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종이책과도 멀어지네요. 전자책으로 갈아타야겠죠
대학에 다닐 땐 일주일에 서너 권씩 책을 읽는 게 보통이었다. 문학을 전공했는데 쓰는 것보다 읽는 것이 쉬웠기 때문에 고전, 국내외 작가 신간과 문학상 수상작 등 서점에서 또 도서관에서 손에 닿는 대로 집어 들어 읽고 그걸 나만의 훈장처럼 생각했다.
최근에는 한 달에 한 권을 겨우 읽을까 말까 하는 것이 책이다. 장르도 에세이 온리. 짧은 에피소드가 여러 개 묶여 있는 글이 읽기 좋다. 아무래도 책 읽는데 할애하는 시간이 적다 보니 책 한 권을 꽉 채워 이어지는 장편 소설은 도무지 끝까지 읽을 수가 없다. 단편집에 실린 하나의 소설을 읽는 동안에도 앞 장을 몇 번이나 들춰봐야 주인공 이름을 기억해 낼 수 있다.
20대엔 에세이 읽는 즐거움을 몰랐다. 넋두리 또는 유머집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지금은 에세이 읽기가 무척 즐겁다. 생활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서 공감이 되고, 일과 육아가 전부인 일상에서 잠깐씩 머리 식히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남들은 이렇게 사는구나,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엿보는 재미도 있다.
지난여름휴가 동안 읽을 책을 몇 권 골라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는데, 신랑이 보고 혀를 끌끌 차더니 웃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 세 권의 제목이 관통하는 지점이 있었다는 것을 나도 인정한다.
- 온전히 나답게 /한수희 지음
- 뭐라도 되겠지 /김중혁 지음
- 우리는 출근하지 않는다 /앤 헬렌 피터슨, 찰리 워절 지음
나는 일상을 디지털화하는데 더딘 편이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스마트폰이 출시됐는데, 우리 엄마아빠보다도 더 늦게 스마트폰을 샀다. 지금도 가방에 메모지와 볼펜을 가지고 다닌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책장 넘기는 맛이 있다며 종이책을 고집해 왔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책장에 가지런히 꽂아둔 책이 모두 재산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뭐든지 살림살이를 줄이자 마음먹었더니 가능하면 빨리 처분해야 하는 것 중 하나가 책들이다. 가지고 있더라도 다시 펼쳐 보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더 이고 지고 살 필요가 없게 되었다.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남아 있고, 종이책을 쌓아둘 마음은 없기 때문에 전자책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책장 넘기는 맛은 무슨, 남들 좋다는데 다 이유가 있겠지 하면서 검색하다가 어젯밤에 밀리의 서재에 가입했다. 그런데 디지털화가 더딘 나는 밀리의 서재 사용 방법을 익히는데도 러닝 커브가 존재했다. 잠들기 전까지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지 못하고, 밀리의 서재에 어떤 기능이 있는지 독서습관을 기를 수 있게 도와주는 이벤트가 있다는데 그게 뭔지 찾아보는데 시간을 다 보냈다.
오늘은 할 일은 다 하고 나서 밀리의 서재-내 서재에 담을 책을 골라봐야겠다. 정혜윤 PD의 <아무튼, 메모>가 1순위라서 제일 먼저 검색해 볼 생각인데, 밀리의 서재 알고리즘이 내게 어떤 책을 추천할지 궁금하다.
아이패드로 책을 읽는다니. 사실은 생각만 해도 벌써 눈이 아프다. 그걸 생각하니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을 사야 하나 싶다. 아이패드는 아이 영상 시청용으로 식탁 위에 세워놨었는데, 가방에 넣어 다니기 좋게 케이스를 사면 어떨까 생각한다.
오늘 책 읽기를 시작할 수 있겠지? 적어도 소파에 누워서 휴대전화로 블루 라이트 차단 안경, 아이패드 케이스를 검색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