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작칼럼] 도서관

디지털에 대한 생각

by 동작에서

동네 도서관은 내가 알던 세상과 조금 다르다. 지면이 치열하게 읽힌다는 점에서 그렇다. 밖에서 들려오는 디지털 온리와는 배치되는 지점이다. 원하는 신문을 읽기 위해 30분 넘게 기다리고, 남이 어디까지 읽었나 눈치를 보고 있자면 마치 과거로 돌아간 기분이다. 적어도 내가 다니고 있는 도서관에서 만큼은 신문의 종말이 와닿지 않는다.



소속감도 생긴다. 1면, 칼럼 면은 누가 봐도 그 자리에 있다. 여기선 내 취향에 맞는 알고리즘 서비스도, 쿠키에 따른 선택적 노출도 없다. 손으로 집고 눈으로 본다는 행위엔 격차가 없다. 그러니 기술 격차에 따른 소위 '포모 증후군'이란 것도 없다. 아까 내가 읽고 탄식을 내질렀던 사건 기사에 그 다음 사람이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 그걸 들으면 '맞아 정말 끔찍한 사건이지'라는 감정이 공유된다. 나와 다른 반응을 보여도, 어쨌든 같은 걸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소속감을 선사한다. 좋고 싫음이 아니라 타인의 감정이 궁금해진다. 이 공동체적 반응이 흥미롭고 재밌다.



이 소속감을 더 이상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다. 세상과 언론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편화된 정보가 넘치는 디지털 세상은 공동의 의제를 설정한다는 언론의 역할과 그렇게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신문을 지면으로 보는 이들은 우리 도서관을 포함해도 절대적으로 소수다. 변화는 코 앞에 와있다. 공동체에 대한 고민이 줄어드는 건 현대사회의 특징이고, 개인에게 유용한 정보만 발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디지털 퍼스트가 찜찜하다.



도서관에 오래 있다보면 괜한 우려가 생긴다. 나야 디지털과 지면을 넘나드는 MZ세대지만, 내 옆 누군가는 지면의 사진을 찍어간다. 아무래도 온라인에도 지면이 있는지 모르는 눈치다. 분명히 신문은 죽어가고, 그걸 읽는 이들은 소수가 됐다. 효율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들을 버리고 가는 게 맞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민주주의 사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민주주의 사회의 장점은 소수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효율을 못참는 경제학과 달리 민주주의는 비효율을 안고 느리게 걸어간다. 언론이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존재한다면 지면을 버리고 디지털에만 목매는 게 옳은가 싶은 생각이 든다.



며칠전 본 기사가 이 글을 쓰게했다. 신문이 지면과 온라인을 완전히 분리하는 시도를 하면서 지면을 관리하는 인원을 대폭 줄였다고 한다. 인력이 부족하니 콘텐츠와 편집 부분에서 품질이 떨어지는 게 문제라고 짚었다. 온라인의 문법에 맞는 콘텐츠를 역으로 지면에 끼워 넣으려 하니 얼굴을 담당하는 1면이 부실하고, 글자가 잘려 나가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언론사의 이런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어떤 이들은 도서관에서 돋보기를 대고 열심히 지면을 읽어내려가고 있다. 이들이 지면을 대하는 열정과 언론이 지면을 다루는 냉랭함의 온도가 너무도 달라 몇 자 적어봤다. 도서관을 6개월 넘게 다니다 보니 진짜 소속감이 생긴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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