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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쌤 Sep 23. 2024

인생은 '무지'와 '줄지' 그 사이 어딘가.

비 오는 도로 위, 인생을 생각하다.

금요일 밤 퇴근길. 


비가 많이 내리고 있는 도로 위를 운전하다 보니, 도로 위의 '차선'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차로유지보조장치'에 의존하며 주행을 했다.


가운데로 잘 가고 있는 듯했으나, '삐빅'하는 경고음으로 "잘못 가고 있어!!"라고 알려주니, 빗물로 인해 차선이 잘 보이지 않을 때는 도움이 많이 된다.


불현듯, 인생에서 무언가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을 때, "그건 아니야!"하고 이야기해 줬던 사람들이 생각났고, 인생에는 보이지 않지만 기준이 되는 '선'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다 못해 글을 쓸 때에도, 수학 문제를 풀 때에도, '줄지'가 편할 때가 있고, '무지'가 편할 때가 있다.


한 줄 한 줄 단락을 나눠 정돈해 글을 쓸 때에는 '줄지'가 편하다.

풀이 과정을 명확하게 적으며 풀어야 할 때에도 '줄지'가 편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낼 때는, 생각나는 단어들을 마인드맵처럼 적다 보니 '무지'가 편하다.

함수의 좌표평면을 그리거나, 도형을 그려야 하는 문제를 풀 때에는 '무지'가 편하다.


이렇듯, 인생도 '선'을 지켜야 하는 일도 있고, '선'이 없어야 편한 일도 있는 것 같다.


아무리 빗길이라 차선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차선을 침범할 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기에 우리는 '보이지 않는 선'이더라도 지키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줘서도, 받아서도 안된다.


사회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규칙들이, 약속들이, 인생에서는 '줄지'가 아닐까?


조금 벗어난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하며, 보기 좋지 않은 것이 꼭 '줄지'노트에 막 적어놓은 글 같은 느낌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인생은 '줄지'보다는 '무지'가 더 많은 것 같다.


대표적으로, 우리의 '꿈'이 무지가 아닐까?


정해진 것도 없으며, 끝이라는 것도 딱히 없고, 하나 일수도 여러 개일 수도 있고, 누구는 작을 수도 누구는 클 수도 있는 꿈.


그 꿈을 이것저것 그리고, 꿈꾸다 보면 줄에 맞춰 적기란 여간 짜증 나는 일일지도 모른다.


내가 학원 강사로 일을 하며, 그림 그리는 일러스트 작가를 꿈꾸다가, 글을 쓰는 작가를 꿈꾸는 지금.


내가 어디로 튈지 나도 모르는데, 줄에 딱딱 맞춰 앞으로 나아간다면 너무 답답할 것 같다.


어디로 튈지 모르니까, 깨끗한 '무지' 위에 이 것도 남겨보고, 저 것도 남겨보며 조금씩 꿈을 향해 한 페이지씩 장식해 나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비 오는 날 밤, 운전을 하다가 갑자기 무슨 철학적인 생각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작사작곡가가 "갑자기 영감이 떠올라요!"라고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불현듯, 보이지 않는 차선에서 내가 길을 만들어 가야 하는 상황이 내 인생처럼 보일 줄 알았겠는가.


매일 수학만 풀던 내가, 삶에서 글의 소재를 찾고, 영감을 얻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정말 인생은 내가 만들어가는,


'무지'와 '줄지' 사이 그 어디인 것 같다.


인생은 무지와 줄지 사이 그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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