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토미의 이야기
#사투리 #가이드 #공정여행
서쪽 마을 수산에서 태어난 히토미는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을 서울에서 보내고 다시 제주에 돌아와 쭉 살고 있는 토박이다. 당시 자연스레 사투리를 쓰는 친구들과 말씨도 다르고 어딘가 모르게 차이를 느낀 그는 자라오며 한동안 어린 시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말 그대로 격동의 시기를 살아낸 그는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활동과 경험으로 자신만의 토대를 쌓아갔다.
제주도에서 첫 번째로 열린 시낭송 대회에서 상도 타보고, 대학교 시절에는 교내 방송국 아나운서 활동을 열심히 했다. 졸업 즈음에 일본어 통역 안내사 시험에 단번에 합격해 22년간 가이드 활동을 이어나갔고, 한국관광통역안내사협회를 통해 가이드의 처우 개선이나 역량강화 교육, 기부 등 사회적인 역할도 확대해 나갔다. 현재는 코로나의 여파로 본업이 줄어들게 되면서 4.3 투어, 마을 여행, 제주어 교육 등으로 로컬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공정여행을 통해 고향 제주를 바라보는 관점이 더 넓고 깊어지는 계기가 됐어요. 어쩌다 보니 제주어로 진행하는 뉴스 아나운서도 맡고 있지요. 어린 시절 낯설고 부끄럽게 생각했던 사투리가 지금은 일이 되어주니, 새삼 이런 게 삶인가 싶어요. 살아올 땐 점으로 보이지만, 결국엔 하나로 이어지는 선이에요. 그래서 모든 순간
들이 다 소중하고, 가치 있어요.”
긴 시간 외국인을 안내하며 문화적 차이를 설명하는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우리에겐 너무나도 당연한 것들이 외국인이나 외지인에게는 신기할 수 있겠다는 경험들이 쌓인 것이다. 모든 것을 수용한다기보다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자신만의 판단기준을 가지고 제주살이를 개척해나가는 어른 히토미에게 새로운 질문들을 건네 보았다.
Q 부모로서의 가치관?
제주도도 교육열이 센 편인데, 나와 남편은 아이들에게 학업을 강요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아이가 셋인데, 공부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도심이 아닌 시골에서 계속 살아가는 이유도 비슷한 맥락이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웠고 앞으로도 욕심은 줄이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
Q 제주만의 다른 문화를 소개해준다면?
토박이로서 가장 힘든 제주 문화는 경조사가 아닐까 한다. 육지와 다르게 제주는 겹부조 문화가 있다. 예를 들어 아는 분이 돌아가셨는데 그분께 자녀가 셋이 있고, 그 자녀들을 내가 다 안다면 부조를 각각 해야 한다. 다시 나에게 돌아올 때 따로 오기 때문이다. 매우 개인적이면서도 합리적인 문화지만 자주 경조사를 챙겨야 하는 시기에는 경제적, 시간적 부담이 크다.
Q 이주민에게 바라는 점?
이주민이나 토박이나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입장에서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거리감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마음가짐인 것 같다. 공정여행을 안내하면서 손님들도 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 관점에서 제주 이주민들도 막연한 로망보다는 섬의 지리적 특성, 자연환경, 다른 문화에 적응할 단단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다.
Q 도민의 정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선택과 결정의 차이인 것 같다. 이주민들은 본래 살았던 곳과 제주도에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도민은 그렇지 않다. 태어난 곳이 여기고, 어디에 살까 고민하지 않는다. 계속 살 거라는 결정을 내린 때에 진정한 도민이 되는 것이 아닐까? 서울에 사는 남동생은 제주도로 돌아올 생각이 없다고 하는데, 그래서 나는 동생을 서울 사람이라 생각한다.
#같이 #가치 #로컬컨텐츠
히토미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과 배움에 대한 욕구로 꾸준히 제주도에서의 삶을 확장하고 있다. 자연·문화유산교육학 대학원을 다니며 느낀 점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외지인이라는 점이었다. 그는 도민들도 스스로 배우고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 방식에서 벗어나 달라진 세상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요즘 오디오 콘텐츠가 뜨고 있잖아요. 어릴 적부터 발음이 정확하다, 목소리가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와서 그런지 관심이 많아요. 제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 봉사 등을 생각해봤는데 기회가 되면 꼭 도전하고 싶은 분야입니다.”
그는 제주의 삶을 ‘같이’라 말한다. 가이드로서 반평생 사람들을 이끌어오기만 했던 그가 가족이 생기고, 지역을 알아가며 느낀 가장 중요한 가치가 바로 발맞춰 같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쉽지 않은 부분이고 그래서 더욱 노력하며 살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히토미. 그런 그와 같이 제주에서 오래 살고 싶다고 생각하며 인터뷰를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