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미쌤 Oct 01. 2024

D-2

나롱이에게 허락되지 않을 것 같았던 그 날.

2023년 9월 23일.

나롱이가 병원 응급센터에 실려간 날.


2023년 10월 3일.

나롱이가 무지개다리 문턱에서 다시 태어난 날.


2023년 10월 3일. 나롱이 다시 태어난 날.


그리고, 오늘.

2024년 10월 1일.


나롱이의 생일을 몰랐던 내가, 나롱이가 다시 태어난 날을 기념하여 '나롱이 생일'로 정한 '10월 3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날이다.




약 1년 전.


나롱이가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온 그날.

남편에게 "나롱이 생일은 앞으로 10월 3일이야. 우리 내년에 꼭 생일 파티 하자!"라고 말했지만, 사실 안 올 거라 생각했다.


그건 우리의 희망일 뿐, 1년 후에 나롱이가 우리 곁에 있을 거라는 건 그때 당시엔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나롱이는 3개월의 시한부 선고를 받은 15살 노견이었고, 심장 비대해져 폐수종이 오고, 흉수가 차는 상황에서 심장병 D단계를 진단받은 환견이 오래 살았다는 내용을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대부분 발생한 지 몇 주에서 몇 개월 내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는 내용뿐이었기에, 마음은 평생 함께하고 싶었지만 머릿속으로는 불가하다고 생각했다.




얼굴만 보면 동안인 나롱이를 보며, '아픈 게 맞나?' '지금 봐서는 너무 오래 살 것 같은데..' '심장병이 오진인 거 아냐?'라는 다소 엉뚱한 생각을 할 정도로 마음으로는 이 아이를 보내 줄 생각이 전혀 없다.


어때유? 동안이쥬?


하지만, 현실은 다르기에 매일 다짐한다.

'나롱이는 언제든 우리 곁을 떠날 수 있으니,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그래서 지금 잘 버텨주고 있는 나롱이를 보면서 한 달 전부터 남편에게 "이제 곧 생일이다~ 한 달 밖에 안 남았어! 생일 파티 할 수 있겠다~"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런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지? 나롱이가 생일을 꼭 한 번은 지내봤으면 좋겠는데.. 안 될 수도 있겠지?" 하면서 현실을 직시할 때도 있다.


이번에는 마침 엄마 음력 생일과 나롱이 생일이 똑같아서, 꼭 함께 생일 파티를 하는 걸 꿈꾸고 있기에 꼭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커지는 것 같다.




이틀 밖에 안 남은 지금.


벌써 나롱이 생일 케이크는 주문해서 냉동실에 보관되어 있지만, 이틀 후에 정말 생일 파티를 할 수 있을지는 지금도 '미정'이다.


'설마, 이틀 안에 별 일 있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이 이틀 후에 나에게 칼이 되어 꽂힐까 봐, '무조건 생일 파티를 할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기가 무섭다.


그래서 그냥 시간이 자연스럽게 흘러가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10월 3일이 되었을 때, 나롱이 앞에 '촛불이 환하게 켜진 생일 케이크'가 있길 바랄 뿐이다.


그래서 가족 모두 "살다 살다 강아지 생일 파티도 해보네~"하며 웃는 그 모습이 내 눈앞에 펼쳐지길 바랄 뿐이다.


내 마음속에서 조용히 바란다면, 아무도 이 행복을 깨지 않을 것만 같아서.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속으로 또 바라고 바랄 뿐이다.


나롱이의 생일을 꿈꾸던 그때의 글이 궁금하시다면,

https://brunch.co.kr/@anmissam/25




이전 18화 새벽 3시의 '견기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