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터뷱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걸 찾기 위해 노력해요

월드의 이야기

by Anna

인터뷱 Interview + Book

제주살이를 통해 확장된 내 삶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인연들에게 나의 ‘정체성’에 대해 묻고 그들이 생각하는 ‘제주도민’의 정의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주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인터뷰 북을 만들었다.



People 3. 월드 (제주도민/20대 후반)

올해 서른 살을 맞이하며 내가 새롭게 도전한 분야가 있는데, 바로 운동이다. 30대는 살기 위해 운동한다는 말을 실감하며 거액을 투자해 헬스 PT(Personal Training)을 등록했고, 월드는 그런 나의 헬스 트레이너다.

운동으로 맺어진 우리의 인연은 월드의 새로운 도전을 이유로 잠시 멀어지게 되었는데, 그가 제주를 떠나기 전 인터뷰를 요청했다.


#일상 #반복 #경험

제주 토박이인 월드는 제주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소위 제주는 너무 좁고, 어딜 가도 아는 사람이거나 한 다리 건너면 알 수 있는 환경이었다. 좁은 지역 사회의 특성상 소문도 잘 나고, 그렇기에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삶이 싫었던 그는 제주를 떠나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2017년 군 전역을 하고 면세점에서 2년 반 동안 근무를 했는데 당시 유일한 취미가 운동이었던 그는 문득,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중반. 늦다면 늦고 빠르다면 빠른 나이에 운동을 업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었다. 이번 기회에 더 넓은 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자는 다짐으로 서울로 떠났다.


“서울에 가보니까 확실히 시장 규모는 더 컸지만 일과 삶에 적응되고 나니까 반복되는 삶은 비슷하더라고요. 하지만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눈치 같은 건 덜해서 좋았어요. 코로나 때문에 생계유지가 어려워져 다시 제주도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지만요.”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헬스 트레이너 활동을 시작한 월드는 제주에 돌아와서도 자연스럽게 트레이너로 일할 수 있었다. 그는 운동을 가르치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에 성취감을 느낀다. 회원들이 노력한 만큼 변화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그 변화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을 함께한다는 사실이 의미 있다. 곧 새로운 지점으로 이동하게 되는 그에게 이주에 대해 물었다.


Q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이동하게 될 지점인 전주는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곳이지만 지역보다 같이 가는 사람들이 더 중요했다. 함께 옮기게 된 동료들이 나와 잘 맞고, 현재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있기 때문에 이주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


Q 타 지역으로 이주해서 살아갈 때 걱정되는 점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적응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함께 가는 동료 외에 아는 사람 하나 없다는 점에 대한 심리적 위축이 있다. 하지만 뭐든 가서 부딪혀봐야 될 것 같다. 걱정되는 점이 반대로 기대되는 점이기도 하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는 것 자체가 기대된다.


Q 이주민에 대한 편견이 있거나, 선입견을 경험해본 적은?

전혀 없는 편이다. 그냥 서울에서 온 사람, 부산에서 온 사람, 제주에서 온 사람. 단순하게 생각한다. 서울에 살았을 때 내가 제주도 사람이라고 말하면 “제주도 정말 말 타고 다니냐”며 장난친 사람들은 있었지만 딱히 부정적으로 느낀 사건들은 없었다. 물론 서울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게 섞였던 것 같다.


Q 도민의 정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지금 제주도에 살고 있고, 주소지가 제주도면 도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전주에 한 두 달 살았는데 ‘난 전주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적어도 한 지역에서 1년 이상은 살아야 서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워라밸 #도전 #기회

월드는 회원 관리를 잘하는 트레이너 중 한 명으로 실적이 좋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헬스 트레이너라는 직업 특성상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향후 트레이너를 양성하는 관리직을 목표하고 있다. 재미와 급여, 비전을 일 선택 가치로 꼽는 월드는 사실 워라밸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을 하는 날이 많아요. 너무 바쁘고 반복된 일상의 연속이죠. 그런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걸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전주로 떠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당분간 전주에서 계속 지낼 계획이에요. 현재 삶에 불만은 없어요. 훗날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한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살던 곳을 떠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주민으로서, 이주민이 될 그의 삶이 부디 평안하기를 바라며 함께 운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월드의 새로운 전주살이를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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