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이 뭔데요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요

by Anna

05 전셋집 구하기


나는 제주에 산다.

처음엔 게스트하우스 스텝으로 3개월을 지냈다. 본격 '제주에 살아볼까?'를 생각하고는 셰어하우스에 들어갔다. 편한 듯 불편한 그곳에서는 6개월을 지냈고, 장마철 바퀴벌레의 습격으로 급하게 독립을 준비했다.

기왕 제주도에 사는 거 오션뷰에는 살아봐야지, 싶어 바닷가 쪽 집을 알아봤다. 다방인지 직방인지 어플을 통해 삼양에 있는 투룸을 보러 갔는데 한눈에 반했다. 흐린 날이었는데도 창으로 보이는 바다와 밭 뷰에 홀려 바로 계약금을 보냈다.


보증금 100에 월세 55. 월세가 부담되기는 했지만 '6개월만 살아야지'하는 생각이었다. 그 6개월이 1년이 되고, 나를 마음에 들어 한 주인아주머니께서 월세 오만 원을 깎아주셔서 1년을 더 살았다.


월세 50에 공과금 10, 기본 지출만 60+@였다.

해를 거듭해 '제주 정착'이라는 욕구가 커질수록 이 금액은 부담이었다. 가벼운 마음이 무거워질수록 '전세'에 대한 욕심도 커져갔다.


올 상반기 원룸 전세 시세는 9천에서 1억었다. 이 돈이 있을 리 만무한 나는 전세대출을 받아야 했다. 요즘엔 카카오 대출도 생겨서 비교적 쉽고 편리하게 가능하다고 들었지만 처음 접하는 용어들에 정신이 어질 했다. 네이버에서 '전세대출 후기'를 열심히 찾아 읽고, 가능한 준비할 수 있는 모든 서류를 챙겨 주거래 은행인 국민은행으로 갔다.


"신청해봐야 알고, 안 될 수도 있어요"

은행원에게 전세대출은 큰 메리트가 없는 것인지, 상담 내내 불친절한 담당자의 태도에 화가 났다. 당장 나는 절실한 상황인데 남의 일처럼(남의 일 맞다.) 이야기하는 상담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다른 수가 없었기에 그의 명함을 꼭 쥐고 은행을 나섰다.


다시 다방인지 직방인지 하는 어플을 켜고 열심히 집을 알아봤다. 전세 매물은 생각보다 더 적었지만 운이 좋게도 8,400만 원에 나온 지금의 집을 만날 수 있었다. 원룸 오피스텔이라 삼양 투룸보다는 작지만 집 구조나 위치가 나쁘지 않아 바로 계약을 준비했다. 세입자가 살고 있던 집이었는데 마침 나의 투룸 계약 종료일과 맞물리는 시점이라 자연스레 바통터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2년 간 정든 삼양을 떠나면서 아쉬운 마음보다는 '잘 살았다'하는 후련함이 더 컸다. 난생처음 몇천만 원의 돈도 빌려보고, 부동산에서 몇십 장에 달하는 계약서에 도장도 찍어봤다. 전셋집으로 이사하면서 대출이자 10만 원 남짓과 관리비를 더해도 고정지출이 반이상 줄어들었다.


이제 다시 이곳에서의 2년, 전세살이 이후에 나는 어디로 가게 될까? 전세 이사의 꿈을 실현하며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이거다.


"어른이 되는 길은 정말 멀고도 험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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