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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미쌤 Oct 17. 2024

이제 이별할 시간이 된 걸까요?

저는 아직 나롱이를 보낼 수 없어요.

이번 주에 [나롱이는 못 말려]를 휴재하고, 나롱이를 보살피는데 집중했습니다.

물론, 일을 하고 있는지라 8~9시간은 혼자 고군분투하는 나롱이의 상태를 CCTV로 확인하는 것뿐이지만요.


하지만, 차도가 없이 점점 안 좋아지는 나롱이 상태를 보니, 제 마음이 점점 무너지고 있어 글을 쓰면서 마음을 털어놓으면 '슬픔이 반이 될까.'싶어 브런치를 켰습니다.




이제 이별할 시간이 된 걸까요?


저는 아직 나롱이를 보낼 수가 없는데, 힘들어하는 나롱이를 보면 그 마음을 가지는 것조차도 저의 욕심인 것 같아 또 한 번 마음이 무너집니다.


평생 저에게 온전히 안겨있던 적이 없는 나롱이는 이제 제 몸을 가누지 못해, 제가 안으면 옴 몸을 저에게 맡기며 포옥 안겨 있습니다.


누나에게 온몸을 맡기며 안겨있는 나롱이.


어렸을 때는 곧 잘 안겼는데, 몸집이 커지면서 안겨있는 게 불편한지, 어디 낯선 곳에 가서는 '나를 지켜주라'라고 종종 안겨있지만, 그 외에는 아주 독립적인 나롱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가 어떠한 자세로 안고 있어도 기운이 없어 반항도 하지 못한 채, 포옥 안겨있는 걸 보니.. 그렇게 바라던 포옹이었는데도 마음은 무너집니다.


이러한 일이 불과 '퇴원 1년'을 축하 한지, 2주 만에 발생한 일이라 더 힘이 드네요.


심장병 노견이 무려 1년을 견뎠다며, 1년 전 퇴원한 날을 '나롱이 생일'이라 정하고, 온 가족이 축하를 했는데, 그날부터 심상치 않게 부어오른 다리가 결국 큰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된 지금, 다시는 생일을 맞이할 수 없을 것 같아 매시간 목이 멥니다.


오늘도 상태가 점점 나빠진 나롱이를 데리고 급하게 병원을 찾았는데, "이제 남은 시간은 1~2주 일 것 같습니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매우 다정했음에도 제 마음에 칼이 되어 꽂혔고, 이제야 실감이 난 건지 그동안 아픈 모습을 보면서도 나롱이의 죽음을 회피했던 저는 눈물을 뚝뚝 흘렸습니다.


순간의 정적이 진료실을 가득 채웠고, 의사 선생님도, 저도, 남편도 끝내 말을 잇지 못했어요.


마음을 진정시킨 후,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도 '정말 이제 이별이라고? 진짜라고?'.. 믿기지 않고, 믿고 싶지도 않은지 머릿속이 하얀 채로 선생님의 다정한 목소리만 맴돌았습니다.


남편은 지금 나롱이 상태를 봤을 때, 정말 몇 일도 안 남았다고 생각을 한 건지, "남은 시간이 1~2주 정도나 되나요?"라고 묻더군요.

야속했지만, 저 대신 현실을 받아들일 사람도 필요하기에 선생님의 답변을 기다렸는데, "저의 희망이 담긴 시간이긴 합니다."라는 말씀에 또 한 번 무너졌습니다.




이번 주말에 엄마, 아빠에게 나롱이를 보여주려고 해요.


마지막일지도 모르니까요.


마지막이 아니면 좋겠는데..


처음 심장병인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날이 고비라고 했었을 때, 기적적으로 다시 기운을 차린 나롱이였기에..


이번에도 또 한 번의 기적이 찾아오길 바라지만, 사실 힘들 거란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받아들이기가 참 어렵네요.


반려견을 먼저 떠나보내신 많은 보호자님들께서 어떻게 극복을 하신 건지, 이 힘든 일을 어떻게 버티시고 일상생활을 하시는 건지, 그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돌려 출근길에 올랐는데, 운전 중에 로드킬을 당한 고양이 시신을 봤습니다.


발견하자마자 제가 원래 그 아이들을 만나면 항상 하는 인사를 건넸어요.


"다음엔 꼭 사람으로 태어나!!"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하며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는 너무나 미안하지만 부탁을 하나 했어요.


'너의 남아 있던 삶을 나롱이에게 조금이라도 주면 안 되겠냐고...'

'정말 미안한데, 나롱이가 너의 몫을 살다 가면 안 되겠냐고...'


염치없지만, 힘들게 고양이별로 간 그 아이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사실, 길에서 죽음을 맞이한 동물들을 많이 묻어주고, 기도해 줬기에, 그 덕에 나롱이가 복을 받은 거라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 아이들이 지켜주는 거라고..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염치없이 부탁을 하고 말았네요.




이번 주 '나롱이의 이야기'는 휴재임에도, '나롱의 누나의 푸념'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나롱이의 이야기 [나롱이는 못 말려]가 30화까지 이어지고, 시즌2를 해야 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이제는 몇 화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네요.


참, 인생은 정말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맞나 봐요.


다음 주 화요일에는 '나롱이가 2주 만에 생사의 갈림길에 있게 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아무 일이 없어, 부디 글을 연재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함께 응원해 주시고, 기다려 주실 거죠?


저 힘낼게요. 저 기다려 주세요. - 나롱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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