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종이 일기] '한방'에 해결되다.

양방과 한방의 콜라보레이션

by 안미쌤

"네? 한의원이요? 한의원을 가요?"


의아한 듯이 묻는 내게 의사 선생님은 "제가 한의원을 가라고 하는 게 좀 이상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동안 병원에서 진통제를 처방받았음에도 호전이 없는 걸로 봐서 한의원을 한 번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씀하셨다.


여전히 당황스러웠지만, 너무 아팠던 나는 이상하든 말든 이 고통이 멈추길 바라는 마음에 바로 옆 한의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의원에 가서 나는 또 지금 어떤 수술을 받았고, 그동안 어땠고, 두통이 어쩌고 저쩌고 한참을 떠들었다.

말하다가 쓰러질 판이었다.


한의사 선생님은 가만히 들으시더니, '마취 부작용으로 혈이 막힌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순환이 되어야 하는데, 혈이 막히다 보니 머리로 통증이 오는 것 같다'고 하셨다.


'오~' 뭔가 그럴싸했다.


우선, 침을 맞아보자고 하셔서 바로 'ok!!'를 외쳤다.

(물론 마음속으로. 겉으로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네..'라고 할 뿐.)




수술 부위가 아물지 않았기에 엎드릴 수 없던 나는 간호사 선생님의 부축을 받아 겨우 침대 위에 '가부좌 자세'로 앉았고, 침은 내 머리부터 얼굴, 어깨, 손까지 사정없이 꽂혔다.


침을 맞은 채로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도 고통이었으나, 자세 때문인지 이 고통을 겪어내면 세상만사 다 평안한 부처의 마음이 될 것만 같았다.


시간이 지났고, 침을 제거하시던 선생님은 "좀 나아지긴 할 거예요. 푹 쉬면서 다시 통증이 생기면 또 침 맞으러 오세요~"라고 하셨다.


'정말 나아지려나?' 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향하던 나는 10월에 어울리지 않는 따가운 햇살에 눈이 찌푸려졌고, 두통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뭐여.. 나아진다메..!! 그럴지 알았어! 괜찮아지긴 개뿔..'


한의원을 나온 지 10분도 안돼서 괜찮아질 거라는 과대망상을 했던 건지, 불평불만 가득 찬 생각을 곱씹으며 집에 도착했다.


사실, 침을 맞자마자 나아지면, 이 세상에 안 아픈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그동안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린 나는 괜히 선생님에게 화풀이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집에 도착한 나는 여전한 고통에 그냥 눕기로 결정했다.


'에라이, 잠이나 자자.'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고, 머리는 너무 아파왔기에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그렇게 잠을 청했다.


누워있어도 머리가 깨질 듯 옥죄어 왔던 나는 어느새 깊은 잠에 빠졌고, 몇 시간 후 울리는 전화에 잠이 깼다.


엄마였다.


"좀 어때? 괜찮아? 병원은 다녀왔어?"


"응, 갔는데 한의원을 가라는 거야. 그래서 옆에 백*한의원을 갔지. 갔더니 혈이 막혀서 그렇다나? 그래서 침 맞고 왔는데, 나아진다더니 그냥 그랬어. 그래서 자다가 엄마 전화에 깬 거야."


"그래? 한의원에 가래? 그래서 자고 일어나니까 어때?"


"뭐 어때, 아직도 아프... 엥? 어? 어? 안 아픈데??"


"안 아파? 그럼 다행이고. 그럼 엄마 손님 와서 끊는다~ 쉬고 있어~"


엄마와 전화를 끊고, 누워있던 몸을 일으켰다.


5일 동안 나를 괴롭히던 두통이 사라졌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 머리를 앞뒤로 흔들고 옆으로 도리도리 하고 별 짓을 다했으나, '개운~' 그 자체였다.


아팠던 게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정말 1도 안 아팠다.


너무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맑고 개운하고 청량하며 또렷한 머리'였다.


너무너무 신기했다.


한의사 선생님의 "나아지긴 할 거예요~"라는 말씀이 진짜였구나.


'양방'과 '한방'의 특급 콜라보레이션이었다.


만약, 그때 동네 가정의학과 선생님이 한의원을 추천해주시지 않았다면.

또 그냥 진통제만 처방해 주시고 기다려보자고 하셨다면.


느껴보지 못했을 이 개운함.


그때까지 '양방'과 '한방'은 '서로 견제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던 나였기에, 자신이 평생 공부한 양방에 대한 고집 없이 '오직 환자를 위해' 처방을 해주신 선생님에게 너무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 이후로 나는 친구들이 아프다고 하면 한의원을 추천할 때가 있다.

그리고, 내가 두통에 힘들 때면 다시 한의원을 찾아가곤 한다.


모든 게 다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라 생각한다.


경험을 하지 못했다면 추천할 수도 없을 테니까.


그래서 그때의 나와 같은 통증을 겪고 있는 분이 있으시다면, 그분이 우연히 나의 글을 읽게 되신다면, '아,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며 자신의 통증을 조금을 덜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의 '근종이 일기'를 남기게 되었다.




TO. 제 [근종이 일기]를 모두 읽어주신 독자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통증을 겪었습니다.

제왕절개가 정말 지금과 동일한 통증을 저에게 준다면, '아이도 낳지 못할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을 정도였으니까요.


사람마다 느끼는 통증은 다르기에 지금 저의 글을 읽으면서도 '뭘 저렇게까지 아프다 그래?'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진짜 그 쇠헬맷으로 제 머리를 옥죄어 오는 것 같은 통증은 겪어보지 않으시면 모르실 겁니다.

모르시면 좋겠고요.


그만큼 특별한 통증이었기에 혹시나 근종 수술을 앞두신 분들에게 '이런 통증도 있을 수 있으니 알고 계세요~'라고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겁을 주려던 건 아니고, 정말 제 경험을 100% 공유해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술이고, 겪어낼 수 있는 수술이라고, 잘 해낼 수 있다고, 나쁘지만은 않을 일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무겁지 않게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그냥 '건강 정보'를 얻고 싶어 클릭을 했다가 실망하신 분들도 있을 수 있지만, 저는 그때 수술 과정, 절차, 후기를 공유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때의 저의 생각, 마음, 기분, 저의 상황을 공유하고 싶었어요.


이 수술이 '가볍다'라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너무 상심하지 말고, 같이 잘 이겨내 보자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제 글 끝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그럼, 제 [근종이 일기]는 여기서 마무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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