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취재] 취재할 땐 삼각대를 내려놓고

2021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현장에 가다

by 동작에서



- 기자를 꿈꾸는 학생입니다. 기자가 되는 험난한 길 속에서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 오늘도 무작정 밖으로 나섭니다. 정말 기자가 되고 나서 야매취재를 돌이켜 보면 서툰 기사 속에는 초심이, 추억이, 간절함이 담겨있겠죠.


-아무것도 모르고 삼각대를 가져갔습니다. 현장을 더 잘 담기 위해서였습니다. 순전히. 근데 경찰이 다가왔습니다. 서성거리는 모습이 이상한 사람 같았나 봅니다. 침착하게 사정을 설명했습니다. 사실 가슴은 엄청 뛰었습니다. 그래서 삼각대를 집어넣고 펜을 꺼냈습니다. 거추장스러운 장비가 아니고 눈으로 담은 현장은 더 생생했습니다. 오늘 배웠습니다. 취재할 땐 삼각대를 내려놓자는 걸.





‘코로나’ 속 수능시험 현장을 가다

입력: 2020.12.03



조용한 고사장, 정문 앞 학부모 수 현저히 줄어


지난 3일 오전 7시 20분 경기 안양시 부흥고등학교 앞.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맹위를 떨치기 때문인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경기도 교육청 제35지구 제7시험장 앞은 차분했다. 후배들과 선생님들의 힘찬 응원 대신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들리는 건 시끌벅적한 응원이 아닌 수험생들의 차량을 안내하는 경찰들의 목소리였다. 방역수칙이 강화된 입실 과정에서 생길지 모르는 변수를 의식한 듯 이른 시간부터 차량이 몰렸다.


학부모들은 차에서 내리지 않고, 교문이 아닌 자가용에서 학생들을 배웅했다. 대부분 자차 안에서 자녀의 손을 잡고 도시락과 마지막 응원을 건넸다.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고 혼잡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의 차량에서 수험생만 내렸다. 올해 수험생이 시험장에 들어간 후에도 정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한참 서성이는 학부모의 수는 평소보다 적었다.


(△3일 경기 안양시 부흥고등학교 옆에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응원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3일 오전 경기 안양시 부흥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장에 들어가고 있다.)



수능 끝… “다 수고했어”


수능이 끝난 오후 4시 50분 안양부흥중학교 정문 앞. 고3 이과생 아들을 기다리던 학부모 양모(49)씨는 “(아들이)힘들게 시험 봤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너무 아파요”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쳤다.


굳게 닫혀있던 정문을 열기 위해 관계자들이 시험장으로 다가가자 수험생들을 기다리고 있던 학부모들은 일제히 앞쪽으로 이동했다. 수능을 마치고 나오는 자신의 자녀의 얼굴을 찾기 위해 교문 앞으로 학부모들이 몰려 잠시 거리 두기가 지켜지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OO아 여기!” 가장 먼저 나온 한 수험생은 손짓하는 어머니를 발견하고 달려가 부둥켜안았다.


여러 갈래로 쏟아져 나오는 수험생들 가운데 아직 자신의 아들의 얼굴을 찾지 못해 초조해하는 한 학부모에게 도움의 말도 들려왔다. “지금 아이들 휴대폰 쓸 수 있대요.” 힘들게 시험을 치르고 나오는 자녀의 얼굴을 빨리 보고 싶은 학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한 학부모는 자신의 자녀 외에도 시험을 끝내고 나온 수험생들에게 “안쓰러워라 (시험 보느라) 힘들었겠다. 정말로 수고했어”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3일 오후 경기 안양시 안양부흥중학교에서 학부모들이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가장 힘들었던 건”…역시 마스크


동안고등학교 김모(19)군은 수능을 볼 때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들었냐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마스크’라고 답했다. 안양부흥중학교에서 시험을 마치고 나온 다른 학생들도 수능 시험 중 가장 힘들었던 것으로 역시 ‘마스크’를 꼽았다. 김모(19)군은 “그나마 (자신에게)맞는 천 마스크를 끼고 왔지만 혹시 몰라 2개 여분을 더 가지고 왔다. 친구들도 다 3개 정도는 가지고 온 것 같다. 긴장되니 더 숨 쉬는 게 힘들었지만 다들 수능이니까 버티는 분위기였다”라고 시험장 분위기를 전했다.


안양고등학교 이모(19)군은 “감염이 걱정되어 마스크 여분을 많이 가져왔다. 그래도 마스크를 내리는 친구들은 없었다. 감독관 선생님들도 모두 장갑을 끼고 있었고 환기 등 방역수칙이 잘 지켜졌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2021년도 수능,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밖에서 놀고 싶지만 불안해서 집으로 가요.” 시험 후 부모님과 만나 집으로 향하는 이모(19)군의 말이다. 코로나가 바꿔 놓은 것은 수능 시험장 풍경만은 아니었다. 시험 후에도 상향된 거리 두기 조치로 수험생들은 번화가가 아닌 집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자차로 귀가하는 수험생도 늘었다. 한 고3 학부모는 “작년 (첫째)딸 시험 때는 데리러 오지 않았는데, 올해는 걱정돼 차로 데리러 왔다. 그래서 첫째가 왜 자기 때는 데리러 오지 않았냐고 불평한다”라고 해프닝을 털어놨다.


코로나에도 변하지 않은 수험생의 꿈도 있었다.


“(수능 끝나고)집에서 일본 유학 준비를 하고 싶어요. 코로나이긴 하지만 계속 (일본에)가고 싶어서 열심히 자격증을 준비할 거예요.” 동안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정모(19)군은 뜸을 들이다 이렇게 답했다.


다른 학생들도 수험생 생활이 끝나고 하고 싶었던 각자의 소망을 털어놨다. 박모(19)군은 “별건 아니고 찜질방에서 12시 넘도록 있어보는 게 소원”이라며 “민폐가 될까 수능 전엔 친구들과 하루 종일 못 놀았는데 (수능이 끝난)이젠 놀고 싶다”라고 했다.



이강민

ann02156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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