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매취재 번외] 우정 연말결산

친구들을 취재했다

by 동작에서



- 코로나로 잠식된 올해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연말에 대한 감각도 없이 시간은 흘렀고, 31일을 이틀 앞둔 날이었다. 최강의 한파가 예고된 전날이라 그럴까. 눈발은 힘이 없고 하늘은 유독 어두웠다. 집콕의 늪에 지루하기 짝이 없는 오후 2시의 모습이다. 한겨레21. 좋아하는 주간지를 폈다. 펜을 들고 죽 읽어내려가다 한 대목에서 멈췄다. “2020년 버리고 갈 것과 2021년 데리고 갈 것” 순간 잊었던 연말의냄새가 확 풍겨왔다. 파티룸도, 명동도, 술집도 아닌 신문에서 연말의 감각을 찾을 줄이야.

-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나의 20년은 어땠고, 21년은 어떨건지. 생각이 꽤 즐거웠다. 오랜만에 차분한 ‘연말결산’이었다. 그러다 생각이 집콕 너머의 친구들에게까지 미쳤다. 거리두기로 마음까지 거리를 둬버린 건 아닌지. 기약 없이 미룬 약속들이 우정의 척도가 되진 않았는지. 그들의 한 해는 어땠고 또 어떨건지. 한겨레21을 따라 ‘우정의 재정비’ 혹은 함께하는 ‘연말결산’을 명목으로 친구들의 2020년과 2021년을 들어봤다.


카카오톡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제서야 묻는: 2020년 어땠어?



[부지런한 머리에 그렇지 못한 몸뚱아리]

2020년엔 끝내고 싶은 생활습관 중 가장 많은 답변(8명 중 6명)을 받은 것은 ‘의지박약’이다. 인터뷰 결과, 20대 한국인에게 의지박약의 DNA가 있다는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감히 보편적 현상으로 간주해본다.)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 했다.


하지만 미루는 DNA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독 무기력한 한 해여서 그럴까. 몸은 편했지만 대학교는 사이버 대학교가 됐고, 침대 안에서 머릿속으로 그린 알찬 미래만 수백 번이다. 취업준비 1계명이 ‘집 밖을 나가야 한다’는 건데, 그럴 수 없었다. ‘뭐라도 해야하는’ 압박감이 최고조인 나이긴 하다. 하지만 올해는 같이 할 친구도, 생각을 펼칠 공간도 부족했다는 사실을 정상참작해보는 건 어떨까.



[잘 못 먹지 않기, 잘 못 자지 않기]

2020년은 집순이 올빼미족에게 비상등이 켜진 한 해가 아닐까. 외부활동은 더욱 줄고, 새벽을 즐기는 시간은 더욱 늘어났다. 또 코로나로 쌓인 스트레스는자극적인 음식으로 해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는 1년내내 지속됐다. 스트레스가 풀렸을 리 없다. 그리고 이미 습관이 되어버린 나쁜 생활습관은 도무지 떼어내기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코로나로 평소 건강 상태의 중요성이 부각된 지금, 이제 더 건강에 신경을 써 보는 건 어떨까.


인터뷰 내용을 재구성 했다.


[다신보지말자, 성범죄]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한 해였다. 많은 사람이 분노한 결과, 국회에선 N번방 방지법이 통과됐고, 징역 40년이라는 사법부의 판단을 이끌어낼수 있었다.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은 2020년을 대표하는 이슈 중 하나다. 그렇지만 2020년까지만이었으면 한다. 2021년에는 성범죄 관련 이슈가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스트레스 다이어트]

매년 다짐하지만 잘 안되는 것이 있다. 다이어트다. 몸의 지방을 덜어내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스트레스 덜어내기’다. 체중을 감량하는 다이어트는 음식을 절제하면되지만, 스트레스는 어디에서 어떻게 나를 찾아올 지 모른다. 그래서 스트레스 다이어트엔 식이요법보다는 운동이 답이다. 매운 것 먹기, 쇼핑, 잠자기, 영화보기… 다양한 해소법이 있다. 하지만 모두에게 다 같은 효과를 내는 건 아니다. 2021년에는 나에게 맞는 스트레스 운동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 가장 어려운 것일지도]

2020년, 기회와 위기가 공존한 공간이 있다. 바로 ‘집’이다. 인터넷을 보면 ‘코로나로 가족들이 취미생활을 함께 하는 등 사이가 더 돈독해졌어요’라는 글과 ‘하루종일 붙어있으니 미치겠어요’라는 푸념글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특히 생활패턴이 다른 부모님과의 관계를 항상 우호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가족과의 관계를 위해 고군분투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로 알게 됐다. 국가적 위기에 최소단위는 ‘나’ 개인이 아닌 ‘가족’이라는 걸. 가족은 전염병도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어짜피 그렇다면, 그런 가족에게 차가운 말 대신 따뜻한 말을 건네는 건 어떨까. 오늘도 엄마와 싸운 필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당신은 어떤 분?]

배달음식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2020년이었다. 집콕의 최대 수혜자 배민은 고마운 분, 귀한 분을 끊임없이 양산 중이다. 하지만 많은 양의 쓰레기를 감당해야 할 지구에게 우리들은 고마운 분은 커녕 도움되는 분도 아닐 것이다. 백신이 안정화 될 때까지 집에서 음식을 먹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집에서만 만들어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땐 운동 겸 텀블러나 재사용 용기를 들고 동네 가게를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많은 플라스틱을 버리면서 마음에 찔리는 내 양심과 배달앱에 등록되어 있지 않은 가게들을 위해서. 필자는 텀블러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아 그리고 정부가 거리두기 장려의 일환으로 배달을 많이 시키는 국민에게 지원금을 준다고 하던데, 배민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분이겠지만, 지구는 전혀 안 고맙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지속가능한 일본어과를 위해]

코로나로 많은 이들의 유학길이 막혔다. 막혀버린 유학길에 현지교류가 핵심인 다양한 언어학과 자체도 위협받고 있어 보인다. 그중 아메리카 드림 말고 '재팬 드림'을 2021년에는 이루고 싶다는 한 친구. 재팬드림은 일본어 전공자의 운명일 수밖에 없을테다. 2021년에는 그의 소망이 이루어지길.




[주식이 왜 거기서 나와]

동학개미, 부추청년, 로빈후더… 주식 관련 단어를 가장 많이 들은 한 해다. 특히 2030의 주식 시장 참여가 급격히 늘었다고 하는데, 트렌드가 2021년에도 반영될 모양이다. 2021년에는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주식 투자를 하고 싶다는 한 친구. 근로소득의 가치가 날로 떨어져 가는 현실이 씁쓸하지만, 그의 다짐을 응원하고 싶다.






[조금 이를지라도: 2022년 하루 전, 나에게 쓰는 미래편지]


너무 앞서갔을지 몰라도 친구들에게 미래편지를 받아봤다. 딱 일년뒤, 2021년 마지막 날 이곳을 방문해 과거 자신이 쓴 미래편지를 읽어보길.




" 12월 31일 마다 만나는 친구들과 또다시 새해를 기념하는 카운트다운을 하고 있을 나에게. 허허 웃고, 못하면 어떠리! 더 좋은데 갈라고 그런갑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 !! 그때는 코로나가 없을거 같으니까 부럽다! 1년뒤의 OO아! (부디없길!) 내가 열심히 해서 미래의 널 책망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열심히 살아볼게 이짜식아~"



"OO아 너는 점점 더 현실의 벽을 마주하며 간절하게 ncs와 필기 공부를 하고있을꺼 같아 그래도 될때까지는 해보고 끝내야 후회가 없지 않을까? 아직 젊자나!"



"이번년도 마지막날은 해외에서 보낼 계획이었는데 와르르였으니 2021년 마지막 날엔 꼭 그러고 싶다! 근데 내년에도 가망이 있을까...싶긴한데 ...쨌든2022년의 OO아 넌 뭘해도 잘될거야 ~~~!!!! 이건 새벽감성이야~"



"2021년 12월 31일의 나는 99%의 확률로 실습을 다니고 있겠지? 약국일지, 병원일지, 대학원일지는 모르겠지만 잘 적응했을거라 믿어! 6년간 대학생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일'을 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힘들겠지만 사회의 일원이 되기 전 예행연습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에 감사하자~!졸업하면 뭐먹고사냐! ^-^화이팅이다!"



"2022년의 나는 취업 성공! 일년 힘들게 달려서 취업했으니까 연말 화끈하게 보내고 열심히 살자잉~ 해피 2022~~"



"2022년엔 어디든 취업해서 고통받고 있을 내가 있겠지. 그땐 나를 위해 기껏 본인의 것을 할애해주는 친구가 있겠지. 정 안되면 남자친구라도 나를 위해주는 사람이 있을거야!"



"2022년에는 꼭 뭘 하고 싶은지 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12월 31일에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안그러면 난 코털만도 못한 사람이다~"



"OO아 2021년 12월 31일일에는 아주 잘하면 하반기 취준이 성공했거나, 아니면 최소 졸업은 성공했겠지. 넌 항상 2등 인생이었지만 (뭐든지 최고점은못찍고 2번 도전해야 한다는 뜻 ^^) 운은 좋을 때가 많았으니 아직 때가 아니다 여기고 꾸준히 해보자. 운이 좋아 되어 있을 지도 ^^ 2021년은 사회인이될 준비를 갑자기 많이 하게 됐다. 마치 번쩍! 하는 듯 싶었겠지만 매 순간 최선을 다한 내가 성장을 해낸 것이란다 ~~응원한다 내 자신!!"




정식 취재라기엔 갖춘건 시의성밖에 없다. 내 친구들의 이야기가 뉴스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런데도 글을 쓰면서 행복했던 건 이 기회로 친구들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굴을 마주하고 친구들과 생각을 나눌 수 없었던 한 해. 정말 잘 마무리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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