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 운동을 하기로 했다.
20대 때는 개인 pt를 받으며, 나름 일주일에 2번이라도 운동을 하려고 했고, 매우 건강하지는 않았지만 나름 사람답게 살았다.
잠시 일을 쉬었던 29살에는 로드사이클을 타면서 자전거 동호회도 참석하고, 초계국수가 먹고 싶으면 팔당까지 자전거를 타고 왔다 갔다 할 만큼 꽤 활기차고, 건강한 삶을 살았다.
그때는 아무리 먹어도 살은 찌지 않았고, 마른 근육 몸매가 됐으며, 키 168cm에 55 사이즈도 큰 몸이 되었었다.
30대 초반에는 다시 학원강사 일을 하면서 야식을 먹고, 스트레스받는다고 술을 마시고, 운동할 시간이 없다며 게을러진 탓에 몸무게는 점점 늘었고, 몸무게를 떠나 건강하지 않은 몸이 되고 있었다.
30대 중반에는 필라테스도 하고, 홈트도 하면서 나름 만신창이가 되지 않도록 조금의 노력은 하고 살았다.
그리고, 지금 30대 후반.
내 몸은 '재활용 불가한 일쓰'가 되고 있다.
원인 모를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목 뒤부터 눈까지 전해지는 '두통'이 거의 매일 있다.
'소화불량'을 달고 살며, 장에는 가스가 가득 차 '더부룩'하다.
근육은 점점 빠지고, 지방이 붙어 몸은 '지방이'가 되어가고 있다.
'올바르지 못한 자세'때문에 등은 점점 굽어가고, '라운드숄더'가 이미 많이 진행된 듯하다.
골반도 틀어졌는지 다리는 점점 '엑스자다리'가 되어가고 있으며, 예전에 다리 하나 믿고 살았는데 이제는 다리를 가리고 산다.
우울하다는 이유로 모든 걸 놓았을 때가 있었다.
일은 고사하고, 나 자신을 돌보는 것도 불가했고, 일주일 동안 햇빛도 안 보고 살았던 적도 있었다.
지금도 이따금씩 찾아오는 무기력감에 내 몸을 포기한 지 오래다.
매일 같이 일을 하고 나름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찾아오는 '인생의 위기'와 빠져나오지 못하는 늪을 마주하다 보니, 어차피 죽을 몸 가꿔서 뭐 하나 싶었다.
어차피 삶이 나아질 것 같지 않은데, '이렇게 살다 죽지'. 관리는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도 문득 자기 관리를 열심히 하시는 분들을 보면, '한 번 살다가는 인생, 멋지게 살아보고 싶다.'라는 생각도 들고,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노력한 만큼 보여준다던데, 내 몸도 같을까?'라는 생각에 운동을 하고 싶어 질 때도 있다.
20대 때는 운동은 다이어트를 위해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30대 중반까지도.
어렸을 때는, 아니 조금 더 젊었을 때라는 표현이 맞으려나?
몸매가 멋진 사람들을 보며 타고난 거라 생각했다.
(물론 어렸을 적 나도 몸매는 나름 자신 있었기에 내 몸이 이리될 줄 몰랐다. 나도 타고난 줄 알았다.)
나는 가질 수 없는 거라 생각했고, 가질 수 없는 것과 나 자신을 비교하며 스스로 자존감을 낮췄다.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만큼 노력을 통해 얻어낸 것이라는 걸.
같은 노력을 했을 때, '나는 왜 저렇게 되지 않지?'라며 비교도 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소파에 기대어 퍼질러 누워있으면서 노력하는 사람과 나를 비교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였다.
그걸 이 나이에 깨닫다니 나도 참 철이 없다.
이제는 망가질 데로 망가진 내 몸을 보면서, 살고 싶어졌다. 그것도 잘.
멋진 몸매를 꿈꾸는 게 아니라, 건강한 몸을 갖고 싶어 졌다.
'몸은 노력한 만큼 보여준다.'는 그 말을 믿고, 내 몸을 실험해 보고 싶어졌다.
집, 학원, 나롱이 간호.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 우울함을 느낄게 아니라, 내 몸을 움직이면서 나 자신을 돌보고 싶어졌다.
내가 건강해야 주변 사람에게도 좋은 기운을 줄 수 있고, 좋은 기운을 느껴야 그 사람들도 나를 만나고 싶어 질 테니까.
환경 탓은 그만하고, 이제 나 스스로 나 자신을 돌보고 싶어졌다.
나는 내가 돌봐야 하니까.
'어차피 똑같은 인생, 그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버리고, 앞으로는.
살고 싶다,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