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니의 이야기
#음악 #힐링 #적응
안동에서 태어난 효니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음악과 친하게 지냈다.
자연스레 성악 전공을 택하게 되고, 대구에서 대학생활을 보내며 꿈을 키워나갔다. 하지만 음악이라는 분야의 특성상 직업 선택의 폭이 좁았고, 생계를 위해 프리랜서로 연주 활동을 이어나갔다. 공연과 레슨 등으로 음악 활동의 끈은 놓지 않았지만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런 막막한 때에 제주도에 자리가 났다.
“되게 힘든 시기였어요. 나는 뭘 해야 하지, 뭘 할 수 있지 한참을 고민하다 마음을 조금 내려놓았는데, 제주가 그런 저를 부르는 것 같았죠. 여행자처럼 편한 마음으로 내려와 채용 시험을 봤고 덜컥 합격이 된 거예요. 2주 만에 출근을 하라고 하셔서 급하게 거처만 마련하고 짐도 천천히 옮기면서 저의 제주살이가 시작됐어요.”
직장생활로 이주를 선택한 효니는 아무도 자신을 모른다는 점이 가장 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제주 특유의 문화나 제주사람들의 성격을 알게 되면서 적응이 쉽지만은 않았다. 음악적으로도 자신이 생각한 만족함을 채우지 못하게 되어 점점 음악에 대한 갈급함도 느꼈다. 그러나 퇴근 후나 쉬는 날 해안도로 드라이브 한 번이면 모든 것이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자연이 주는 힘으로 버틴 게 벌써 5년이다. 제주에서 새로운 인생의 단짝을 찾은 그에게 여러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Q 이주 이후 외로운 적은 없었는지?
친하게 지내던 동생이랑 같이 살며 가족처럼 의지하고 지냈다. 작년에 그 친구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제주를 떠나게 되었는데, 그때 마음이 많이 허하더라. 제주사람들이 왜 이주해 온 외지인에게 곧 떠날 사람, 이라며 거리를 두는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결혼을 했지만 친정 가족들이 곁에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Q 제주도 사람과 결혼하고 난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직장 분들 대부분 제주 토박이신데, 결혼 소식을 알리니까 “이제 제주사람 다 됨쪄” 하시더라. 일 하면서 한 번도 개인적인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던 분도 말을 걸어오셨는데 그때 좀 놀라웠다. 한편으론 아직 이주 5년 차고, 제주 사투리를 구사한다거나 문화적으로 생소한 것도 많은데 결혼했다고 제주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이 뭔가 이상했다. 주변에 20년 차 넘은 분들도 아직은 도민과 이주민의 차이를 느낀다고 하시는 걸 보면 어쩌면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존재들인가, 싶기도 하다.
Q 계속 제주도에 살 계획인지?
솔직히 코로나만 없었다면 지금 해외에 있었을 거다. 상황이 안정되면 1년은 무조건 이탈리아나 독일 쪽으로 연수를 갈 계획이다. 현시점에서 제주를 떠날 생각은 없다. 서울이나 대구에 비하면 덜하긴 하지만 경쟁사회는 어딜 가나 똑같다. 내가 더 잘하거나 노력하는 부분에 있어 질투나 시샘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적어도 실력적인 면에서는 당당해지고자 레슨도 꾸준히 받고 있다.
Q 도민의 정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처음에는 단순히 내가 제주에 사니까 제주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살면 살수록 더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한 10년 정도 살면 도민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10년을 살아도 사실 모르는 건 있겠지만, 그래도 그 지역을 직접적으로 경험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라 생각한다. 나는 5년을 살았지만 아직도 모르는 게 너무 많다. 이주민이 적응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할 필요성도 있는 것 같다.
#문화예술 #선구자 #설렘
타 도시에 비해 인프라나 자원이 적다는 것은 반대로 생각하면 기회가 많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효니는 본인처럼 음악에 열정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시너지를 내고 싶고, 제주에서 음악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역할을 해나가고 싶다.
“제주가 관광도시다 보니까 그쪽으로는 많이 발달했는데 문화, 예술 쪽으로는 아직 부족하다고 느껴요. 제주 천혜의 자연경관을 활용해 공연을 한다던가, 다른 지역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것들을 발굴하고 활성화해보고 싶어요.”
5년이란 시간을 보냈지만 여전히 제주살이가 설렌다는 효니. 자신의 삶 일부가 제주이고, 이제는 터전이 되어버렸지만 누군가에게 제주는 손꼽아 찾아오는 여행지다. 그런 곳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뿌듯하다는 그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주민의 시선에서 효니의 도전과 새로운 삶을 기대하며 인터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