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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쌤 Oct 29. 2024

나롱이의 마지막 16일의 이야기.

그 두 번째 이야기.

2024년 10월 11일 금요일.

나롱이의 정기 진료 날이었다.


다리가 계속 부어, 스테로이드제를 소량 처방받았지만, 마사지할 때만 조금 가라앉을 뿐.. 차도가 없었다.


사진에는 잘 안 담기지만 퉁퉁부은 안나롱 발.


출근한 사이, 나롱이가 혼자 있을 때는 보란 듯이 발바닥, 발가락 사이사이까지 퉁퉁 부어 오른쪽 뒷발은 흡사 공모양이 되었다.


나롱이 자신도 발이 퉁퉁 부어 감각이 무뎌졌는지, 발을 디딜 때 가끔 발바닥이 아니라, 발등으로 딛는 모습을 보였는데.. 아무래도 발이 동그랗게 될 정도로 부으니, 발바닥인지 발등인지도 모르고 발을 디딘 것 같았다.


퇴근하자마자 처음 그 모습을 봤을 때 너무 놀란 나머지 나롱이를 바로 안아 올려 연신 "괜찮아, 괜찮아.." 하며 발부터 허벅지 아래까지 마사지를 해줬는데..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라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이 이야기들을 진료 날, 선생님에게 전달했고, 선생님도 많이 걱정되시는 듯했다.


우선, 엑스레이와 초음파를 보고 나서 이야기하자고 하셨다.




'걱정스러운 마음'과 '이번에도 잘 이겨낼 거야'라는 마음이 뒤섞이며, 그 어느 때보다 힘든 대기 시간을 보냈다.


"나롱이요~"


그때 담당선생님이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고, 한 걸음에 진료실로 달려갔다.


선생님은 "나롱이를 보니, 지금 아랫배도 물이 조금 차 있더라구요.. 피하로 물이 나오고 있는 것 같고, 그게 다리에도 흘러 부었던 것 같습니다. 매주 복수 천자를 하다 보니 복벽에 바늘구멍이 생겨 상처가 생겼고, 그 틈에서 피하로 복수가 새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특이사항은 매주 1L씩 뽑았던 복수가 오늘은 60mL 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아무래도 복수가 피하로 새다 보니 복수 양이 줄어든 걸로 보이기 때문에 좋은 양상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제 생각에 잦은 천자로 인한 복벽에 상처가 생긴 것을 가장 가능성 높은 원인으로 보고 있고, 너무 미세하기 때문에 초음파로도 확인을 할 수 없어 꿰맬 수도 없고, 스스로 치유가 되길 기다려야 하는데, 계속 복수가 흘러나오면 아무래도 스스로 치유되는 게 불가할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피하로 새어 나온 복수는 제거할 수도 없고, 이 복수가 나롱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무서웠다.


마사지를 해주면, 약간 젤리 같은 느낌이 들었고, 마사지를 할수록 다리 붓기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밖에로 새어 나온 물이 다시 흡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 흡수된 물이 다시 순환계를 거쳐 새어 나오고, 마사지를 해주면 또 흡수되고의 무한 반복이었던 것이다.


결국.. 계속 복수가 차는 나롱이였기에.. 그 상처가 스스로 아물어 복수가 피하로 새지 않을 확률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없다'라고 봤다.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야 했다.


그게 비록 마사지뿐일지라도..


새어 나온 물이 다시 흡수되어 다시 나롱이 다리를 붓게 할지라도..


끝도 없이 계속 반복되는 일 일지라도..


출근해서 자리를 비워야 할 때는 어쩔 수 없다 해도, 내가 나롱이 옆에 있을 때만큼은 나롱이 다리가 가벼워질 수 있도록 해야만 했다.


그래서 '누나가 아직 날 위해 애쓰고 있구나.' '나 좀 더 삶의 의지를 가져도 되겠다.'라고 생각할 수 있도록.


그래야만 했다.


누나에게 안겨 마사지 받는 안나롱.




이제는 '나롱이와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냥 '나롱이와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마지막 일요일(10월 13일)에 가려고 했던 [브런치 팝업]을 포기하고, 나롱이와 시간을 가졌다.

소소하지만, 혼자 두고 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나롱이에게 하네스를 채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롱이가 항상 밖에 나오면 볼 일을 보는 큰 나무 밑에 들렸다가, 형아가 일한다고 나가 있는 집 근처 카페에 가서 형아와 짧게 인사를 하고, 나롱이 단골 카페에 갔다.


단골 카페에 가는 것도 나롱이에게 좋은 건지, 내가 좋은 건지, 모르겠으나..


나롱이가 좋아하는 '멍푸치노'가 생겼기에, 종종 먹이러 가던 곳이다.


가면, 나롱이를 항상 예뻐해 주는 친절한 직원분이 있는데, 그동안 나롱이에 대한 고민을 본인 일처럼 들어주고 같이 슬퍼해주고, 응원해 준 참 고마운 분이다.


그날도 나롱이에게 어김없이 '멍푸치노'를 한 잔 사줬는데, 절반만 먹고 안 먹는 모습에 사실 많이 슬펐다.


멍푸치노 맛있다개.


'이제 점점 좋아하던 간식들도 멀리하는 걸 보니.. 정말 그날이 온 건가?' 하는 생각에..




그렇게 잠시 카페에서 글도 쓰고, 나롱이도 편히 쉬다가 다시 집으로 향했다.


무슨 자세니 이건?


조금 다른 길로 걸어보려고 했는데, 원래 어디든 잘 가던 나롱이가 그날따라 안 가려고 버텼다.


형아가 있는 카페에 다시 들러 인사라도 하고 가려고 했는데, 도저히 가려고 하지를 않아 원래 집 가는 방향으로 틀었더니 다시 총총총 걸었다.


'쉬고 싶은 건가?' '정말 많이 힘든가?'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그래, 나롱이는 노견이니까. 산책이 힘들 때도 있겠지..' 하며, 마음을 다 잡았다.


내가 원하는 길로 갈거라개.


그리고, 그날 저녁.

나롱이가 점점 좋아하던 고기 간식도, 고기 화식도 입에 대지 않기 시작했다.


그래도 먹이고 싶어, 소고기를 조금 삶아 줬는데, 그건 잘 먹어서 조금은 안심을 했다.

'아직, 먹으려는 의지는 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기에..


사실, 그날 '누나표 닭가슴살 소시지'를 만들어주려, 하나에 4,000원 하는 비싼 당근도 큰 맘먹고 사고, 재료들을 사 왔었는데, 자꾸 안 먹으니 급한 마음에 소고기를 구워줬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마지막으로 맛있는 간식을 만들어 줄 걸 그랬다.


그날 소고기를 먹은 후로, 설사가 시작되어 버렸기에..


그게 소고기 때문인지, 나롱이의 증상들이 뒤섞여 올게 오고야 만 건지는 알 수 없으나, 후회로 남을 수밖에 없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듯하다.




그리고, 10월 14일 월요일 아침.


새벽에 얼마나 많은 설사를 했는지, 욕실 바닥 전체가 설사 범벅이었다.


곧바로 전화를 해서 화요일 오전으로 예약을 잡았고, 내 불안한 마음은 시작되었다.


설사는 했지만, 월요일 오후에도 혼자 간식 찾아먹는 안나롱.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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