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몇 살이에요?
프랑스 베르사유 한글학교
지난달 4월에 있었던 일이다.
나는 베르사유 한글학교에서 매주 수요일 토요일 한국어를 가르친다. 내가 맡은 반은 만 9세-10세 정도의 한불 가정의 아이들과 한국에 관심 있는 프랑스 가정의 아이들로 구성되어있다.
오늘 한국어 수업시간에는 4월을 맞아 봄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A: 선생님, 제 생일은 4월 2일이에요! 어, 제 엄마 생신도 4월 15일이에요. 모두 봄에 태어났어요.
B: 제 생일도 4월 30일이에요! 우리 엄마는 6월이고…
아이들이 아직 한국어가 서툴러, 수업 내용을 제외하고는 프랑스어로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한국어로만 수업하려고 프랑스어를 못하는 척했었지만, 수업내용을 아이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 후로 수업방식을 바꿔 지금은 프랑스어를 섞어가며 설명을 한다. 즉 제2 외국어로서의 한국어로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친다.
그러다 갑자기 한 아이가 엄마 나이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B: 우리 엄마는 45세야.
C: 우리 엄마는 43세
A: 우리 엄마는… 글쎄…
순간 아이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C: 선생님, 몇 살이에요? 25살? 26살?
A: 아니야, 30대일걸?
D: 아 그럴지도! 아시아 사람들은 나이보다 굉장히 젊어 보이잖아!
나는 아이들의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그들의 어머니들이 지금 내 나이에 이 아이들을 낳았었던 것이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학생보다 학부모와 나이 차이가 나지 않게 된 것이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잠시 잊고 있던 내 나이가 머릿속에 뚜렷하게 떠올랐다.
나에게 25, 26살이냐고 물었던 아이는 k-pop를 매우 좋아해서 웬만한 k-pop가수뿐만 아니라 노래 가사, 춤까지 모두 섭렵하고 있다. 쉬는 시간에 k-pop 노래를 틀어주면 어떻게 아는지 거의 모든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특히 블랙핑크를 좋아하는데, 그중 제니가 26세라는 걸 알까? 이 아이에겐 25, 26세는 어떤 이미지일까?
사실 30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어려 보이면 마냥 기분이 좋았지만, 지금은 '내가 아직 철이 없어 보이나?'라는 생각부터 든다. 그래도.. 젊어 보이는 것은 언제나 기분이 좋다.
한창 혼자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선생님 몇 살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