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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Jun 25. 2022

왜 방탄소년단은 그룹 활동을 중단했을까.

프랑스에서 본 방탄소년단


지난 14일, 그룹 방탄소년단이 그룹 활동을 잠시 중단하고 개인 활동에 집중한다는 기사를 봤다. 


유튜브 방탄 TV 채널, <찐 방탄 회식> 영상에서 9년간의 커리어를 되돌아보며 멤버들끼리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룹 활동 잠정 중단에 대해 언급했다는 것이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K-pop 가수가 되기까지 어린 시절부터 얼마나 피땀 흘려 노력하며 앞만 보고 달려왔을지 방탄소년단 팬이라면, 아니 K-pop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러나 방송 후 여러 포털사이트 기사에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으로 ‘ 활동 중단 충격’ 등, 마치 멤버들 간의 의견 충돌로 인해 그룹 해체 수순을 밟고 있는 듯한 뉘앙스의 기사들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왔다. 


방탄소년단 그룹 활동 잠정 중단은 그들의 팬클럽 '아미 ARMY’들에게도 여파가 컸다. 팬들은 멤버들이 함께 활동하는 모습을 오랜 시간 동안 못 볼 것만 같은 예감에 불안했고 아쉬워했다. 90년대 말 활동한 원 디렉션과 같은 보이그룹도 활동 중단을 하고 아직 그룹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면 그룹 자체로 '방탄소년단'을 좋아했던 팬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우려였다.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면서 방탄소년단이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직접 보고 듣고 싶은 마음에 나는 유튜브 방탄 TV 채널을 찾아가 영상을 시청했다. 


화면 속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청년들이었다. 마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소설에서 주인공 데미안이 알을 깨고 나오듯 그들도 한 세상을 깨트리려 하고 있었다.




프랑스 유명 일간 신문 Le monde, Le parisien에서도 기사가 날 만큼 방탄소년단의 그룹 활동 잠정 중단은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다.  


프랑스 신문에서 눈에 띈 점은 아래 기사 제목을 보면 알 수 있듯 이 사건에 대해 épuisé = 지친, 기진맥진한, 몹시 피로한pause= 휴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프랑스어로 une pause는 일시적 중단이라는 뜻도 있지만 다음을 위한 '잠시 멈춤' '휴식'이라는 뜻이 더 강하다. 처음 한국어로 그룹 활동 잠정 중단이라고 기사를 접했을 땐 "어떤 부정적인 사건이 일어나 비자발적으로 활동을 중단하게 됐다"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게 느껴졌는데 프랑스어로 접하니 "그동안 고생했다." "수고했다"라는 격러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le parisien 신문 :
Le groupe sud-coréen BTS, «épuisé», annonce une pause dans sa carrière mondiale
한국 보이그룹 방탄소년단 BTS, '지쳤다' 글로벌 활동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기로 하다.  

le monde 신문 :
Le groupe de K-pop BTS annonce une pause dans sa carrière
K팝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활동 휴식을 선언했다.


사실 개인 사생활과 휴식을 중시하는 프랑스인 입장에서 보면 9년 동안 쉬지 않고 달려온 BTS의 행보는 문화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래서인지 활동 잠정 중단을 한다고 했을 때 아쉬운 마음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더 커 이런 제목을 쓰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우리는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목표’를 정하고 그곳에 다다르기 위해 ‘성과’에 의존한다. 성과는 그동안의 노력과 희생을 보답해준다. 금전적인 혜택일 수도 있고 높은 직책으로의 승진, 대중들에게 받은 인기와 사랑일 수도 있다.


방탄소년단의 결정은 매슬로의 5단계 욕구 위계 이론을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제일 하위 단계인 생리적 욕구에서 안전의 욕구, 애정과 사회 소속감 욕구를 거쳐 방탄소년단은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서 존경과 인정 욕구까지 충족되었다. 다음은 자아실현의 단계이다. 그들은 존경과 인정의 욕구가 충족될까지 쉼 없이 달려오면서 자기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 '이제는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 개인적인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 '자기 발전을 통해 성장하고 싶다' 등 자아를 완성하고픈 욕구에 직면한 것을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하면 대중들이 우리를 좋아할까?'에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로 에너지의 방향이 '너/타인'에서 '나/자아' 즉 내면으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들은 ‘방탄 소년단’이라는 그룹으로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나보다는 그룹 멤버들 회사, 팬들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며 오랜 시간 '나'에 대해 외면하지 않았을까. 그들도 '인간'이다.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고 그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시간, 휴식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물리적인 '힘'이 될 수도 있고 가족들,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느끼는 일상의 소중함, 안정감, 편안함으로부터 얻게 되는 새로운 영감, 내적 충만함일 수도 있다. 그들은 멤버 개개인이 중심을 잡고 단단하게 뿌리내려야 함께 다시 모였을 때 더 큰 시련이 와도 휩쓸리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안 것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가수를 배출한 것은 처음이기에, 우리는 '방탄 소년단'을 집단적인 관점, 국가적 관점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한국의 위상과 국격을 높여주는 방탄소년단이 잠시 그룹 활동을 멈춘다는 것은 어찌 보면 아쉽고 아깝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국가 소유가 아니다. 애국심은 잠시 내려놓고 한 인간으로 그들은 바라봐야 한다. 


부럽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그것을 이루기 위해 피땀 눈물로 노력하여 빌보트 차트 1위까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더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해 ‘쉼’을 선택하기 까지. 어디서 많이 듣던 스토리 과정이다. 그렇다. ‘한국’이라는 나라이다.


한국 전쟁을 거쳐 피폐했던 시기, 미래가 불투명했던 한국인들은 70-80년대 국가 주도의 강력한 산업화 추진으로 자신보다는 국가를 위해 희생하면서 ‘경제적 성장’이라는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일했다. 그때는 그것이 옳은 일이었고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 결과 우리는 ‘한국의 기적’이라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 위주의 고성장은 1997년 외환위기를 불러일으켰고 급성장은 세대 간의 불통을 낳았다.


80, 90년대를 거쳐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까지, 사실 방탄소년단뿐만 아니라 한국인들도 '휴식'이 필요하다.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야 할 때도 물론 있지만, 어느 순간 정신적 신체적으로 무리가 오면 '일시적 중단'을 하고 자신을 돌봐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때가 인간으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쉼이 필요하다고 했을때, 의지가 약하다. 견뎌야 한다. 등 멈추지 말라고 푸쉬하기보다는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고 소소한 일상을 함께 보내며 묵묵히 기다려주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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