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미쌤 Nov 13. 2024

온라인으로 받은 위로.

위로와 함께 추천해 주신 도서를 읽고.

나롱이를 보내고, 온전치 못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일지라도 내 속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멍들어있고, 아프다.


나롱이의 연재 날을 벌써 2주나 지나쳤다.


그동안 나의 투박한 글을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신 많은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글을 쓸 수가 없었다.


나롱이의 마지막 이야기를 끝내 내 손으로 쓰기가 두려웠다.

아무래도 그때를 떠올리는 것이 무서운 것 같다.


연재를 1주 지나치고, 이 답답한 마음을 어디에도 하소연할 수가 없어 [글을 쓰지 못하겠어요.]라는 글을 쓰며 내 마음을 토해냈었다.




사실.. 가족도, 친구들도, 내 슬픔을 알긴 했어도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기에 내 마음을 완벽히 이해해 줄 수는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롱이를 보내고 스스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나롱이가 떠난 후, "괜찮아? 어떻게 지내?"라는 연락이 내가 소중하게 생각한 그 누구에게도 오지 않았다는 것에 '내가 인생을 잘 못 산건가?' '나는 그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일까?'부터 시작해서, '역시 힘들 때 곁에 있을 사람들을 알아보는 건가?'라는 부정적 생각도 하면서 매일 내 감정에 지쳐가고 있었다.


사실 무서웠다.

내가 힘들다고 연락하면 '온전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긴 할까?' '내 마음을 이해하긴 할까?' '이러다 또 내가 원하는 대답이 돌아오지 않으면 상처받지는 않을까?'


많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전화를 하고 싶어도, 카톡이라도 해보고 싶어도, 쉽사리 통화 버튼을.. 전송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힘들 때 도움이 되었던 사람이었다고 생각을 하고 살았는데.. 아니었던 건지.. 나 자신도 되돌아보며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사실, 내가 얼마나 힘든지 스스로 이야기한 적도 없으면서 무엇을 바라는 건지 알아주길 바란다면 너무 이기적이고 바보 같은 거 아닐까?


그래서 힘들 때마다, 더 이상 참기가 어려울 때마다, 내 아지트 같은 이곳에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롱이를 예뻐해 주시고, 걱정해 주셨던 분들이 나롱이가 떠났다는 소식에 많은 위로를 해주셨고, 같은 일을 겪으신 분들의 진심 어린 위로에 마음이 조금은 안정되었기에.. 이곳이 유일한 나의 창구였다.


소통창구.

공감창구.

위로창구.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글을 쓰지 못하겠어요.] 글에 평소 나에게 큰 위로가 되어주셨던 '예쁨'작가님이 그날도 어김없이 따뜻한 위로의 댓글을 남겨주셨다.


예쁨 작가님의 따뜻한 응원 댓글.


그리고, [글멍]이라는 책을 추천해 주셨다. 작가님도 이 책을 읽고 펑펑 우시면서 해소가 되셨다고 하시며.. 또, 강아지 발바닥 맛이 나는 '스타벅스 시그니처 초콜릿'을 진하게 한 잔 하라며 응원도 해주셨다.


그 마음이 어찌나 감사하던지.. 바로 인터넷 창을 열고 책을 주문했다.

아직 발바닥 맛이 아는 '시그니처 초콜릿'은 먹지 못했지만.. (곧 먹어보겠습니다! 작가님!)


다음 날 도착한 책을 들고 침실로 갔다.

캔들만 켜고 어두운 침대에 누워 한 글자, 한 글자 읽어 내려갔다.


글멍. 예예 작가.


이 책은 강아지의 입장에서 쓴 글이다.

뭉게라는 강아지가 작가가 되어 글을 쓴다는 유쾌함도 있지만, 뭉게가 자기의 마음을 적은 글을 보면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한다.

(뭉게는 '글멍'을 쓴 작가 '예예'님이 키우는 반려견이다. 이 반려견도 올해 1월 강아지별로 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나롱이와 동갑인 친구.)


글은 한, 두줄 정도이고 그림이 같이 있는 책이라 순식간에 읽어 내려갔다.


그러던 중, 마음이 철렁.


뭉게가 나롱이가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심장비대증'


그 다섯 글자를 보는 순간, 애써 참고 있는 눈물이 쏟아졌고, 뭉게 입장에서 이야기하는 한 글자, 한 글자가 꼭 나롱이의 생각일 것만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뭉게가 하는 한마디 한마디가 나롱이가 하는 말이라 생각하고, 혼자 속으로 답변을 해봤다.



"그래, 나롱이도 췌장염이랑 함께 왔었는데.. 우리 나롱이 그때 무지개다리 문턱에서 정말 힘든 고비 겪고, 다시 누나 품으로 왔었는데.. 우리 나롱이 정말 씩씩했는데.. 나롱이 심장이 크다는 걸 우리가 너무 늦게 알았지..? 누나가 미안해. 나롱이가 건강한 줄만 알았어."



"나롱이는 약 먹는 걸 너무 싫어해서 간식에도 섞어 보고, 물에 타서 주사기로도 먹여보고, 식도관을 삽입해서 거기로 밥과 약을 강급하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나롱이도 캡슐약으로 조제해서 씩씩하게 먹었지? 너무 대견했어.. 약을 먹어야 누나와 더 함께할 수 있다는 걸 알았던 거지? 그래서 그 싫어하는 약도 나중에는 3초 컷으로 꿀꺽 삼키고.. 우리 똑똑이."



"누나가 항상 나롱이 심장과 배를 어루만지며 했던 말 기억해? '누나 손은 약손~ 나롱이 아프지 마라~' 엄마가 어렸을 때 누나 배를 어루만지며 해줬던 노래(?) 같은 건데.. 이러면 정말 안 아팠거든. 그래서 나롱이에게도 이 노래를 불러주면 꼭 나을 것만 같았어. 덕분인지.. 우리 1년 하고도 15일을 함께했다. 그치? 사실.. 그때 나롱이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무서웠어. 무언가 불규칙한 박동소리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두근거림.. 나롱이가 곁에 없어 슬프지만, 이제는 편안한 심장을 가졌을 거란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편해져.. 내 보물.. 튼튼한 심장으로 마음껏 뛰어놀고 있지?"



"나롱이도 심장에게 이렇게 말했어? 더 이상 커지지 말아달라구.. 혹시 커질 땐, 미리 말해달라고 했어? 그래야 누나에게 표현할 수 있어서 그랬어? 시간이 지날수록 누나와 눈 맞춤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강아지별로 가기 전날에 형아를 그렇게 빤히 보던 너를 잊을 수가 없어.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눈에 담아 간 것만 같아서.. 더 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하고, 우리를 끝까지 눈에 담아줘서 고마워. 내 보물. 고생했어. 그동안."




나롱이에게 닿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뭉게가 쓴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답변을 하며 스스로 슬픔을 조금을 덜어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해 주신 예쁨 작가님 정말 감사드리고, 덕분에 나롱이의 마음을 알게 되었어요.


비록 온라인으로 알게 된 사이지만, 진심 어린 위로에 정말 행복한 순간순간이 많았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가족을 잃고 힘들어하시는 모든 보호자님들.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고, 그 정도면 오래 산거라고, 강아지로 태어나 따뜻한 곳에서 자고 잘 먹고 잘 살았으니 그것도 다 복이라고.. 그러니 그만 아파하라는 말.


사실, 우리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잖아요?


강아지더라도 우리에겐 가족이었기에.. 가족을 잃은 슬픔과 동일하잖아요.


괜찮아지지 않다는 거 알지만, 그래도 우리 행복한 생각 하며 잘 지내봐요.


그래야 강아지별에서 아이들이 보고 있다가, 꿈속에 만나러 올 테니까요.^^


나롱아 따뜻한 햇살 받으며 잘 놀고 있으렴.


오늘 따라, 더더욱 보고싶어. 안나롱. 사랑해.




작가의 이전글 글을 쓰지 못하겠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