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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Nov 03. 2023

나는 에세이를 왜 좋아할까

글은 사람과 참 닮아있다.

글을 쓸때 듣던 음악: Heavy Weather - Billie Marten


한동안 풀지 못한 문제의 실마리를 찾은 듯 아이디어가 문득 떠오를 때가 있다. 나는 '문득'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예상치 못한 선물과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원인과 결과의 흐름이 아닌, 생각지도 못한 어떠한 것이 불쑥 나타나는 신비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좋고, 나쁨을 떠나 무언가에 휩쓸리듯 문득 나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그것을 항상 기다린다.


하지만, 이런 '문득' 떠오른 생각들은 시간이 지나면,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 글을 쓰려고 노트북자판에 손가락을 올려놓는 순간, 갈길을 잃는다. 그들은 이미 사라졌다. 기억상실증 초기증상은 아닐까 걱정된다. 그래서 요즘은 바로바로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고 있다. 이 '문득'을 잡아놓기 위해,


사람들은 이렇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을, 영감 혹은 글감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떠오르는 느낌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적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에세이는 작가의 삶, 체취가 묻어있다.  전 세계 사람들의 생김새가 하나같이 모두 다른 것처럼,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생각하는 것도 각양각색일 것이다. 그 자체로 벌써 흥미롭다. 시험지 문제의 정답을 쓰는 것이 아닌 나의 언어로, 나의 목소리로, 나의 속도에 맞게 자유롭게 나의 이야기하면 되기 때문이다. 굉장히 사적이고, 유니크하다.


그럼 이런 에세이는 누가 읽을까. 새로운 정보를 알게 해 주는 것도 아니고, 소설처럼 발단, 전개, 위기, 절정이 있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도 아닌데 말이다. 나는 에세이를 읽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브이로그나, 관찰형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인생이 궁금하기 때문이다. 글은 영상보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오해 없이 더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건지

나는 이렇게 살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나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데,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는 이런 상황에 이런 감정을 느꼈는데, 다른 사람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

.

이를 통해 작가와 독자 모두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글은 언어라는 도구를 이용하여 ‘말’을 작가의 의도에 따라 문자로 기록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계속 나아가며 읽어야하는 흐름이 있는 예술이다. 글을 쓴 작가, 글을 읽은 독자마다 모두 다르게 흐른다. 흡사 개인의 인생과도 비슷하다. 사람과 참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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