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na Aug 07. 2023

간헐적 단식 4주 차,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규칙적인 생활 습관 면에서는 대만족, 건강 면에선 과연?

직장 동료의 소개로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다. 이번주가 4주 차인데, 평일에는 16시간 공복-8시간 음식 섭취를 잘 지켰고, 주말에는 약간 느슨하게 했다. 

간헐적 단식을 시작한 이유는 단순하다. 체중 감량.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운동과 식단을 병행해 다이어트를 했는데 3kg을 빼는데 9개월이 걸렸다. 공복 12시간 이후부터 지방이 연소된다는 직장 동료의 말을 듣고 나니 기왕 간헐적 단식을 한다면 16시간 정도는 굶어줘야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올랐다. 간헐적 단식으로 2kg 정도 빠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4주 차 해본 바로는 난 안 될 것 같다. 하지만 간헐적 단식을 한동안은 유지할 생각이다. 체중 감량은 안 되더라도 현재 생활 습관이 만족스럽기 때문이다.


낮 12시부터 밤 8시까지 식사,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즐겁게 먹는다.

아침에 눈떠서부터 점심시간까지 굶는 것은 조금도 어렵지가 않다. 물과 아메리카노 정도는 마셔도 된다고 해서 오전에는 그것들만 마시며 업무를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12시에 가까워지면 뭘 먹을까 고민한다. 처음 1-2주 차엔 공복을 견뎌낸 내가 기특해서 좋은 음식을 찾아 먹기 위해 노력했다. 메밀밥에 고기반찬, 삶은 달걀, 통밀 파스타 또는 메밀국수 등 직접 간단한 요리를 하며 탄수화물을 덜 먹는데 보람을 느꼈다. 탄수화물을 안 먹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저탄수 정도의 즐거움은 느끼고 싶었다. 최근 며칠은 귀찮아서 빵 한 조각, 시리얼 정도로 먹기도 했는데 흐느적거리는 팔다리를 보며 정신 차리고 단백질을 챙겨 먹어야겠다고 생각한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 일하는 사이에는 물 또는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에너지바, 과일 같은 간식을 먹는다. 배가 고파서는 전혀 아니고 입이 심심해서. 가끔 초콜릿도 먹는다. 이것도 탄수화물과 마찬가지로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한 조각 입에 넣고 살살 녹여 먹는 즐거움을 포기할 수 없다. 오후 7시 전후로 또 한 번 밥을 먹는데 딱 정해둔 메뉴 같은 건 없고 아이 저녁 반찬을 같이 먹는다. 마침내 8시가 되면 이제 끝이다. 배고픔을 잊으려면 빨리 자야 한다는 마음으로 밤시간을 보낸다.


폭식, 야식보다 무서운 건 한 주먹 간식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보통 주의해야 할 것이 폭식, 야식, 과음이라고 하는데 난 이쪽으로는 평소에도 낙이 없는 편이어서 참아내는 게 아주 어렵지는 않다. 진짜 자주 찾아오는 위기, 나를 유혹하는 것은 아주 사사로운 간식들이다. 간헐적 단식을 하기 전에는 밤 시간에 뭘 그렇게 주워 먹었다. 주워 먹는다는 표현이 아주 딱 맞는다. 뭘 배달시키거나, 갑자기 불 앞에 서서 요리를 하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냉장고에 있던 요구르트, 치즈, 견과류 한 봉지, 아이가 먹다 남긴 과자나 젤리, 초콜릿 이런 걸 조금씩 집어 먹었다. 밤 12시가 되도록 거실과 주방을 몇 번씩 오가며 입 안에 털어 넣을 것들을 찾아다녔다. 그게 하루 일과를 마무리한 나에게 주는 선물 같았달까. 이것들 역시 배가 고파서 먹는 건 아녔다. 견딜 수 있을 정도의 출출함이 반, 나머지 반은 입이 심심해서. 지금도 이게 가장 큰 유혹이다. 아직까지 잘 견뎌내고 있는 내가 새삼 대견하다.


체중 감량은 별로, 생활 습관 면에서는 만족

아침에 눈뜨자마자 몸무게를 재면 '오, 좋은데. 1kg만 더 빼면 되겠어' 생각한다. 자기 전에 몸무게를 재면 아침에 잰 값에서 1kg 또는 그 이상이 불어있다. 저녁을 좀 든든하게 먹었다 싶은 날엔 1.5kg 이상 차이가 날 때도 있다. 때문에 체중감량 면에서는 4주 사이에 효과는 못 봤다. 그리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지 않아서인지 온몸이 흐물흐물 거리는 느낌이다. 지난주에 팔뚝 안 쪽, 허벅지 안 쪽을 주물러봤는데 우리 엄마 팔다리인 줄 알았다. 팔꿈치를 구부려 알통 만드는 시늉을 해도 팔 근육에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몸통도 마찬가지였다. 손바닥으로 몸 구석구석을 쓸어 보면 어쩐지 뼈와 가죽이 딱 붙어있지 못한 것 같다. 단백질을 의식적으로 챙겨 먹고, 가벼운 근력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빠른 시일 내에 실천해야 한다. 온몸이 흐느적거리는 느낌이 상당해서 기분이 썩 좋지 않다. 

만족스러운 부분은 오전 공복 시간 집중력이 매우 좋아졌다는 것이다. 덕분에 업무 중 많은 부분을 오전에 벼락같이 처리하고 있다. 간헐적 단식을 하기 전엔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커피 한 잔을 내려서 가져다 놓고, 점심 식사를 하기 전까지 주방에 몇 번을 들락거렸다. 책상 위에 몇 가지 간식을 가져다 놓고 먹다가 허전하면 또 다른 간식을 가지러 다시 주방에 가고, 음식 부스러기가 떨어지면 물티슈를 찾느라 또 움직이고. 오전 중에 모두 처리하기로 마음먹은 일들을 다 하지 못해 12시 1시가 되어도 어중간하게 책상 앞에 앉아있는 일도 많았다. 지금은 커피 한 잔 말고는 오전에 뭘 안 먹을 생각을 하니까 자리를 벗어나는 일이 없다. 그리고 나는 공복 상태에서 집중력이 좋은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서, 최근에는 오전에 머리에 불 떨어진 사람처럼 일하는 것을 매우 즐기고 있다.


별 일이 없다면 16시간 공복을 유지하는 간헐적 단식을 계속할 생각이다(경우에 따라 느슨하게 하는 경우도 있겠지만-지인들과 만난다거나, 주말에 아이를 돌보느라 순식간에 당이 떨어지는 때엔 부분적으로 해제다). 다만 흐느적거리는 팔다리를 생각하면 단백질 위주의 음식을 먹고 근력 운동을 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한다. 생각하는데 일주일 정도 걸렸으니까 일주일 뒤엔 실천하고 덜 흐물거리는 팔다리가 되어 있길. 즐겁게 해 보자. 

작가의 이전글 매일 같은 시간에 하는 작은 일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