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자수의 이야기
#문화 #예술 #역량
제주 남쪽 마을에서 나고 자란 야자수는 책을 무척 좋아하고, 문화생활에 대한 갈증을 느끼는 학생이었다. 지금에 비하면 그 당시 제주는 오지나 다름없었다. 그런 환경에서 독립적인 성격이었던 그는 집을 떠나 서울로 대학을 진학한다. 하지만 젊은 시절, 스스로 장래에 대한 계획이나 생각이 하나도 없는 청춘이었다고 표현하는 야자수는 자연스레 다시 고향 제주로 내려왔다.
“대학원도 서울에서 다녔는데 사실 타지에서 혼자 산다는 것이 참 힘들잖아요. 그냥 집에서 집밥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주에 내려와서는 친구의 소개로 시작한 일을 프리랜서로 20년 넘게 몸담았었죠.”
한 곳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다 보니 보고 느끼는 것들이 많았다. 토박이로서 주변에 당연히 선주민이 더 많지만, 직장 생활에서는 이주민과 가깝게 지냈다. 문화적 마인드나 업무 역량의 차이가 있었고, 도민들은 평가 기준이 개인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 그는 제주도라는 곳이 이중적이라고 생각한다.
소위 말하는 ‘육지’를 선망하면서도 배척하는 문화가 있다. 환경이나 인프라가 더 좋기 때문에 당연히 능력이나 역량이 차이가 날 수 있는데도 이를 잘 인정해주지 않는 피해의식이 저변에 깔려있기도 하다. 보다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준 그에게 몇 가지 구체적인 질문을 더 던져보았다.
Q 괸당 문화를 처음 듣는 사람에게 설명해준다면?
쉽게 말해 경상도 말로 ‘우리가 남이가?’를 제주도 말로 표현한 것이다. 원래 괸당은 친척을 의미하는 단어지만 문화적 측면에서 바라보면 꼭 제주라서가 아니라 어느 지역에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요즘에는 드러내지 않으려고 하는 추세인 것 같다.
Q 도민과 이주민의 문화적 차이를 느꼈던 경험?
최근 몇 년간 이주민이 대거 유입되던 시절, SNS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이주민에 대한 안 좋은 인식도 생겼다. 제주도 원로 문화에 대한 이해와 인식 없이 기획을 하는 것이 아쉬웠다. 처음 에는 제주도 사람들도 이주민들이 들여온 선진 문화를 새롭게 받아들였지만 요즘엔 사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무리 이주민들이 제주도는 이렇다, 저렇다 하더라도 결국은 타자의 시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제주도 사람들이 소외감이나 무기력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디자인, 가공 능력, 역량은 당연히 비교가 된다. 아무래도 제주도는 시장이 작다는 한계가 있고, 눈높이나 수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Q 제주도만의 보편적 문화나 특징이 있다면?
시골 사람들의 특성상 퍼주고, 투박하고, 계산 안 하는 문화가 대표적이지 않을까. 외지인이 유입되면서 제주도 사람들 입장에서는 잘해주었는데 금방 떠나는 경험을 반복하다 보니 ‘내려온 지 얼마나 됐냐?’는 질문을 하게 되고, 이주민은 금방 떠날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일하면서 ‘육지 가서도 잘하겠다’라는 평가를 많이 들었는데 이 말이 참 듣기 싫었다. 그래서 반대로 문화이주민에 대한 평가를 쉽게 하지 않으려고 한다. ‘가장 지역적인 게 세계적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제주도 자체로 인정하고 발전시키는 문화가 필요할 것 같다.
Q 도민의 정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다. 이성적으로는 제주도를 사랑하고, 제주도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민이지 않나 생각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나도 모르게 “저 아이 제주도?”라는 질문이 먼저 나온다. 이주민에 대한 특정 편견이나 선입견이 있지는 않지만, 가까이 지내다 보면 정서가 다르긴 하다.
#글 #섬 #건강
지금도 야자수는 문화 관련 일을 하고 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삶을 채워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 또한 하고자 하는 일 계속하며 여유 있게 살아가는 것이다.
“지금은 제주시에 사는데 고향인 남쪽 마을에 자주 가진 않아요. 1시간 거리인데도 심리적 거리가 꽤 멀게 느껴지죠. 제주시-서귀포시, 동쪽-서쪽은 지역적으로 문화도 달라요. 하지만 오늘 이야기한 모든 것들이 특별히 제주라서 생기는 문제나 특이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느 지역에 살든 더 넓은 세상을 꿈꾸기 마련인데, 섬이라는 특성 때문에 그런 부분이 더 부각되는 것 아닐까요?”
야자수에게 나는 도민이냐 물으니 웃으며 “이상하지만, 아닌 것 같다. 긍지는 아직 육지서 온 애다.”라고 대답했다. 그 말에 나도 하하 웃으며 “아직은 그렇죠.”라고 대답하게 되었는데 어쩌면 인터뷱을 시작한 이유가 바로 이 질문에서부터의 출발이었으니 나는 조금 더 내 주변의 사람들을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인터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