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세 번째 이야기.
월요일 출근 후, cctv로 지켜본 나롱이는 욕실까지 걸어갈 힘도 없었던 건지 생전 하지 않던 배변 실수를 했다.
화장실을 가던 길에 거실에 설사를 하고선 조금 걷다 픽 주저앉는 모습에 내 마음은 무너졌다.
최대한 빠르게 퇴근을 해서 나롱이를 보러 갔고, "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나롱이의 변을 치운 후에.. 나롱이를 품에 안고, 얼마나 퉁퉁 부었는지.. 발을 디딜 때마다 발등으로 힘겹게 걸으려고 하는 나롱이의 다리를 열심히 주물러주었다.
그리고, 우리도 나롱이를 간호하려면 먹어야 했기에.. 겨우 식사를 하는데 그 사이에 화장실로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던 나롱이는 가던 길에 또 설사를 해버렸고, 우리는 그 힘겨운 모습에 마음이 또 한 번 무너져 내렸다.
나롱이는 배변 실수에 놀란 건지, 어쩔 줄 모르는 표정을 하며 힘없이 주저앉아버렸고, 우리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아무 말도 없이 흔적을 치우고, 나롱이를 안심시켰다.
어떠한 행동을 해도 우리는 나롱이 편이라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괜찮으니, 떠날 생각하지 말라고..
제발 곁에만 있어달라고..
이 것도 돌이켜보면 나의 이기적인 마음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때는 정말 이렇게 떠나보낼 수는 없었다.
화요일 병원.
며칠 전 금요일까지만 해도 혼자 씩씩하게 걸어서 올라가던 병원 계단은 커녕.. 평지도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나롱이를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나롱이가 처음 병원에 실려왔을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나롱이 스스로 올라갔던 그 계단을 다시 남편 품에 안겨 오르는 그 심정은 겪어본 보호자만 알 것이다.
이제 다시는 혼자 오르내리지 못하는 것인지 걱정되는 마음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그 심정은 지금도 설명이 참 어렵다.
병원에서도 나롱이를 안고 의사 선생님의 부름을 기다렸다.
"나롱이요~"
선생님의 부름에 힘겹게 나롱이를 안고 들어가니, 선생님도 한눈에 나롱이의 심각성을 인지하신 것 같았다.
"애기가 기력이 많이 떨어졌네요?"
"한 번 내려놓으시고, 나가보시겠어요? 따라가는지 한 번 볼게요."
나롱이를 내려놓고, "나롱아~"하며 문 밖으로 나가자, 누나 껌딱지인 나롱이는 그 없는 기력에도 누나를 따라가겠다며 터덜터덜 걸어왔다.
그 모습에 내 심장은 '쿵'.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마음이 덜 아팠을까?
어떻게든 그 몸으로 누나를 따라오려는 모습에 더 심장이 내려앉았다.
'나롱이는 아직 살고 싶은 의지가 있는 걸까?'
'강아지는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던데, 다 거짓말이었나? 강아지도 삶에 미련이 있는 걸까?'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했고, 살리고 싶었다. 어떻게든.
선생님은 우리에게 며칠 동안 나롱이가 어떻게 지냈는지 설명을 들으셨고, 진료를 위해 나롱이를 데리고 가셨다.
우리는 시한부 선고를 기다리는 사람들 마냥 긴장감을 가득 안은 채 기다렸고, 얼마나 지났을까.
선생님이 우리를 부르셨다.
"나롱이가 먹지도 않고 설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 검사를 진행했는데, 현재 위장염이 있는 상태이고, 위벽이 헐어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약을 처방해서 먹이고 지켜봐야겠지만, 아무래도 복수가 흐르고 있어 그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신장수치도 다시 많이 올랐구요.."
사실, 이 내용들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 것들을 억지로 꺼내어 기록하고 있는 것이지, 단어 하나하나까지 자세하진 않다.
하지만, 심각하다는 것은 이해했고, 나는 약을 잘 먹이고, 어떻게든 강급으로라도 나롱이에게 음식을 넣어줬야 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그날 집에 돌아와 출근 전, 나롱이에게 습식사료를 물과 함께 갈아서 주사기에 넣어 평소와 똑같이 강급을 시도했으나, 심하게 거부하지는 않아도 평소처럼 잘 받아먹지는 않았고 입에 머금다가 어쩔 수 없이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나롱이 입 속에 남아있는 사료들이 또 영향을 줄까 물을 주사기로 넣어주며 입을 헹굴 수 있도록 했는데, 나롱이가 물을 받아들이지 않아 그 마저도 너무 힘이 들었다.
평소 한 번에 120ml 정도 먹었던 나롱이에게 겨우 25ml 정도밖에 먹일 수가 없었다.
그날 출근하는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웠으나, 내 할 일이 있기에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출근해서 틀어놓은 cctv.
오후 5시 17분쯤. 나롱이는 겨우 먹은 사료들을 다 토해내고 있었다.
매우 힘겹게.
매우 고통스럽게.
평소 엄청난 깔끔쟁이 안나롱은 토해낸 자리에 그대로 털썩 엎드려 버릴 뿐. 그 자리를 피해서 누울 힘도 없어 보였다.
물을 마시고 싶어도 물 앞에 하염없이 서있기만 할 뿐, 물을 마실 수 없는 건지 그냥 털썩 쓰러지듯 주저앉는 모습에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는 그날이 내 코 앞에 다가와 있었다.
나롱이의 글을 연재하다 나롱이를 떠나보냈고, 마지막 글을 올린 지 몇 주가 지났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롱이에게 편지를 쓰며 슬픔을 애써 견디려 했습니다.
나롱이 연재글을 마무리 짓고 싶어 몇 번을 노트북 앞에 앉았지만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글을 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나롱이를 보내줘야 할 것 같아 다시 연재를 시작하려 합니다.
원래는 2024년을 글을 마지막으로, 2025년을 맞이하려 했는데..
쓰다 보니 '나롱이의 마지막 16일의 이야기'가 좀 길어지겠네요.
그동안 응원 보내주신 모든 분들.
위로해 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드리며, 나롱이의 글 마지막까지 소중하게 연재하겠습니다.
나롱이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