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의 이야기
#일상 #반복 #경험
제주 토박이인 월드는 제주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소위 제주는 너무 좁고, 어딜 가도 아는 사람이거나 한 다리 건너면 알 수 있는 환경이었다. 좁은 지역 사회의 특성상 소문도 잘 나고, 그렇기에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삶이 싫었던 그는 제주를 떠나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2017년 군 전역을 하고 면세점에서 2년 반 동안 근무를 했는데 당시 유일한 취미가 운동이었던 그는 문득, 도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중반. 늦다면 늦고 빠르다면 빠른 나이에 운동을 업으로 삼으면 어떨까 싶었다. 이번 기회에 더 넓은 곳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자는 다짐으로 서울로 떠났다.
“서울에 가보니까 확실히 시장 규모는 더 컸지만 일과 삶에 적응되고 나니까 반복되는 삶은 비슷하더라고요. 하지만 누구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이나 눈치 같은 건 덜해서 좋았어요. 코로나 때문에 생계유지가 어려워져 다시 제주도로 내려올 수밖에 없었지만요.”
서울에서 본격적으로 헬스 트레이너 활동을 시작한 월드는 제주에 돌아와서도 자연스럽게 트레이너로 일할 수 있었다. 그는 운동을 가르치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준다는 사실에 성취감을 느낀다. 회원들이 노력한 만큼 변화하는 것이 눈에 보이고, 그 변화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는 순간을 함께한다는 사실이 의미 있다. 곧 새로운 지점으로 이동하게 되는 그에게 이주에 대해 물었다.
Q 다른 지역으로 이주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이동하게 될 지점인 전주는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던 곳이지만 지역보다 같이 가는 사람들이 더 중요했다. 함께 옮기게 된 동료들이 나와 잘 맞고, 현재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있기 때문에 이주 결정이 어렵지 않았다.
Q 타 지역으로 이주해서 살아갈 때 걱정되는 점은?
어딜 가나 마찬가지겠지만 적응의 문제가 아닐까 한다. 함께 가는 동료 외에 아는 사람 하나 없다는 점에 대한 심리적 위축이 있다. 하지만 뭐든 가서 부딪혀봐야 될 것 같다. 걱정되는 점이 반대로 기대되는 점이기도 하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다는 것 자체가 기대된다.
Q 이주민에 대한 편견이 있거나, 선입견을 경험해본 적은?
전혀 없는 편이다. 그냥 서울에서 온 사람, 부산에서 온 사람, 제주에서 온 사람. 단순하게 생각한다. 서울에 살았을 때 내가 제주도 사람이라고 말하면 “제주도 정말 말 타고 다니냐”며 장난친 사람들은 있었지만 딱히 부정적으로 느낀 사건들은 없었다. 물론 서울은 다른 지역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때문에 더 자연스럽게 섞였던 것 같다.
Q 도민의 정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지금 제주도에 살고 있고, 주소지가 제주도면 도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전주에 한 두 달 살았는데 ‘난 전주 사람이다~’라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적어도 한 지역에서 1년 이상은 살아야 서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워라밸 #도전 #기회
월드는 회원 관리를 잘하는 트레이너 중 한 명으로 실적이 좋은 편에 속한다. 하지만 헬스 트레이너라는 직업 특성상 평생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향후 트레이너를 양성하는 관리직을 목표하고 있다. 재미와 급여, 비전을 일 선택 가치로 꼽는 월드는 사실 워라밸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삶을 살고 있다.
“하루에 12시간 이상 일을 하는 날이 많아요. 너무 바쁘고 반복된 일상의 연속이죠. 그런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걸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해요. 전주로 떠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당분간 전주에서 계속 지낼 계획이에요. 현재 삶에 불만은 없어요. 훗날을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한 일에 집중하고 싶어요.”
살던 곳을 떠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이주민으로서, 이주민이 될 그의 삶이 부디 평안하기를 바라며 함께 운동을 지속하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월드의 새로운 전주살이를 응원하며 인터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