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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쌤 Sep 19. 2024

도로 위의 크리스마스

2024년 며느리이자, 딸로서 추석 연휴를 보내며.

이번 추석 연휴는 처음으로 친정 '떡집'일을 하지 않고, 연휴 첫날부터 시댁에 내려갔다.



[명절 시리즈]를 읽으시면, 사연을 알 수 있습니다.



토요일 수업이 끝나자마자, 집에 가서 짐과 나롱이를 챙긴 후, 간단히 김밥으로 끼니를 때우고 바로 고속도로 위에 올랐다.


밤 8시 40분.


도착 예정시간은 밤 12시 49분이었기에 평소와 비슷했다. (목적지는 마산이기에)


중간중간 휴게소에 들르면 1시간이 추가되니, 새벽 2시 전에는 도착할 거라 예상했고, 내 예상대로 새벽 1시 45분쯤 시댁에 도착했다.


밤늦게 출발했을 뿐 평소 시간과 비슷했기에 연휴 첫날 내려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2024년 추석.

결혼 6년 차에 처음으로 어머님의 일손을 도왔다.


일을 시키는 걸 미안해하시는 어머님 덕분에 소원이었던 '튀김 만들기'만 내 담당이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명절 음식을 해볼 수 있었다.


고구마튀김, 연근 튀김, 도라지 튀김, 새우튀김.


3시간 정도 걸려 1차 튀기고, 2차 튀기기까지 완료하니 한 바구니의 튀김이 완성되었고, 너무 뿌듯했다.


그동안 '떡집' 일이 너무 힘들었던 걸까.


부엌에 3시간 동안 서서 뜨거운 불 앞에서 튀김을 반복했지만, 힘든 것보다는 재미있었고, 그동안 이 많은 일을 어머님 혼자 하셨다는 게 죄송했다.


튀김을 튀기다가 어머님께 "그동안 이걸 다 혼자 하셨던 거예요??"라며 놀라워했지만, 어머님은 "혼자 쉬엄쉬엄 하면 금방 해~"라며 지난 세월 며느리 없이 혼자 음식을 다 한 것에 대한 불만이 하나도 없으셨다.


그리고 어머님은 "친구들이 내 며느리는 다 특이하다 그란다~ 시댁에 있는 걸 왜 그렇게 좋아하냐고~ '그럼 내도 모른다~ 최~대한 있을라칸다' 한데이~"


무언가 그 말투 속에 오래 있는 며느리에 대한 귀찮음도 있으셨지만, 내심 뿌듯해하시는 것도 있는 것 같았다.


그 말씀에 "저는 친정에 가면 일을 시키고, 시댁에 오면 어머님이 일을 안 시키시니까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리고, 아무래도 보통 가정은 친정에서 집안일을 안 해보다가 시댁에 왔는데 갑자기 일을 시키니 반감이 생겨서 그런 것 아닐까요?~"라고 답변했다.


어머님도 "맞는 것 같네~"하시며, "튀김 해보니까 소원 풀었나~ 힘든데, 뭐 한다고 니가 한다고 하노~"하며 며느리에게 일을 시키시면서도 옆에서 다른 음식을 만드시며 자리를 함께 지켜주셨다.


이후, 밖에 나갔다 돌아온 남편과 시아버님께 "이거 3시간 동안 1분도 안 쉬고 제가 다한 거예요~"하며 철없는 며느리의 생색내기가 시작되었고, 남편과 시아버님은 그에 맞춰 부엌까지 오셔서 리액션을 해주시며 며느리의 기를 팍팍 세워주셨다.


그리고, 다른 음식은 그날 저녁 남편 모임에 나간 사이 어머님이 다 해놓으셨다.




월요일은 시댁에서 쉬다가 오후 늦게 어머님, 남편과 함께 영화 나들이를 갔다.


명절에 올 때마다 어머님을 모시고 영화관을 찾는데, 사실 평소에 어머님이 우리보다 영화를 더 많이 보신다.

그래서 보셨는지 먼저 여쭤보고, 안 보셨다고 하면 같이 영화를 보러 간다.


이번 에는 마침 추석 연휴에 맞춰 개봉한 [베테랑 2]를 보러 갔다.


영화를 보며, 스트레스도 풀고, 저녁엔 집에 가서 아버님과 술 한잔을 했다.


이번에는 소주 말고, 선물 받은 위스키를 가져가 '하이볼'을 만들어드렸다.


처음엔 위스키 쓴 맛에 별로인 듯했으나, 아버님은 며느리의 정성 때문인지 끝까지 다 마셔주셨다.


그렇게 시댁에서 시댁 살이가 아닌 힐링을 하고, 화요일 낮 12시에 귀경길에 올랐다.




사실, 지금까지 5년 동안 친정 떡집 일을 돕고, 명절 당일에야 시댁에 내려왔었기 때문에 귀경길의 고통을 몰랐다.

어렸을 때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10시간 넘게 차에 있었던 적은 있지만, 그때는 내가 운전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루하기만 했지 고통스럽지는 않았으니까.


성인이 되어서는 처음으로 명절에 친정으로 향하는 고속도로에 오른 것이다.


사실, 언제 올라가는 게 맞는지 고민이 많이 되었지만, 우리는 '이것도 경험을 해봐야 나중에 어떻게 할지 알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친정 부모님 두 분만 적적하실 것 같은 미안함에 하루라도 친정에서 자겠다며, 낮 12시에 출발한 것이다.


처음엔 네비에 밤 8시 도착이라고 떴고, 휴게소에 들르고 하다 보면 밤 9시에는 도착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역시나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첫 휴게소도 들리기 전 밤 10시 도착으로 바뀌었고, 화장실은 지속적으로 들려야 했기에 시간은 더 추가됐다.

특히, 나롱이가 있기에 더더욱.


그렇게 남편과 나는 번갈아 운전을 하며 올라왔고, 컨디션이 저조한 남편을 위해 중간 6시간은 내가 운전을 했다.


그러다가 도착 시간이 11시 15분으로 바뀌는 걸 본 순간!


[나롱이는 못 말려] 연재가 걱정되었다.


명절을 보내느라 글을 절반 밖에 쓰지 못했고, 밤 9시쯤 도착하면 이어서 쓸 생각이었는데, 시간을 보니 마음이 급해졌다.


"으악!! 화요일 연재날 올리는 건 꼭 지켜야 하는데!! 약속이야 약속~~"하는 내 포효에 남편이 운전을 바꿔줬고, 결국 흔들리는 차 안에서 머리가 터지게 글을 마무리해서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그렇게 글을 올리고 고개를 들었을 때, 막힌 고속도로 위 "빨간 불빛"들이 보였다.


형형색색의 알록달록한 불빛은 아니었지만, 차 들이 만들어 낸 빨간 불빛이 내 눈에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반짝이는 전구'처럼 보였다.


나는 남편에게 "완전 크리스마스 같어~"하며, "다음 글은 [도로 위의 크리스마스]다!"라며 혼자 어떤 글을 쓸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리고, 그 빨간 불빛이 사라질 때쯤 11시간 만에 친정에 도착했다.




남편과 나는 왜인지 그 11시간이 별로 안 힘들었다.


서로를 배려하며 운전을 했기 때문일까?

나롱이가 그 11시간을 잘 버텨줬기 때문일까?

엄마를 보러 가는 길이었기 때문일까?


어떠한 이유에서든, 내가 처음 해보는 것이 많았던 이번 명절은 힘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도로 위의 꽉 막힌 차들의 불빛이 '크리스마스트리의 반짝이는 전구'처럼 보인게 아닐까?


확실한 건,


나의 첫 번째 가족인 친정과 두 번째 가족인 시댁.

그 어디에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나는 '럭키안미'다!!


출처. 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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