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안나 136
프랑스 국경일이다. 어제 늦잠을 자서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결국 알람에 깨어 화장실에 다녀온 뒤 다시 침대에 누웠다. 가수면 상태로 한 시간을 누워 있다 정신을 차리고 부엌에 갔다. 요거트와 바나나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뒤 워홀 결과를 보기 위해 노트북을 켰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몇 번이고 공지사항을 확인해 보았지만 새 글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년 수상작 발표 글을 찾아보았는데 예정일에 딱 맞게 글이 올라와 있었다. 왜 올해는 발표가 늦는 건지. 작품 수준이 너무 떨어지거나, 높거나 둘 중 하난데 결과가 궁금한 나로서는 답답한 지경이다.
아침 뚜왈렛이 11시가 넘은 시간에 와서 오전 시간은 그렇게 멍 때리며 보냈다. TV에는 개선문 앞에서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이 제1차 세계대전 참전 용사와 가족들에게 인사하는 상황이 중계되고 있었다. 지금 개선문에 가면 대통령을 볼 수 있는 건가 싶었지만 할아버지께서 집에서 TV로 보는 게 훨씬 잘 보이고 편하다고 말씀하셨다. 점심을 먹고 나갈까 싶었는데 늦장을 부리다 보니 애매한 시간이 되어 버렸다. 날씨가 참 좋았는데 결국 외출은 하지 않았다. 성격상 꽂힌 일은 끝을 봐야 하는 스타일이라 최근에 보기 시작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를 다 봐야 직성이 풀릴 것 같다. 결국 그렇게 잉여스러운 시간을 보내다 오후 임무 수행 전 유럽 여행 루트를 조금 검색해 보았다.
파리에서 로마로 가는 일정으로 짰는데 야간열차를 타면 열몇 시간이 걸리고 밀라노에서 환승을 해야 했다. 마지막 목적지가 밀라노인데 그 밀라노를 거쳐 로마에 가는 것은 효율적이지 못한 선택인 것 같아 급히 저가항공 후기를 찾아보았다. 저가 항공을 타면 파리에서 로마까지 10만 원도 안 되는 가격으로 2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는 어차피 유레일패스가 있어도 예약해야 하는 구간이 많기 때문에 파리에서 로마까지는 비행기를 타는 게 나을 것 같다.
벌써 11월도 10일이 훨씬 지났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이 야속하지만 그 시간들 속에서 나는 무얼 하고 있는가. 오늘까지 예능을 마스터하고 내일부턴 다시 일, 공부, 계획 바쁘게 살아야지. 또 말만 다짐하지 마고 정말로 오늘까지만 놀자. 아무래도 나비고 충전을 안 하니 밖에 나가기가 꺼려진다. 교통비도 아깝고 날씨도 춥고 몸도 피곤하고 이래저래 핑계만 늘었다. 다음 주는 나비고 일주일을 충전해서 좀 돌아다녀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