. 소견서 써드릴 테니, 얼른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 가까운 ***병원에 소견서 써드릴 테니 가보시고, 딱딱하게 만져지는 부분이 바깥쪽인지 안쪽인지 확실하지는 않으니 '외과'와 '산부인과' 둘 다 써드리겠습니다. '외과' 먼저 가보시고, '산부인과'로 가면 됩니다."라고 말씀하셨다.


항상 병원에 왔을 때, 나의 '건강예민증'에 비해 별거 아닌 일로 판명이 났기에,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왔거늘..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때부터 다시 내 '건강예민증'은 시작되었고, 바로 병원 예약을 하고 외과부터 찾았다.




'외과'에서는 '안쪽에서 만져지는 것 같으니, '산부인과'에서 검사를 받는 게 맞을 것 같다'라고 했다.

평소 생리도 규칙적이었고, 청소년 시절과 달리 생리통도 거의 없었기에, '외과'가 아니라는 말에 오히려 안도했다.


처음 받아보는 '산부인과' 진료에 떨리긴 했지만, 별거 아닐 거라 생각했다.


배정받은 담당교수님과 진료실에서 간단히 이야기를 하고, '질초음파'를 하기 위해 초음파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검사하시는 선생님이 다급하게 간호사선생님을 부르시더니 조용히 이야기했다.


"선생님,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요..?"


'역시 아무것도 없나 보군. 별거 아니었어'라고 생각했다.


"근종이 너무 커서 화면이 까맣기만 하고 자궁 내부가 보이지가 않아요."

"검사가 불가할 것 같은데, 교수님한테 전달드려야겠어요."


'잉? 뭐라고? 아무것도 없어서 안 보이는 게 아니라, 근종이 너무 커서 초음파 검사가 불가하다고???'


뭔가 단단히 잘못됐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진료실 앞에서 내 이름을 불러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초조함에 휴대폰을 만지작 거리지만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현남편이자 전 남자 친구의 손만 꼭 붙잡고 있었다.




"안미*님~ 진료실로 들어오세요~"

간호사 선생님의 친절한 부름에 얼른 진료실로 들어갔다.


담당교수님은 앉자마자, "같이 오신 분은 누구신가요?"라고 물었고, 나는 남자친구라고 대답했다.


"결혼하실 사이신가요?"라는 질문에 진료실에서 받을 질문이 맞나 싶으면서도 "네, 뭐 그럴 거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결혼하시면 임신 계획은 있으신가요?"


아직 결혼하려면 멀었는데, 임신 계획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 당연히 결혼하면 아이를 가질 생각이었기에 "네, 아이는 가질 생각입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평소 진료실에서의 질문과는 달랐지만, 진료 결과는 사적인 이야기니 누구냐고 물었을 거고, 남자친구면 얼마든 헤어질 수 있는 남이기에 이야기할 정도의 관계인지 물었을 거고, 산부인과니까 결혼 후 임신 계획이 중요할 테니 물었을 거라 생각했다.


궁금한 사항들에 대한 질문이 끝났는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근종이 매우 큽니다. 성인 주먹 정도의 크기가 여러 개 보이고요. 초음파가 불가할 정도로 개수도 많습니다. 빨리 수술을 해야 하니, 이 날 이후 가능하신 날짜 말씀해 주세요."


"네? 수술이요? 지금은 바빠서 어려운데.. 당장 해야 하나요?"


이 와중에도 내 몸보다는 아이들 시험기간이 더 중요했다. (미친 건가..)


"네 얼른 수술해야 합니다. 근종은 한번 생기면 계속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아이계획이 없으면 자궁적출도 고려할 수 있는데, 아이 계획이 있으시고 아직 젊기 때문에 개복해서 근종제거수술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복강경수술도 있는데, 근종 크기가 커서 불가하고 개복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머리가 하얘진 나는 그래도 아이는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아이도 낳아보지 않았는데 개복을 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웠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죽는다는 것도 아닌데, 마치 시한부선고를 받은 드라마 여주인공 마냥 너무 두렵고 무서웠고, 슬펐다.


우선 수술 날짜를 상의해 보라는 이야기에 현남편이자 전 남자 친구인 그와 밖으로 나와 긴 이야기를 했다.


같은 학원에서 일을 했기에 날짜를 함께 상의할 수 있어 다행이었고, 내가 빈자리를 그가 채워줄 수 있었기에 감사했다.


그리고, 그는 "아프면 병원 가봐."라고 했던 그 말을 후회하며 나와 함께 같이 울어줬다.


"괜찮을 거야. 수술하면 괜찮다고 하니까, 얼른 수술해서 몸부터 챙기자."라는 따뜻한 말과 함께.


그리고, 출근 전 들린 엄마 가게에서 엄마 얼굴을 보자마자 "엄마, 나 수술해야한대"라는 한 마디와 함께 엄마 품에 안겨 아이처럼 펑펑 울었다.


무슨 일인지 궁금했을 법도 한데, 어린 아이처럼 펑펑 우는 내가 그저 안쓰러웠는지 "괜찮아. 아무 일 없을거야."라는 한마디만 할 뿐, 내가 눈물을 그칠 때까지 따뜻하게 꼬옥 안아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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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나는 중3 기말고사가 있기 3주 전, 모든 걸 멈추고 내 몸을 지키기 위해 입원을 했다.



ps.

자궁근종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절반 정도 된다고 합니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하기에 우리 모두 스스로를 돌보며 지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무언가 의심이 된다면 주저말고 병원으로 가시길 바랍니다.


나도 모르게 내 안에서 근종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20230817165050_bbqmzkdq.jpg 출처. 구글 이미지.



[감사의 글]


오늘 일어나서 여느때처럼 '통계'를 확인했는데, 조회수는 계속 오르고 있고, 다음사이트 유입이 유난히 많더라구요?


설마 하는 마음에 다음을 확인하니, 생활정보/건강란에 제 글이 소개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제 일상에서 경험한 것들, 느낀 것들, 잘 전달해드리는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족한 제 글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KakaoTalk_20240814_135904054.jpg 모바일 다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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