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종이 일기] 근종아 잘 가.

다신 보지 말자.

by 안미쌤

수술 전 날 입원 수속을 마치고, 현 남편이자 전 남자 친구인 그와 함께 병원 옆 스벅에 놀러 갔다.

환자복을 입고 룰루랄라 하며 스벅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다음날 출근을 안 해도 된다는 철없는 생각이 나의 뇌를 지배했는지, 수술에 대한 걱정은 없었던 것 같다.

주삿바늘도 없이 가벼운 몸뚱이로 병원에 입원해 있으니, 멀쩡하다는 생각에 어디 놀러 온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수술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다.


나는 그 간호사님의 설명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안미*님은 개복 수술로 진행할 거고, 제왕절개랑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산모는 여기서 '아기'가 나오는 거고, 환자분은 여기서 '근종'이 나오는 거예요~"


'뭐지? 방금 내가 들은 건?' 순간 웃음이 터져 나왔고, 이해하기 쉬운(?) 설명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곧 '수술실'로 향했다.


온 가족이 총출동해서 나의 수술이 잘되길 응원해 줬고, 나는 홀로 그곳에 들어갔다.


'차가운 수술실' 안으로 들어가 수술대 위에 누우니, 그제야 '두근두근' 심장이 요동치고, 두려움이 밀려왔다.


'잘 되겠지? 잘 될 거야..'


나는 항상 무언가 두려움을 느끼면 '남들도 다 하는 건데 뭐.. 나도 할 수 있을 거야!'라는 생각을 한다.


오늘도 역시나 '남들도 다 하는 수술, 나도 잘할 수 있다!'라는 생각과 함께 그렇게 깊은 잠에 빠졌다.




"안미*님! 안미*님! 수술 끝났습니다. 눈 뜨세요!"

간호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고, 내 몸을 흔드는 게 느껴져 눈을 떴다.


"악!!"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내가 놀랐다.


'뭐지? 이거 왜 이렇게 아프지?' 생각보다 심한 통증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그리고, 수술이 끝난 후 회복실에서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있었는지, 침대에 실려 밖으로 나온 나를 보고 엄마는 "왜 이렇게 늦게 나온 거야~ 수술은 끝났다고 하는데 나오질 않아서 너무 걱정했어!!"라며 오랜 시간이 흘렀다는 걸 알려주었다.


그런 엄마를 보자마자, "엄마... 나 너무 아파~~~" 뿌앵 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사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입원도 자주 했고, 간단하지만 편도선 수술도 했고, 하지정맥수술도 했고, 참 병원을 많이 다닌 편이었다.


그리고, 그 고통들을 다 참아냈고, 생각보다 별 거 아니었던 적도 많아서 이번에도 별거 아닐 줄 알았다.

수술이 끝나고 울어본 적도 없었기에 엄마는 우는 나를 보고 많이 놀란 듯했다.




수술이 끝난 후, 시간이 흐를수록 수술이 문제가 아니었다.


통증이 심할 때마다 '무통 주사'를 스스로 주입할 수 있도록 연결을 해놨는데, '무통 주사'가 전~~ 혀 들지를 않았다.

말을 듣지 않으니, 연달아 누르다가 오히려 '구토'만 여러 번 했다. (무통주사의 부작용이라고 했다)


배를 개복해서 가뜩이나 움직임도 힘들고, 아파 죽겠는데 무통 주사 때문에 구토까지 나와 몸을 움직이는 건 나에겐 극한의 고통이었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무통 주사'를 꺼버렸다.


그리고 그 통증을 온전히 나 스스로 감당해야 했다.




자정이 넘은 새벽에 간호사님이 나를 깨웠다.


"안미*님, 지금 수술한 부위를 모래주머니로 누르고 복대를 차고 있는데, 이걸 풀 거예요. 갑자기 누르던 압력이 사라지기 때문에 아플 수 있어요. 자, 풀겠습니다. 아픕니다~~"


나는 여태껏 "환자분~ 안 아파요. 살짝 따끔할 겁니다~"라는 말이 국룰이라고 생각했는데, '아프다고? 얼마나 아프다면 아프다고 이야기를 하는 걸까?'라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고 숨을 참았다.


"윽!!"


외마디 말과 함께 모래주머니는 내 배에서 떨어졌고, 아프다고 이야기해 주신 덕분에 오히려 '생각보다 안 아프네'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무거운 모래주머니가 사라지니 오히려 몸은 가벼웠고, 그렇게 첫 날밤이 지나갔다.




이튿날, 지옥은 시작되었다.


아침 일찍 밥을 먹기 위해 침대를 세우는데, 쇄골부터 어깨 주변을 칼로 쑤시는 듯한(?) 통증이 있었고, 너무 놀란 나머지 간호사 호출 버튼을 겨우 잡아 눌렀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룩주룩 흘렀다.

(물론, 칼에 안 찔려봐서 모르겠지만, 뭐라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질 않는다.)


마침 현 남편이자 전 남자 친구인 그가 병실로 들어왔고, 나를 보고 놀란 그를 보자마자 울음은 더 커졌다.


그 통증의 원인은 개복과 동시에 복강경을 진행했는데, 복강경 할 때 주입된 가스가 몸에 남아있어 통증이 생기는 거라고 했다. '방귀'가 나오면 괜찮으니, 많이 걸으라고 했다.


그러나, 걷는 게 문제가 아니라, 걸으려면 몸을 일으켜야 하는데 수술부위 통증 때문에 몸을 일으키는 게 백만 년이었다.


나무늘보 버금가는 슬로모션으로 천천히 상체를 조금씩 일으킨 후, 다리를 또 아주 천천히 움직여 침대아래로 내리고, 그의 몸에 의지해서 두 다리를 바닥에 닿게 하면 "윽!" 하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내 몸은 바닥 위에 서게 된다.


그러면 이제 보조기에 의지해서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층 한 바퀴를 돌고 다시 들어온다.


한 바퀴 천천히 걷다 보면, 자궁 안에서 10달 동안 무럭무럭 자란 소중한 '아기'를 낳고 몸을 회복하기 위해 걷기 운동을 하는 산모들과 마주치게 되는데, 나는 언제부터인지 내 자궁에서 무럭무럭 자란 '근종'을 낳고 몸조리를 하고 있는 이 현실이 웃펐다.


그리고, 그렇게 조금씩 회복해갈 때쯤, 더 극심한 고통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와, 이제 시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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