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인터뷱

소속감과 커뮤니티보다 제주의 자연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해발의 이야기

by Anna

인터뷱 Interview + Book

제주살이를 통해 확장된 내 삶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인연들에게 나의 ‘정체성’에 대해 묻고 그들이 생각하는 ‘제주도민’의 정의는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주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인터뷰 북을 만들었다.



People 4. 해발 (2019년 이주/30대 후반)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제주에 내려오지 않았더라면 이 사람은 절대 만나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 말이다. 해발은 그런 내 특별한 인연 중 한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더 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때에 인터뷱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고, 마침 이주민으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해발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소셜벤처 #창업 #미션

예체능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던 그는 자연스레 진로도 본인의 흥미를 살리는 방향을 선택하고 싶었다. 음악이나, 운동에 특별한 재능이 없었기에 미술을 배웠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디자인 분야로 공부를 시작했다. 좋아하지만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깨닫고 디자인 기획 쪽으로 취업을 했는데 어쩐지 행복하지가 않았다.


“그맘때 청각장애 대표가 운영하는 오픈컬리지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사회적 기업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사회적 경제 영역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돌이켜보면 저도 항상 누군가에게 ‘이로움을 주고 싶다’는 바람이 내면에 존재했던 것 같아요.”


하던 일을 그만두고 해발은 사회적 기업가 육성가 과정 1기에 참여하게 된다. 창업 초기단계에는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하지만 10년 전 그는 스스로를 잃을 게 없는 상황이라 생각했기에 힘든 건 당연하다고 받아들였다. 어플을 개발하며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고,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팀빌딩과 유저들에 대한 믿음으로 사업체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현재 그가 개발한 어플은 TV CF에도 나올 정도로 유명해졌다. 어쩌면 서울에서 계속 사업을 운영하면서 본인이 원하는 ‘이로움’을 더 널리 퍼뜨릴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주로 내려오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궁금했다.


Q 특별한 제주 이주의 계기가 있다면?

박수 칠 때 떠나라, 라는 말이 있지 않나. 당시 연매출 10억 이상은 어렵지 않을까 판단했고 현재 대표가 기업가로서 나보다 좋은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 10년 동안 사업을 운영하면서 건강이 많이 악화되었다. 제주에 부모님이 먼저 이주해 살고 계셔서 이주 결정은 어렵지 않았다.


Q 현재의 제주살이는 어떤지?

행복하다. 마음의 여유나 건강을 완전히 회복하진 않았지만 사람답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서귀포 작은 마을에서 부모님, 아내와 함께 살고 있는데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현재로서는 제주에 계속 머물 예정이고, 향후 환경 관련된 일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


Q 이주 이후 불편한 점은 없는지?

거의 없다. 이주 시기와 코로나가 겹쳤는데, 독립적인 성격상 사람들과 두루 어울리고 친하게 지내는 걸 선호하는 타입이 아니기에 불편한 점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다. 지금 살고 있는 마을도 메인 도로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같은 동네에 사는 이주민들과의 교류만 있다.


Q 도민의 정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제주살이에 있어서 소속감, 커뮤니티보다 제주의 자연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주라는 자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제주의 자연을 지켜내고 싶고 꾸준히 이 아름다움을 향유하고 싶기 때문에 나는 스스로 제주도민이라 생각한다.


#자연 #관계 #곶자왈

해발은 이주 전 제주도민에 대한 편견은 딱히 없었다. 소위 말하는 ‘육지 것들’이라는 표현을 들어보긴 했지만 살면서 특별히 텃세를 경험해보지도 않았다.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역사적 상처, 이주민의 대거 유입으로 인한 개발 등으로 문화와 문화가 충돌하는 지점이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교류나 도민과의 관계 등에 대한 질문을 듣고 생각해보니, 결론적으로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친한 도민 몇 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편이고, 솔직히 제주도민 자체에 관심이 없는 편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그에게 제주도에서의 삶은 ‘곶자왈’이다. 나무와 돌의 성질이 다른데 곶자왈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것처럼 다른 사람들과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스스로 제주라는 섬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기 때문이다. 곶과 자왈로 만난 해발과 나의 인연도 제주에서 지속되기를 바라며 인터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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