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근종이는 내 몸속에서 사라졌지만, 나에게 '똥'을 싸지르고 간 기분이었다.
나 몰래 기생하던 근종이는 '우 씨.. 안 들키고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었는데, 감히 날 제거해?'라는 생각을 했던 걸까?
복강경 '가스통'으로 인해 어깨가 쑤시는 것도 처음 느껴본 통증에 괴로운데..
내 배에 '쉽센치' 스크래치를 낸 것도 서러운데..
나무늘보 같은 느린 움직임으로 아픈 배를 부여잡고 '방구'를 위해 걸어야 하는 이 상황도 짜증 나는데..
원인 불명의 '두통'까지 남기고 가다니.
너란 자식은 어떤 자식이길래 그냥 조용히 사라질 것이지, 나에게 많은 아픔을 주는 건지 따져 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복강경 가스통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웠는데, 진짜 고통은 지금부터였다.
이튿날 저녁부터 극심한 '두통'이 나를 찾아왔다.
'어서 와, 이런 두통은 처음이지?'
정말 처음이었다. 이런 두통은.
앉아있어도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베개에 머리를 기대어 누우면, 베개에 닿아있는 부분부터 머리가 옥죄이는 는 느낌이었다.
빗대어 이야기하자면, 무거운 쇳덩이 헬맷을 쓰고 있는데, 누군가 그 헬멧을 점점 조여서 내 머리를 짓누르는 느낌이랄까?
영화 '쏘우'에서 그 얼굴에 볼터치한 삐에로 같은 놈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자, 지금부터 게임을 시작하도록 하지.'
정말 누군가가 나에게 고통을 주고 싶은 게임을 하고 있는 거라면, 지금 당장 '전 기권입니다!'하고 도망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물론, 기권은 곧 죽음이겠지만.
머리가 아프다 보니 정신도 이상해진 걸까.
이러한 상상을 하면서 시간이 해결해 주길 바랐다.
간호사님에게 계속 두통을 호소하며, 이 세상에 존재하는 '진통제'는 다 먹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30분 정도 지나면 언제 나아졌냐는 듯 다시 두통이 시작됐기에 저런 상상이나 하면서 시간이 해결해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제 퇴원하는 날이 되었다.
지속적인 통증에 나름 큰 수술은 한 것 같은 착각에 한 2주는 입원해야 되지 않나 생각했지만, 나만의 착각이었다.
4일이 되던 날 나는 퇴원을 했다. 아니, 하라고 했다.
"머리가 아직도 이렇게 아픈데, 퇴원을 하라고요? 퇴원해도 괜찮은 거 맞나요?"
"두통은 산부인과 진료와 관계없기 때문에 근종 수술 입원 기간에 따라서 오늘 퇴원하시는 게 맞아요. 두통이 계속되면 집 근처 병원에 내원하셔서 치료받으세요."
'매정하다.'
두통이 아무리 산부인과 관련 질병은 아니라지만, '자궁근종수술'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통증이 시작된 건데 아무 관계없으니 퇴원하라니..
맞는 말이지만, 나한테는 오답이었다.
'삐!'하고 부저를 울리며 '엑스표시 팻말'을 들고 시위라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이미 퇴원수속을 마치고, 현 남편이자 전 남자 친구인 그의 부축을 받으며 며칠이라도 함께 했던 병실 동기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퇴원을 하고, 주말까지는 쉬었다가 그다음 주부터 출근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놈의 두통은 언제까지 지속이 되는 건지, 출근이고 나발이고 지금 같아서는 저 세상으로 가게 생겼다.
결국, 아직 수술부위가 아물지도 않은 배를 부여잡고, 나에게 처음 큰 병원에 가보라고 했던 동네 병원으로 향했다. 나무늘보의 걸음으로.
그 병원에서는 무언가 나의 이 고통을 해결해 줄 거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었다.
그리고, 도착한 병원에서 나는 그간의 일을 모두 설명했고, 한참 내 이야기를 듣던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딱 한마디 하셨다.
"여기 옆에 한의원으로 한 번 가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