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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Jul 04. 2022

몽골 음악 들어봤나요?

음악을 들으면 그 나라의 문화를 알 수 있다.


예전에 우연히 친구 수와레(Soirée)에 갔다가 알게 된 방쌍(Vincent)이라는 친구가 있다. 프랑스어로 스와레(Soirée)란, 무엇을 기념하거나 친목 도모를 위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저녁 시간을 함께 보내는 잔치나 모임을 뜻한다. 영어로 Party와 비슷한 뜻이다. 우리가 Party라고 하면 할리우드 영화나 미국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소위 말하는 "힙"한 사람들이 와서 화려한 옷을 입고 술을 마시며 신나게 춤추며 노는 분위기를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프랑스의 수와레는 조금은 더 일상적인 마치 영화를 보러 가는 듯한, 딱 그 정도의 부담 없는 파티이다.


방쌍은 첼로를 전공했다. 어린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던 사람들이 다양한 악기를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는 것처럼 그도 첼로, 피아노, 바이올린 등 웬만한 악기는 기본적으로 연주한다. 흥미로운 점은 방쌍은 클래식 전공이지만 아시아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앗, 이렇게 이야기하면 요즘 인기 있는 k-pop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그는 k-pop이 아닌 아시아 전통악기에 기반한 전통음악을 좋아한다. 어떤 계기인지는 모르겠지만 특히 몽골 음악에 빠져 현재는 몽골 전통악기인 마두금을 연주하는 몽골인 2명과 프랑스인 드러머로 구성된 그룹의 한 멤버로 활동하고 있다.  

마두금 by 위키백과

그들의 음악은 마치 서양식 파스타 면에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새콤달콤한 매운 소스를 볶아 새로운 퓨전요리를 만드는 것처럼 서양악기인 첼로, 드럼과 몽골 악기인 마두금 소리가 한데 어우러져 하나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낸다. 



며칠 전 파리에 있는 한 Bar에서 방쌍이 그룹 멤버들과 함께 콘서트를 한다고 하길래 놀러 갔다. 


눈앞에서 직접 몽골 음악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미디어에서 듣는 것보다 훨씬 강렬했다. 소리들이 내 몸에 화살처럼 쏘아졌다. 몽골인 멤버들은 마두금을 연주하면서 몽골어로 노래도 불렀다. 특히 <흐미>는 관중들의 시각과 청각을 단숨에 빼앗았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의 소리를 내는 이 창법은 마치 인간이 내는 소리가 아닌 제3의 인류가 내는 소리 같다. 만약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이런 목소리이지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하나의 입에서 저음과 고음이 함께 나는 거지?' 

'옆에 다른 멤버가 그중 하나의 소리를 내는 거 아니야?' 


나는 멍하니 무언가에 홀린 듯 노래를 부르는 몽골인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낮에 보는 바다는 아름답지만, 성난 파도 소리만 들리는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밤바다는 두렵고 무섭다.  <흐미> 놀라움과 아름다움을 넘어 두려움 무서움까지 느껴지게 한다.


눈을 감았다.


칭기즈칸의 군대들이 눈앞에서 몰려온다.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말들, 그 말들 위에서 바람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몽골인들, 눈을 감으니 펼쳐진다. 힘이 느껴지고 그들의 기세가 느껴진다. 땅을 기는듯한 저음은 주술을 하는 듯, 신비한 소리 앞에 저절로 힘을 잃고 무릎을 꿇는다. 야생, 날 것 그대로였다. 

마침내 그들은 동아시아와 동유럽까지 뻗어나갔다. 역사상 가장 많은 영토를 정복한 나라가 되었다.




어떤 나라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가 끌린다는 것이다. 매력이 있다는 것이다. K-pop이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이유도 그만큼 한국 문화를 cool 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방쌍이 몽골 음악에 빠진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들의 음악은 '몽골' 그 자체였다. 나는 콘서트에 다녀온 후 몽골의 역사, 문화, 정치, 경제 등 인터넷으로 몽골에 대해 하루 종일 찾아보았다. 또한 며칠째 유튜브로 몽골 음악을 찾아서 듣고 있다. 


아직 몽골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몽골의 드넓은 초원에서 말을 타며 몽골인들과 함께 지내보고 싶다. 


혹 K-pop을 좋아하는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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