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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nna Aug 09. 2023

혼자 먹는 밥상에도 면식수행 포기 못해!

하루 한 끼 나를 위한 상차림

재택근무 하는 사람들은 점심 식사를 어떻게 해결할까? 주변 몇몇 사람에게 물어보았더니, 대체로 이렇게 해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미혼, 부모님과 동거: 엄마가 차려주신 밥을 먹는다. 엄마가 외출하실 땐 미리 챙겨두고 나가신다.

    미혼, 자취: 배달시켜 먹는다. 어제 먹고 남은 배달 음식을 먹는다.

    기혼, 배우자와 동거: 배우자와 같이 먹는다(배우자도 재택근무 중). 배달시키거나, 나가서 사 먹거나, 같이 한 상 차려서 먹는다.


내 경우엔 하루 세 번 상을 차린다. 아이가 유치원 가기 전에 먹을 아침 식사, 나 혼자 먹는 점심 식사 그리고 식구 중 두 명 이상이 함께 먹는 저녁 식사. 아침 식사는 아이 입맛에 맞는 걸로 간단하게 차린다. 오늘 아침엔 흰 밥에 동그랑땡, 콩나물, 김을 먹고 갔다. 저녁 식사는 기왕이면 아이와 남편이 같이 먹을 수 있는 메뉴를 고른다. 단골 메뉴는 불고기처럼 간장 양념된 고기 또는 부채살이나 항정살처럼 팬에 구워 바로 먹는 고기다. 곁들이는 반찬은 두세 가지인데 그중 하나는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어묵볶음이나 무나물, 애호박나물 같은 것들이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점심 식사를 집에서 혼자 하는 게 보통이다. 재택근무 초기에는 바깥공기 쐰다는 핑계로 가까운 카페에 가서 샌드위치를 사 먹거나 포장한 음식을 가져와 집에서 먹기도 했다. 가끔은 가까이 사는 친구와 약속을 만들어 식당에서 밥을 먹고, 노트북을 가지고 나가 커피집에서 일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밖에 나가는 일을 잘 만들지 않고 집에서 있는 걸로 한 끼를 해결하려고 한다. 우선 더워서 나가기가 싫고, 밖에 나가도 또 배달을 시켜도 맛있게 먹었다 싶은 음식이 잘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와 만나 점심을 먹고 나면 이상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게 어려워서 점심시간을 길게 쓰고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을 하느라 오밤중에 노트북 앞에 앉아야 하는 날도 많았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냉장고에 있는 식재료 재고 처리도 하고, 비용도 아끼고,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자 싶어서 집에서 혼자 점심을 차려 먹게 되었다.  


간헐적 단식을 하다 보니 하루의 첫 식사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나는 낮 12시부터 밤 8시까지 식사를 하는데, 오전 11시가 되면 벌써 엉덩이가 들썩인다. 먹고 싶은 메뉴가 있으면 인터넷으로 레시피와 사진을 찾아보고, 없을 땐 냉장고에 뭐가 있나 들여다보기도 한다.

어제는 파스타나 냉면이 먹고 싶었다. 면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파스타, 냉면 재료쯤은 집에 늘 구비되어 있다. 마침 냉장고에 로메인 상추, 방울토마토, 삶은 달걀, 양파가 있어서 그걸 모두 넣고 냉파스타를 해 먹기로 했다. 집에서 만드는 파스타의 특징은 양을 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소한의 양심으로 통밀 파스타를 사다둔 덕에 양껏 먹어도 될 것 같아 즐거웠다. 내 딴에는 모처럼 한 끼 식사다운 상차림을 한 것이라 사진도 찍어두었다. 애피타이저가 있어야지, 하는 생각에 그릭요거트에 꿀을 뿌려 함께 먹었다. 



사실 매일같이 점심 식사를 온전하게 차려 먹는 것이 아니다. 나를 위한 조리를 하는 것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다. 상을 차리는 날엔 주로 면, 빵을 먼저 찾는다. 다른 날엔 시리얼이나 에너지바, 소량 포장된 누룽지, 과자, 초콜릿 등등 손에 잡히는 대로 주섬주섬 주워 먹는다. 양은 적어도 칼로리는 훨씬 높은, 체중 감량을 위해 간헐적 단식을 하는 사람이 먹는 것으로는 매우 부적절하다. 때문에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을 고르게는 아니어도 모두 갖춘 메뉴를 먹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에 생각은 거듭하고 있다. 실천이 어려운 것은 운동하는 것이나 끼니 챙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마도 오늘 점심은 냉면이 될 것 같다. 물냉면에 오이 고명은 없지만 삶은 달걀과 방울토마토가 있으니 같이 먹어야겠다. 부디 거기서 점심 식사가 끝나야 할 텐데. 아이 준다고 사 둔 시리얼을 국그릇에 말아먹는 일은 하지 말아야지. 어제 간식을 그렇게 먹었다. 오늘은 그러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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