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미쌤 Oct 22. 2024

나롱이의 마지막 16일의 이야기.

그 첫 번째 이야기.

퇴원한 지 1년이 지나고, 2024년 10월 3일 나롱이 첫 생일파티를 했다.


첫 생일 파티를 준비하던 중, 발을 씻기다가 다리의 부종을 알게 되었고, 병원에서 바로 진료를 보고 약을 받은 후 다리가 점차 가라앉았기에 별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10월 6일. 그 주 일요일.


무언가 조금 기운이 없어 보여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다리가 부어서 불편해 그렇다고만 생각했다.


그리고, 10월 7일. 월요일 아침.

이 전보다 더 퉁퉁부어있는 다리에 놀란 나머지, 병원에 전화를 해서 가장 빠른 시간으로 진료 예약을 잡았다.


다행히 선생님이 근무하시는 날이었고, 나롱이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퉁퉁 부은 나롱이 다리.




선생님은 우선 다리에 스테로이드제를 처방해서 가라앉는지 경과를 보자고 하셨다.

물론, 스테로이드제가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소량만 처방할 거라, 효과는 없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지금 해볼 수 있는 부분이 그 정도라고 말씀하셨던 것 같다.


약은 심장약과 함께 먹여도 되며, 레나메진은 원래대로 심장약 복용 후 1시간 텀을 두고 먹이면 된다고 하셨다.


다리가 붓는 부분 때문에 심장에 무리를 줄 수는 없어 도움이 되는 처방이 명확히 있는 건 아니었지만, 선생님이 처방해주신대로 열심히 약을 먹이고, 다리를 마사지해 주고, 온열찜질을 해주는 것이 내가 나롱이를 위해 할 수 있는 전부였기에..


지금까지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해온 것처럼 내가 노력하면 해결되는 일일 줄 알았다.




10월 9일 한글날. 평일에 쉴 수 있는 마지막 시간.


늦게 도착한 엄마의 생신 선물을 전해주기 위해 나롱이를 태우고 친정을 갔었다.


그날은 선물만 주고 올 예정이었고, 엄마아빠도 오빠네 식구와 약속이 있어서, 1시간 정도만 있다가 나왔는데, 그날따라 아빠가 나롱이에게 한 인사가 지금에 와서 마음에 남는다.


항상, "나롱이 잘 가~"하고 인사를 했었는데, 그날따라 "나롱이 또 와~"라고 한 인사가.. 별거 아닐지 모르겠으나, 그때 속으로 '당연히 또 올 건데, 왜 못 올 것처럼 또 오라고 해?'라고 속으로 생각을 했었기에.. 그 인사가 지금에 와서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2달 넘게 꼬질꼬질 상태로 있던 나롱이라 그날은 목욕을 꼭 시켜주고 싶었다. 다리는 부었지만, 목욕하고 개운하면 나롱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친한 언니가 운영하는 '강아지 스파'에 가기 위해 급하게 전화를 걸어 물어봤는데, 흔쾌히 오라고 해서 너무 고마웠다.


2달 전에 한 번 씻기러 갔었고, 그날 언니가 "나롱이는 언제든 와서 씻겨~"라고 한 그 말이 참 고마웠는데.. 염치없이 가기가 미안해서 망설이다 그날은 꼭 목욕을 시키고 싶은 마음에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었던 건데, 흔쾌히 오라고 해줘서 지금도 참 고맙다.


목욕후 보송보송 나롱이.


셀프로 목욕을 씻기고, 언니가 함께 정성스레 나롱이 털을 말려주고, 발가락 털이 삐죽삐죽하다며 언니가 손수 가위로 삐죽 난 털들을 정리해 주었다.


평소의 나롱이라면, 남이 발에 손만대도 난리난리였을텐데, 그날따라 왜인지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었다.


그리고, 조금의 시간을 더 보낸 뒤에 집에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향했고 언니가 마중을 나와주었는데.. 그때 난생처음 보는 나롱이의 모습을 봤다.


내려진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우리에게 인사하는 언니를 고개를 돌려서까지 끝까지 바라보았던 것.


우리 가족 그 누구와도 그렇게 인사를 한 적이 없던 나롱이였다. 겁이 많아 창문밖으로 고개를 내미는 일도 없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언니를 끝까지 보던 그 뒤통수를 잊을 수가 없다.


언니에게도 그날을 기억하는지 물으니, "기억한다"라고 했다. 다행이었다. 언니가 나롱이 인사를 알고 있어서.. 그리고 눈으로 그 인사를 받아줬을 거라 생각하기에 마음이 놓였다.


나롱이가 언니에게

"그동안 정말 고마웠다고."

"다시 못 올 것 같아서 마지막 인사하고 간다고."

"잘 지내라고."


인사를 한 것 같다.




나롱이 목욕 후에, 그날 시험 직보를 위해 출근한 남편을 끝날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갔는데, 마침 시험 직보가 끝나고 한 아이가 집에 가려고 짐을 챙기고 있던 참이었다.


나롱이를 온라인으로나마 알고 있는 우리 학생이기에 나롱이를 보고 반가워해줬고, 그날따라 낯선이 근처에는 가지도 않던 나롱이가 그 아이의 손을 핥아줬다.


그때는 다가갔다고만 생각했지 손을 핥은 지는 몰랐는데, 나중에 그 아이에게 들었었다.


그 아이는 수학 시험 100점을 맞았고, 나는 우스갯소리로 "나롱이가 너 손 핥아서 100점 맞게 해 준 거야~~"했는데, 나롱이가 마지막으로 우리 학원에 기운을 불어준 걸까?


다 끼워 맞추려는 생각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싶다. 지금은.




그날 남편과 집으로 향하는 길에 나롱이가 좋아했던 한강에 들렀었다.


예전 친정 근처는 아니었지만, 집을 가던 길에 있는 한강공원에 갔는데, 평소처럼 활기차지는 않았지만 누나와 형아와 함께 걸으며 행복해 보였다.


누나와 눈 맞춰 주는 나롱이.


그게 마지막 한강 산책일 줄 알았으면 더 오래 있어 줄 걸..


나롱이의 다리가 부어있었기에 오랜 시간 걷지는 못했었다.


그래도 그날이 있어 지금 조금은 마음이 편하다. 잠깐이라도 좋아하던 한강을 보여주고, 산책을 하고, 무엇보다 우리 셋이 함께였기에.


우리 셋이 함께.


그렇게 나는 나롱이와 함께인 그 시간이 영원할 줄 알았고, 적어도 2024년은 함께 보낼 줄 알았다.


그런데, 10월 11일 금요일. 나롱이 정기 진료 날.


믿기 싫은, 믿고 싶지도 않은 말을 들었다.




나롱이를 사랑해 주시고, 예뻐해 주시고, 지켜봐 주셨던 모든 분들 덕분에 나롱이 잘 보내고 왔습니다.


30화를 넘어 시즌2까지 쓸 줄 알았지만, 이제 남은 이야기를 쓰는 게 전부가 될 것 같네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나롱이를 위해 남은 이야기를 쓰는 게 제가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이 들어, 힘겹게 글을 써 내려갔습니다.


"나롱이의 마지막 16일 이야기" 그 첫 번째 이야기를 썼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 끝날지, 세 번째 이야기에서 끝날지, 더 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롱이를 위해 쓰겠습니다.


그리고, 나롱이가 강아지별에 간 날, 나롱이를 위해 써주신 댓글들 한 글자, 한 글자, 소중히 읽고 가슴에 담았습니다.

나롱이에게도 다 이야기해 줬고요.


그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나롱이는 못 말려] 마지막까지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나롱이도 그날 행복했길.




이전 21화 이제 이별할 시간이 된 걸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