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취재] 더불어 사는 삶, 어렵지않아요

길고양이를 취재했다

by 동작에서
야매취재

기자를 꿈꾸는 학생입니다. 기자가 되는 험난한 길 속에서 열정을 잃지 않기 위해 오늘도 무작정 밖으로 나섭니다. 정말 기자가 되고 나서 야매취재를 돌이켜 보면 서툰 기사 속에는 초심이, 추억이, 간절함이 담겨있겠죠.


취재 전에

코로나의 위험을 최소화 하고 언택트 시대에 맞게 취재를 해보자는게 시작이었다. 취재원을 ‘사람’에서 ‘동물’로, 시선을 옮긴 것뿐이었다.

추운 겨울, 엄마와 내가 다투는 날에 엄마는 “너 한번 밖에 나가 볼래?”라고 종종 말한다. 여기엔 말을 이렇게 안 들을 거면 이 추운 겨울에 집 밖에 나가서 고생이나 해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추운 겨울, 밖, 영하의 온도. 듣기만 해도 고생스러운 공간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


취재를 마치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혼자 잘난 삶은 없다고. 따뜻한 공간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편안히 쉴 수 있는 것이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고. 물론 덜 맛있는 것을 먹고 추운 공간에서 버텨내야 하는 것도 나의 잘못은 아니라고도.

세상에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기본적으로 편안한 삶을 누릴 권리가 있지만, 그 삶에는 격차가 있다. 인정한다.

그런데 그 격차가 오로지 개인의 탓으로 치부되는 세상이야말로 정말 종말이 아닐까. 우리는 자유롭게 태어난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서라도 주변에 관심을 가지고 둘러볼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추위에 떠는 작은 길고양이에게도 마음이 쓰이는 건 사실 우리 모두가 그런 빚을 지고 태어났기 때문은 아닐까.


[야매취재] 인터뷰 특집(1) 더불어 사는 삶, 어렵지 않아요-고양이 생존기


평범한 아파트 화단 옆,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수상한 집이 있다. ‘함께 살아요’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 이 집의 주인은 다름아닌 고양이들이다. 집주인인 노랑색 고양이과 검은색 고양이는 집 안에서 잠시 몸을 녹이기도 하고, 사료나 간식을 먹기도 한다.


IMG_7510.jpg ▵고양이 집에 '함께 살아요'란 문구가 적혀있다.


IMG_7507.jpg ▵햇살 좋은 날, 검은 고양이와 노랑 고양이(일명 치즈)가 밖에서 쉬고 있다.


“얘들아 밥 먹자~”


12시. 고양이가 햇살을 맞으며 집 밖에서 쉬고 있는 시간. 고양이 밥을 챙겨주러 온 한 주민을 만났다. 그는 추운 겨울, 길 고양이와 ‘함께 살기’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몸은 멀어졌지만,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가 더욱 부각되는 시대다. 그렇지만 인간만 강조되던 삶에 대한 반성도 동반되는 지금이기에 그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다음은 인터뷰 일문일답.


IMG_7514.jpg ▵공원에서 고양이를 관리하는 한 주민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고양이 관리는 얼마 정도 해 왔나.

▸ 원래는 집 앞에서 일년정도 (밥을)줬다. 사료그릇으로 밥이랑 물만 주는 단촐한 곳이었다. 그러다 관리하는 다른 분을 한 동네 카페 사이트에서 알게 돼 현재 밥 자리를 맡게 됐다. 맡은지는 2년 정도 됐다.


- 이전 밥 자리는 이제 관리하지 않나. 구역을 옮기게 된 이유는.

▸ 동네에서 나만 (고양이 밥을)챙기는 줄 알았다. OO시 고양이 카페에 가입해서 보는 중 그(당시 관리하던) 자리랑 똑같은 자리 사진이 있어서 신기해서 (작성자에게)메시지를 보내게 됐다. 고양이 밥을 챙겨주시는 다른 분이었다. 그 분이 여기(현재 밥 자리)를 맡아 줄 수 있냐고 해서 맡게 됐다. 어차피 (고양이들)영역이 넓어 이전 밥 자리가 없어져도 새로운 밥 자리로 온다. 그래서 지금 밥 자리에서 챙겨주게 됐다.


- 고양이 관리를 하는 사람은 몇 명정도인가.

▸ 이 단지 안에서는 (본인 포함)두 명이다. 그렇지만 OO시 고양이 카페는 상당히 회원수가 많다. 다른 지역에도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어 활동 범위가 넓은 걸로 알고 있다. 그래서 인원도 많다.


- 고양이 관리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 원래는 지나다니며 한 두 번 밥을 챙겨주는게 끝이었다. 그러다 2-3년 전부터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얘네들은(집 고양이) 따뜻한 곳에서 밥도 잘 먹고 그러는데, 밖에 고양이들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챙겨주기 시작했다.


- 그 자리에 두 마리의 고양이들이(노랑, 검정) 있다. 어떤 아이들인가.

▸ 원래 그 자리엔 검은색 세 마리랑 치즈(노랑)가 한마리가 있다. 검정 세 마리 중 한 마리랑 치즈는 베스트프렌드다. 나머지 두마리는 각자 다니는데, 정확히 무슨 관계인지는 잘 모른다. 어릴 때부터 본 것은 아니고 성묘(다 자란 고양이)일 때부터 보고 관리했다.


- 밥 자리의 고양이 집은 언제부터 있었나. 본인이 집을 직접 만들었나.

▸ 그 자리는 10년 전부터 있었던 자리다. 사람들 잘 안보이는 곳에 숨겨져 있다. 10년전부터 (함께 활동하는)다른 분이 관리했다고 들었다. 낡고 헤지면 주기적으로 바꿔주고 있다. 직접 만든 건 아니고 샀을 거다. 그리고 그 밥 그릇은 아마 OO시에서 받은 것 같다.


IMG_7504.jpg ▵노랑색 고양이(일명 치즈)가 집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


- 구체적인 고양이 관리 활동은?

▸ 통이 반 이상 비면 사료로 채워주고 있다. 요즘엔 겨울이라 물이 금방 얼어서 하루에 세 번씩 물을 갈아준다. 그리고 중성화 안 된 아이들은 잠깐 밥을 빼서 포획해서 중성화를 시키고, 사람들이 먹는 돼지 비계같은 음식들이 고양이 자리에 있다면 치운다. 또 (고양이를 예뻐하는)다른 사람들이 주고 간 고양이 캔 쓰레기를 정리 한다든지, 그런 일을 하고 있다. 하루에 한 번 이상은 활동을 한다.


IMG_7508.jpg ▵검은색 고양이가 간식(일명 츄르)을 먹고 있는 모습이다.


- 중성화 수술은 사비로 하는건가.

▸ 그렇다. 비용은 주로 함께 활동하는 분이 부담한다.


- 관리 활동 시 애로사항은.

▸ 신경쓰일 때가 많다. 일을 해서 제대로 못 챙겨주거나 제 시간에 못 가면 괜히 기다리지는 않을까. (고양이들이)비오는 날에도 기다린다. 그리고 이상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밤에 혼자 갈 땐 조금 무섭기도 하다.


- 이상한 사람들?

▸ 담뱃재를 밥 자리에 버린다든지, 사람들도 안 먹는 음식을 고양이에게 준다든지. 잘 몰라서 하는 행동이긴 하지만 삼가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최근에는 그 어미 고양이와 아기 고양이가 함께 밥 자리에 왔는데, 어떤 사람이 그 아기 고양이를 덥썩 만지고 안아서 그 어미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를 버리고 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데려다가 입양을 보냈다. 입양이 안 되면 곤란한데, 그래도 그 고양이는 좋은 분께 입양 가서 다행이다. 예쁘다고 막 만진다든지, 사람도 안 먹는 음식물을 준다든지, 이런 부분이 불편하다.


- 고양이 밥 자리가 아파트 1층과 가깝게 있다. 1층과의 마찰은 없나?

▸ 함께 관리하는 분이 10년동안 아파트 사람들에게 동의를 받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여기는 합의된 밥 자리라고 알고 있다. 다행히 그 단지에 사는 분들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다른 밥 자리에서는 1층 사람이 너무 싫어해서 (밥 자리에)담배꽁초를 버린 경우도 있다. 관리하던 다른 사람하고 마찰이 좀 있다 들었다. 그래서 옆 화단으로 옮겼다고 한다.


IMG_7505.jpg ▵고양이 집에서 검은색 고양이가 사료를 먹고 있다.


- 마지막으로 고양이 관리자로서 당부의 말

▸ 해코지는 하지 않지만, (적당한)무관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길냥이를 예뻐 하는 것은 좋은데, 지나친 관심으로 무분별하게 만지면 뒷처리가 곤란하다. 각자 밥 자리를 존중해 줬으면 좋겠다. 그리고 캔 같은 걸 까줄 때 바닥에 (내용물만) 깔아줬으면 좋겠다. 그대로 주면 캔이 날카로워서 (고양이)혀가 베인다. 땅바닥에 털고 줘도 아이들이(고양이) 잘 먹는다. 그래도 여기 주변에는 그렇게(심하게) 해코지 하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가 끝나고 그는 서둘러 고양이 집으로 향했다. 이유를 물으니 겨울엔 물이 금방 얼어 자주 갈아줘야한다고 했다. 스티로폼과 비닐로 싸인 물통의 물을 가는 그의 손은 금세 빨개졌다. “당부의 말이 많은데 더 해도 되나요?” 유독 당부의 말이 많았던 그는 오늘도, 오늘보다 더 추운 날에도, 계절이 바뀌어도 고양이집으로 향할 것이다. 길고양이 학대 뉴스와 고양이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지금, 이 기사가 동물과 ‘함께하는 세상’에 무게를 싣기를 바란다.


IMG_7513.jpg ▵관리자가 고양이가 마실 물을 갈아주러 가고 있다.


에필로그_알고보면 따뜻한 사람

12월의 어느 날이었다. 동네 마트를 가서 무거운 짐을 들고 집으로 향하는데, 야옹-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양이었다.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두 마리의 고양이가 내 앞길을 막고 있었다. 귀여웠지만 내 갈 길이 먼저였다. 사람을 겁내하지 않는 건지, 나를 좋아하는 건지 한 마리가 내 주변을 빙빙 돌았다. 무심히 고양이를 지나쳐 앞으로 걸어갈 때도 고양이는 내 뒤를 따라왔다. 야옹- 야옹-. 아마 나를 먹이를 챙겨주러 온 사람과 헷갈렸나 보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난 너희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걸.


또 12월의 어느 날이다. 유난히 추운 날이었다. 집으로 서둘러 가는 길에 문득 고양이 생각이 났다. 먹이를 원했던 건지 관심을 원했던 건지 어쨌든 날 따라왔던 그 고양이들은 잘 지낼까. 이렇게 추운데 어디서 잘까. 밥은 먹고 있을까. 그 길로 마트 근처를 서성였다. 고양이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을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고개를 돌리니 평소 무심히 지나치기 바빴던 작은 공간엔 튼튼한 고양이 집이 있었다.


“뭐야 살 공간이 있잖아” 안심인지, 안도인지 비스무리한 감정을 느꼈다. 이후 일주일에 한 두번 장을 보고 고양이 집을 확인하는 건 내 일상이 됐다.


IMG_7519.jpg ▵필자가 고양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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